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권능력과 선명성 모두 갖춰…박지현, 2966명 잊지 말고 치유의 시간 가졌으면”
장 의원은 7월 13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여 년간 당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출마했다”며 3대 혁신 플랜을 강조했다. 장 의원은 “세대 단절을 선언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해선 안 된다. 다른 세대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정치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586세대와의 경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에 필요한 건 수권 능력과 선명성인데, 두 가지 모두를 갖춘 후보가 사실 이재명 의원”이라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아래는 장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고위원 출마 변이 궁금하다.
“혁신 최고위원이 되기 위해서다. 혁신위원장으로서 4차에 걸친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때 국민께 약속드린 혁신안이 차기 지도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당원 최고위원이 되기 위해서 출마했다. 현직 국회의원 중 평당원 생활을 가장 오래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우리 당은 당원과의 소통이 너무 부족한 정당이다. 당원에게 개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세 번째는 청년 최고위원이다. 민주당 지도부에는 30대 최고위원이 필요하다. 청년 인재들을 육성할 수 있는 특위 등을 만드는 등 여러 활동을 할 생각이다.”
―2006년부터 당원 생활을 했다. 의원이 된 이후 느낀 점이 있다면.
“2006년 당시 강금실 서울시장 선거 캠프 때부터 민주당 당원이었다. 당시 역할은 공보물 접기였는데 홍보물, 현수막 나르면서 정치를 배웠다. 국회의원은 대부분 각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이다. 청와대 출신, 고시 출신, 장·차관 출신, 유학파 출신, 인재 영입 출신 등 크게 5가지다. 저는 이 다섯 가지에 모두 속하지 않는 쪼렙(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의 레벨이 낮은 것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좋은 국회는 국민을 닮은 국회다. 저처럼 성공하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들도 더 많아져야 한다. 의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청년, 서민 등의 마음을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대화가 안 될 때가 많다.”
―3대 혁신 플랜을 제시했다.
“첫 번째 메타 정당, 두 번째 OTT 정당, 세 번째 마켓 정당이다. 우리 당의 홈페이지가 사실 블로그 수준인데, 당원 미니홈피를 만들어서 당원들이 서로 쪽지도 보내고 의견도 교류하고, 각자의 관심사나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OTT 정당을 위해 민주당 24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마련하고자 한다. 인문학·철학·법조·금융 등을 주제로 하는 강연도 듣고, 24시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거다. 마켓 정당은 입법과 예산에 대해 당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열어주는 것이다. 당원들이 더 선호하는 입법, 예산 등을 투표 등을 통해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세대 균형 공천제를 주장했다.
“민주당 내 21대 총선에서 공천 받은 63.2%가 50대다. 40대 국회의원 12명, 30대 국회의원 5명이다. 40대 의원은 한 40명, 2030대 의원은 적어도 10명은 돼야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건 대표성이고, 무엇보다 30대가 50대보다 실력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정 활동을 통해서 훨씬 더 빠르게 배우고 있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586 용퇴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을 특정하고 배제하는 방식의 용어라고 생각한다. 586 용퇴 얘기하면 언론이 좋아해서 다 쓴다. 그런데 대안을 제시하는 분을 못 봤다. 민주당을 만들고 이끌어오던 주요 구성원들이 586세대인 건 분명하다. 세대 단절을 선언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해선 안 된다. 더불어 다른 세대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정치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586세대 분들도 내부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 세대 간 경쟁을 통해 포용성이 넓은, 다양한 가치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에서 이미 졌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무조건 패배할 거라고 예상했다. 4·7 재보궐 선거의 패배 요인과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 요인은 비슷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 전대, 용광로 전대가 돼야 한다. 지도자 감의 후보들이 서로의 비전과 혁신안을 갖고 있는지 두고 경합했으면 한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야당 지도자에게 필요하고 요구받는 조건은 선명성과 수권 능력이라고 본다. 두 가지 모두를 갖춘 후보가 사실 이재명 의원이다. 가장 선명하고, 본인의 노선과 가치 지향이 어디인지가 눈에 보인다. 성남과 경기도에서의 행정 능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97그룹 출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에 먼저 출마 선언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다. 이재명 의원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586 세대의 소위 제안을 받고 나오는 건 아쉽다. 그렇게 출마하더라도 뭔가 비전과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뚜렷한 비전도 안 보인다.”
