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재심 청구·법원 가처분 신청 쉽지 않아, 기댈 곳은 ‘이대남’뿐…경찰 수사 결과가 정치 생명 좌우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측근이니까 이준석 대표가 그 자리에 앉힌 건데, 측근이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내린 거면 사실상 중대한 사안 아닌가. 이 위원장이 이후에 정치적 뜻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증거가 분명하니까 분명 그렇게 결정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에서도 기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긴데, 이 대표 정치 인생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이 대표 징계안을 두고 사석에서 전한 말이다. 사상 초유의 당대표 중징계로 7월 11일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추인되면서, 이 대표는 국회를 떠나게 됐다. 당내에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추가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여전히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7월 8일 윤리위 징계 직후엔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대표는 SNS에 글을 올리는 정도의 여론전에 그쳤다. 이 대표가 7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노래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 대표의 심경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 이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세 가지다. △윤리위 징계 불복해 재심 청구 △법원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론전 등이다.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26조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당원은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재심 청구 시한은 7월 18일까지다. 하지만 윤리위 징계를 결정한 구성원들의 변화가 없는 데다,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재심 청구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당 내부에서 윤리위 결정에 대한 수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이 대표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비공개 면담에서 윤리위 결정에 불복하거나 가처분을 신청하는 식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고, 이 대표 역시 이 설명을 묵묵히 들었다고 한다.
법원 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역시 간단하지 않다.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 사안이라 다각도의 법리 검토가 필요한 데다, 만약 기각될 경우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윤리위 징계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벼랑에 몰린 이 대표가 현재로서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결국 이 대표가 기댈 곳은 여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론전에서는 이 대표가 우위에 서 있다는 평가다. 엠브레인퍼블릭 외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7월 1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중징계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결과’라는 응답자의 비율이 54%로, ‘정당한 과정을 거친 결과’라는 응답자 비율(31%)보다 23%포인트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들의 민심 이반 대열도 감지된다. 7월 14일 기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징계에 반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준석을 내치는 건 이율배반의 정치’, ‘이딴 당에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실망의 힘’ 등의 글이 게시됐다. 당원들의 지지 철회가 이어질수록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 역시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윤리위 징계 결정 직후인 7월 11일 이 대표는 온라인 당원 가입 독려 글을, 7월 13일에는 광주 무등산에 오른 사진을 공유했다. 대표 취임 이후 최대 성과로 꼽히는 이대남의 ‘입당 러시’와 ‘서진 정책’을 상기시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이 대표에게 남은 경찰 수사가 그의 정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온다면 6개월 뒤 당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혐의가 입증되면 정치 인생은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당헌·당규상 성범죄로 기소되면 당내 경선 출마가 불가하다. 당연히 2024년 총선 도전도 어렵다.
이 대표는 최근 변호인들과 무혐의 처분을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선 이를 위해 이 대표가 당분간 정치적 잠행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6개월간 잠행할 것 외에 지금은 더 아는 게 없다”고 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사퇴할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대표의 공보를 총괄해온 박종원 공보보좌역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저 역시도 선제적으로 물어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 대표) 페이스북 메시지를 봐주시면 될 것 같다”며 “윤리위 불복과 관련해서 하달된 게 없다. 대표가 언제 돌아올지 역시 미정”이라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