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찐팬’ 조국 사태 기점 김 여사와 연락…일상 사진 공개로 반대 여론 돌리고 싶었다”
김건희 여사 측은 대통령실 공보 라인을 거치지 않고 팬카페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에게 사진들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카페는 아크로비스타에서 경호견들과 함께한 김건희 여사, 팬이 선물한 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는 김 여사, 청와대 개방 기념 열린음악회 참석 등의 사진을 공개했다. 6월 12일에는 ‘원본’이라며 칸영화제 수상작 ‘브로커’를 관람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사진을 올렸다.
1964년생인 강신업 변호사는 1985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에 입학해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며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고려대 강사, 울산대 강사 등을 거쳐 김영편입학원과 신림동 고시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하던 중 30대 후반 고시에 뛰어들었다. 2004년 사법시험 46회에 합격했고, 2006년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했다. 현재는 ‘변호사 강신업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일요신문이 7월 5일 직접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른미래당 인재영입 1호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지내면서 하창우 대한변협회장을 모시고 사법개혁에 앞장섰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추진됐던 상고법원 설치와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 밖에도 ‘검사평가제’ 도입에도 힘썼다. 공보이사 임기 만료 이후에도 시사 패널로서 방송, 라디오 출연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21대 총선을 앞두고 2019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에게 영입돼 대변인을 지냈다. 사법개혁을 했듯이 제도권에서 정치개혁에 앞장서고 싶었지만, 당내에서 반개혁적인 행태에 흐름이 나타났다. 2020년 2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을 통합해 민생당이 만들어졌는데 4·15 총선 이후 당에서 뛰쳐나왔다.”
―당에서 나온 후 무엇을 했나.
“칼럼 쓰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TV·라디오 등에는 나가지 않게 됐다. 제도권 내에서 꿈꿨던 정치개혁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을 비판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보수단체부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진보단체까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양 진영 대결이 벌어졌다. 나를 문 정부 규탄 집회 참가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조국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했다. 윤 총장이 문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건희사랑'을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윤석열 ‘찐팬’으로서 만들었다. 실제 2021년 초 ‘윤석열과 강신업’, ‘윤석열 응원광장’ 등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서 그를 응원했다. 검찰총장 때부터 그를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해 조직된 국민캠프에서 언론 미디어 특보로도 있었지만,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마빌딩’ 대선 캠프 사무실에 가진 않았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윤 후보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는 것이 윤 대통령을 만드는 첫발이라고 판단해서 팬클럽 ‘건희사랑’을 개설했다. 김 여사의 인권과 자유를 지켜줘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 3·9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나.”
―김건희 여사와 인연은 없었나.
“느슨한 관계다. 4~5년 전에 김건희 여사를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났다. 나는 법률이사를 맡았고, 김 여사는 예술감독으로서 재능기부와 금전적 기부를 했다. 각자 역할 맡아서 봉사했을 뿐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여사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나의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문재인 정부의 압박이 들어온다고 해도 ‘영웅은 영웅의 길을 가는 것처럼 윤석열은 윤석열의 길을 가시라’라는 메시지였다.”
―미공개 사진을 공개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올렸다. 김 여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일상 사진을 공개하진 않는다.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사생활 사진을 왜 올리냐고 비판을 받을 거다. 대통령실에 틀어박혀서 국민과 소통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내외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싶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김 여사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다.”
―팬덤정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희사랑은 개딸 등과 성격이 다르다. 돈을 걷거나 조직을 구축하지도 않았다. 단지 소통의 광장으로 이용할 뿐이다. 팬덤 형성해서 떼거리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야망, 정치적 목적 달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정치적 성격의 결사체로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응원할 뿐이다. 정치의 방법은 소통이다. 백성, 언론과 내각, 참모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고 그래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조용한 내조’와 ‘제2부속실 폐지’ 공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는 영부인은 활동할 수밖에 없고, 해야만 한다. 국익이 되고 국민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활동하면 된다. 다만 공적 활동을 관리하려면 인적, 물적 조직이 필요하다.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에 매일 필요는 없지만, 부담이 된다면 기존 부속실에 ‘배우자팀’이라도 만들어서 김 여사의 공적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영부인은 대통령의 참모이자 제1야당 역할을 한다. 누가 대통령께 적나라하게 쓴소리를 전달할 수 있겠느냐.”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건희 여사가 지지율 하락 요인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김 여사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 적폐를 척결하면 지지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사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도 직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왔지만, 아직 현실정치 참여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곁에서 보좌하는 것도 좋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직을 맡지 않고 자유롭게 윤 대통령을 보좌하고 싶다. 정치개혁 꿈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 꿈을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서 이루고 싶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