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시장가액 비율 변동 없이 100% 적용…내년부터 다시 부담 커질 수도
국토교통부가 3월 23일 공개한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7.22%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83%포인트(p) 하락했지만, 전년이 2007년 이후 최고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등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종부세 과표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활용하기로 했다. 만약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같거나 낮은 경우 올해 분을 적용한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세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변동 없이 올해 100%로 적용하면서다. 전년에는 이 비율이 95%여서 공시가격의 95%만 과표로 인정됐다. 정부는 올해 1주택자 1인당 평균 종부세가 166만 6897원으로 작년(158만 2758원)에 비해 5.3%(8만 4139원)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한 종부세 납부 인원은 21만 4000명으로 늘어나고, 1인당 평균 세액은 194만 486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2.9%(36만 2102원)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임시조치인 만큼 올 한 해 부담만 줄어들 뿐 내년에 다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8억 원이었던 집이 올해 10억 원으로 올랐고, 내년에는 11억 원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올해는 10억 원이 아닌 8억 원이 과표가 되지만, 내년에는 11억 원이 과표가 된다. 소득이 제한적인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납부 유예도 부담 시기만 늦춰줄 뿐 부담하는 총량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 힘 김상훈 의원실이 행정안전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17곳의 ‘2016~2021년간 주택분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합산) 현황’을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대비 2021년 재산세 부담액은 3조 6183억 원에서 5조 1967억 원으로 43.62% 늘었지만, 종부세는 3208억 원에서 5조 6789억 원으로 1670% 폭증했다. 특히 종부세 증가율은 서울(1308%)이나 수도권(경기·인천 2180%)보다 지방(2306%)이 더 높았다. 지난해에는 지방의 종부세 부담액이 수도권을 추월했다. 그만큼 전국민적인 부담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다시 낮추고 공시가격 현실화 일정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시가격의 시가반영율을 빠르게 높이면 실제 집값 상승률을 넘어서는 보유세 부담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집값은 하락했는데, 공시가격과 과표는 높아지는 상황도 가능하다. 공정시장가액 조정과 공시가격 시가 반영 로드맵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60~100%를 적용할 수 있다. 과표를 40%까지 낮출 수 있는 셈이다. 공동주택공시가격 결정권도 사실상 국토부에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도 새 정부가 빠르게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궁극적으로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도 대선 패인을 ‘부동산’으로 보고 6월 지방선거와 향후 총선을 대비해 보유세 부담 완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종부세가 민주당 정부의 상징적 정책인 만큼 완전 폐지까지는 못해도 1주택자에 한해서는 없애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낮아질 전망이다. 재산세 과표 동결과 함께 하반기 건보료 2단계 부과체계 개편으로 재산 규모에 관계없이 재산공제액이 5000만 원 일괄로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 평균 11만 원을 웃돌던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9만 2000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또 주택소유자 공제기준 및 공제금액에 따라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세대 1주택자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금융부채에 대해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한 액수를 공제해줄 방침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