―초선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당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억울하다. 저는 늘 일관되게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을 항상 주장했을 뿐이지, 강경한 사람이 아니다(웃음). 국민과 당원께 사과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반성하면 되는 거지. 정치인이 자존심이 뭐가 중요한가. 이 의원은 대선에서 0.7%포인트 차로 졌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 기반이 확인됐다고 본다. 2년간 당 대표를 하게 된다면 민심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할 거다.”
―한때 ‘초선 5적’으로 찍혀 문자 폭탄을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 팬덤 정치 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때 문자 많이 받았다. 강경파는 나쁘고 온건파가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있지, 거기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 물론 욕설과 어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들까지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건 당연히 잘못된 거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강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의 공천장을 받아 출마했던 2966명을 잊지 말고 치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박 전 위원장 출마 자격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고 기준이 있는 거다. 박 전 위원장이 싫어서가 아니다. 6개월 이상 당비 납부자만 피선거권을 갖는다는 기준이 있고, 10년 이상 지켜온 당의 시스템이다. 본인이 공천했던 지방선거 후보자 분들도 모두 그 기준이었다. 특정 한 분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당의 최고 의결기관인 당무위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특혜 아닌가. 너무 억울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꼼수탈당’ 논란이 일었던 민형배 의원 복당 문제를 두고 찬반이 나뉘는데.
“복당시켜야 한다. 민 의원이 탈당한 건 자유지만, 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당론으로 채택했고 표결에 참여했기 때문에 통과된 거다. 근데 그걸 민형배 의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수록 비루한 정당이 되더라도 비겁한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건은 어떻게 봤나.
“이번 과정은 윤핵관들이 완벽하게 잘 짜놓은 전략 중의 하나라고 본다. 지방선거 끝나자마자 윤리위에 상정한 것 자체가 당대표 탄핵 절차였다. 올해 말까지는 지켜볼 줄 알았다. 윤리위 자체가 정치적 심판의 성격이 강한데, 완전히 식물 당대표로 만든 거다. 누가 봐도 토사구팽당한 거다. 윤핵관들이 지금 인사 참사와 경제 파탄을 하면서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열 차게 강한 야당이 돼서 더 치열하게 싸워야 될 때라고 본다.”
―기억에 남는 의정 활동은.
“국회 들어오자마자 청년 사다리 법안을 시리즈로 발의했다. 그중 제일 먼저 했던 게 청년 정치 사다리법이다. 1호 법안이 정치자금법 개정안이었는데 지방의원 후보도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청년 기탁금 기준 하향 등도 통과됐다. 청년 39세 이하 후보는 10%만 득표해도 100% 보전, 5%만 득표해도 50% 보전(과거에는 득표율 15% 득표 시 100% 보전, 득표율 10% 이상 득표 시 50% 보전)이다. 피선거권 만 18세 연령 하향, 정당 가입 연령 만 16세 하향 등의 법안도 통과됐다. 이 법안이 다 정개특위에서 통과되면서 6·1 지방선거 때부터 즉시 시행됐다.”
―가장 힘들 땐 언제였나.
“이번에 6·1 지방선거 끝나고 2966 숫자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966은 민주당의 후보로 뛴 전체 지방의원 후보자 숫자다. 낙선 위로 전화 돌리고, 만나 뵈면서 저도 약간 우울증이 왔다. 이제는 괜찮아지고 있다.”
―2024년 총선이 2년 남았다.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보나.
“선명성을 비롯해 경제, 안보 등 여러 정치 교체에 대해 수권 능력을 겸비해야 22대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얼마나 잘 지적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강한 야당이 저는 반대만을 일삼는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재명 의원이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많은 당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가.
“당의 혁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 제가 20여 년간 당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출마했다. 요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대한 바다 위에 떠있는 돛단배’ 말씀이 가장 많이 와 닿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여러 가지 변화를 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거대한 기득권의 벽 앞에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 보다 더 강하고 선명하게 실력을 갖춘 수권 능력을 키우면서 슬기로운 야당 생활을 하겠다. 남은 2년 동안 유능한 의정 활동으로 국민들과 동대문구 주민들께 꼭 보답하겠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