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세법개정안 결국 ‘부자감세’에 방점?

법인세 3000억 원 초과기업 최대 수혜…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 세 부담 경감

[일요신문] 윤석열 정부가 첫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법인세를 내리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도 손질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돕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정부의 설명이지만 발표와 동시에 ‘부자감세’ 논란이 일고 있다. 서민 중산층보다 부자들이 더 큰 수혜를 얻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의석 과반 이상을 가진 야당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정안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췄다. 과세표준 2억 원 이하에만 적용되던 10%를 5억 원 이하로 확대했지만 5억~200억 원, 200억 원 초과 3000억 원은 각각 20%, 22%로 변함이 없다. 3000억 원 초과기업이 25%에서 22%로 낮춰지면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부동산 관련은 월세세액 공제를 3%포인트 높였지만 공제한도는 750만 원으로 유지했다. 주택차입금 원리금상환액 소득공제는 3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100만 원 높아졌다.

이에 반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는 파격적으로 세 부담이 낮아진다(표1 참조). 주택수가 아닌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이 높아지는 구조로 전환하면서다. 집이 아무리 많아도 주택가액이 낮으면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전년도 세액 대비 세 부담 상한도 최대 300%에서 150%로 인하한다. 아무리 세금이 늘어도 전년 낸 세금의 1.5배 이상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주택임대소득 과세 고가주택기준도 기준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였다. 시가 13억~15억 원짜리 집을 임대해서 얻는 소득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뜻이다.

1세대 1주택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 종부세 납부유예와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상향(일반 6억 원→9억 원, 1세대 1주택 11억 원→12억 원) 등의 혜택과 비교해도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혜택이 더 크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공약한 것처럼 금융투자과세 도입도 2025년으로 유예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보유금액 기준 10억 원 이상이던 ‘대주주’ 양도소득 과세 기준을 완화, 보유금액 100억 원 이상인 ‘고액주주’로 바꾸는 대목이다. 특히 본인과 특수관계인 보유액을 합산하던 기준을 별도로 바꿨다. 이전에는 가족 4명이 3억 원씩 총 12억 원어치의 주식을 가졌다면 과세대상이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들을 따로 봐 과세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내년부터 없애기로 한 증권거래세는 2025년에야 폐지할 방침이다. 주로 부자들이 투자하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이자소득을 분리과세해주는 특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은 면세점을 1200만 원에서 1400만 원으로 상향한 게 골자다. 3040에 가장 많은 소득구간대인 4600만~5000만 원도 세율이 24%에서 15%로 9% 포인트 낮아진다(표2 참조). 88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변함이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