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vs 공연기획사 소송전 불 붙는데…“침묵이 능사 아냐” 지적도
김희재의 소속사 스카이이앤엠과 공연기획사 모코이엔티 간의 맞소송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양 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현재 스카이이앤엠은 모코이엔티와의 소통 창구를 모두 닫은 채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이앤엠은 모코이엔티에 대해 지난 6월 24일 계약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모코이엔티 측은 7월 4일 스카이이앤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날 모코이엔티 측은 세 번째 공식입장을 내고 "당사가 출연료 미지급상태에서 임의대로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티켓 오픈에 관한 모든 것은 스카이이앤엠의 동의 하에 진행했다"며 "저희는 스카이이앤엠에 지불한 총 8회분의 지급액 2억8000만 원에 대한 답변은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로 콘서트 취소를 통보한 스카이이앤엠에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이번 김희재 전국투어 콘서트에 최상의 무대와 연출을 보여드리고자 이미 지불한 출연료 외에도 스카이이앤엠에서 계약상 지출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모든 비용 또한 부담하기로 하고 진행한 모든 것들을 이제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공연 취소에 대한 사유가 단지 (총 공연 횟수)8회 중 3회분(공연료)을 선지급했으나 5회분을 늦게 준 것이라면 스카이이앤엠은 7월 9~10일 콘서트 진행에 필요한 음원 요청에 튠 이전 버전(1차 녹음)을 5월 30일에 한 차례 보내고, 총감독님에게 세트리스트를 6월 1일 전달 후 음원을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코이엔티 측의 지적은 스카이이앤엠이 공연료 미지급 사실을 고지하기 이전부터 공연 준비를 위해 협조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스카이이앤엠에 따르면 양 측은 공연계약 체결 당시 개런티 명목으로 선지급한 3회분의 공연료를 제외한 나머지 5회분은 티켓 오픈일 하루 전인 5월 29일 모두 지급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양 측이 모두 이 계약조항을 잊고 있었다가 6월 13일 스카이이앤엠이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인지하게 됐다는 게 모코이엔티의 주장이다. 실제로 모코이엔티 측은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 스카이이앤엠으로부터 나머지 공연료를 지급하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스카이이앤엠이 공연을 진행할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 측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6월 13일 이전부터 공연에 필요한 자료 제출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은 상태였고, 김희재 역시 공연 연습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폭로도 나오면서 이 지적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난 5월 말경 김희재의 일부 팬들이 모코이엔티의 전문성 등을 지적하며 콘서트 보이콧을 주장한 점을 두고 팬들의 참여가 불확실한 콘서트이기에 소속사가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진행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모코이엔티 측은 "콘서트 진행을 위해 지불한 모든 비용과 공연을 보기 위해 귀한 시간과 비용을 내어주신 관객들을 위해서 (스카이이앤엠 측에) 손해배상청구와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30일 모코이엔티는 스카이이앤엠에 5회분의 공연료를 입금했으나 선지급된 3회분과 뒤늦게 입금된 5회분 모두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과 맞물려 김희재는 음반을 위한 기부 모금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동시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소속사의 소송 발표와 동시에 공개된 그의 첫 정규 앨범 '희재'(熙栽)를 팬카페에서 예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팬덤의 공동구매 방식이 아니라 소속사 주도의 기부 모금 방식으로 진행되며 기부처와 정산 내역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면서다.
기부 모금은 팬클럽에서 기부를 목적으로 구매계좌를 열어 목표액만큼 모금한 뒤 앨범을 대량 구매해 지정 기부처에 앨범을 발송하는 방식이다. 일반 앨범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음반 차트 초동 판매량에도 반영돼 타 팬클럽에서도 종종 이뤄지지만, 김희재의 팬덤의 경우 총 모금액과 구매 앨범 수량을 계산한 결과 앨범 1장당 가격이 약 7500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재기를 의심케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제까지 이정도로 적은 가격으로 앨범 공구를 진행한 사례가 없다는 것.
여기에 스카이이앤엠과 '희재' 앨범의 유통업체 측이 관련 문의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송과는 별개로 이 사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김희재의 팬들이 기부 완료된 김희재의 앨범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총 모금액과 실물 앨범의 수가 일치하는지, 당초 예정돼 있던 기부처가 맞는지, 정확히 얼마로 단가가 정해졌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희재가 끝까지 침묵을 지킬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일반적으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대신해 입장을 내놓는 일은 당연하게 여겨져 오지만, 이 같은 사태에서는 팬덤을 향한 아티스트 본인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갑작스런 콘서트 취소에 대해 팬들을 향한 사과나 최소한의 공식입장, 향후 활동에 대해 아티스트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하는 팬들도 적지 않기 때문. 그러나 현재 김희재는 음악방송과 외부 행사 등 공연 활동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팬들의 궁금증에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침묵이 능사가 아닌 만큼 당사자로서 스스로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