주관사 ‘나머지 5회분 선지급 완료’ 뒤에도 소속사 무반응…팬덤 보이콧 영향 분석도
이번 논란은 김희재 소속사인 스카이이앤엠과 공연기획사 모코 이엔티, 그리고 김희재의 3자간 계약으로 체결된 ‘김희재 팬 콘서트 계약’에서 시작됐다. 올 1월 체결된 이 계약에 따르면 모코 이엔티는 계약 당시 스카이이앤엠 측에 3회분 공연료를 개런티로 먼저 지급한 뒤 남은 4회분부터의 공연료는 티켓 판매 개시일 1일 전에 지급하기로 돼 있었다.
오는 7월 9일부터 열리는 김희재의 콘서트가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모코 이엔티 측은 티켓판매 오픈일인 5월 30일의 1일 전, 즉 5월 29일 나머지 5회분의 공연료를 스카이이앤엠 측에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스카이이앤엠 측이 모코 이엔티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당초 스카이이앤엠은 6월 13일 미지급 공연료의 존재를 알고 1차 내용증명을 보내 지급을 요구했다. 스카이이앤엠과 모코 이엔티 양측 모두 5월 29일에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모코 이엔티 측은 “남은 공연료를 지급할 테니 김희재의 성실한 공연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시점 이전부터 김희재가 공연 연습에 참여하지 않고 공연 담당자는 연락도 받지 않았으며, 스카이이앤엠이 공연에 필요한 음원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게 모코 이엔티 측 입장이다. 당장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공연에 주인공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연기획사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계약 당사자인 김희재의 ‘성실한 참여’는 계약서에 명시된 그의 의무이기도 하다. 즉, 모코 이엔티의 5회분 출연료 지급과 스카이이앤엠의 공연 자료 제공, 김희재의 콘서트에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는 계약상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셈이다. 모코 이엔티 측이 출연료 지급을 약속했지만 스카이이앤엠과 김희재는 이후 공연 준비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대신 6월 21일 모코 이엔티의 계약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를 2차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스카이이앤엠 측은 6월 24일 모코 이엔티 측에 대해 계약무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계약 위반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귀속되는지가 재판의 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에 명시된 기한에 미지급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모코 이엔티 측의 잘못이지만, 양 측이 모두 해당 기한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고의로 이뤄진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로 보긴 어렵다. 더욱이 이후 모코 이엔티 측이 시정 의사를 밝혔고, 상대의 의무 이행도 함께 요구한 상황에서 스카이이앤엠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공연을 진행할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6월 30일 모코 이엔티 측이 남은 5회분의 공연료를 지급하고 다시 한 번 콘서트 협조를 부탁했으나 스카이이앤엠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9일 “김희재 투어 공연은 개최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알려드린다”고 강조한 만큼 소송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첫 공연인 서울 공연(7월 9일)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시간을 끌 경우 유리한 것은 스카이이앤엠이다. 계약에 따른 해지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모코 이엔티가 이번 공연을 위해 지출한 대관료나 인건비 등 손해배상도 스카이이앤엠 측에 청구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스카이이앤엠 측은 아직 선지급 받은 개런티도 모코 이엔티 측에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편으로, 스카이이앤엠이 콘서트 파행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엔 일부 김희재 팬들의 콘서트 보이콧이 다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김희재 팬덤은 △6월 첫 정규앨범 발매에 집중해야 할 팬덤과 소속사의 화력이 콘서트로 분산된다는 점 △금전적·정신적으로 지친 팬덤에게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점 △김희재의 외부 노출이 드라마에 한정돼 팬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 전국투어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 △공연기획사인 모코 이엔티의 콘서트에 대한 전문성과 진행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콘서트 보이콧 성명문을 내 소속사를 압박한 바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미스터트롯 TOP7 가운데 다소 낮은 편인 김희재에겐 기존 팬덤의 유지가 중요하다 보니 입장 상 팬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