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산 이어 계열사는 상장폐지 위기…타개책 매각 택했지만 흑자규모 줄어 성공 장담 못해
#에디슨모터스의 어제와 오늘
에디슨모터스의 전신은 한국화이바 전기버스 사업부다. 한국화이바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충전식 전기버스를 생산해 상용 노선에 투입하는 등 업계 선발주자로 꼽혀왔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탓인지 실적은 좋지 않았다. 한국화이바는 2015년 전기버스 사업부를 TGM이라는 법인으로 분리한 후 중국 타이치그룹에 매각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타이치그룹은 2017년 에너지솔루션즈에 TGM을 재매각했고, 에너지솔루션즈는 TGM의 사명을 에디슨모터스로 변경했다.
에너지솔루션즈의 시작은 방송국 프로듀서(PD) 출신의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1998년 설립한 외주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씨에이에이였다. 씨에이에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폐기물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뛰어들면서 성과를 거뒀다. 씨에이에이는 2008년 사명을 이이에스로 변경했고, 2017년 현재의 에너지솔루션즈로 다시 변경했다. 에너지솔루션즈가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한 후인 2019년, 에디슨모터스는 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디슨모터스는 2021년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대금을 제때 내지 못해 올해 3월 매매계약이 해제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일방적인 계약 해제라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에디슨모터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영권 회장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삼화회계법인은 지난 3월 에너지솔루션즈의 다른 자회사 스마트솔루션즈의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제시했다.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 스마트솔루션즈의 거래를 정지한 상태다.
이어 지난 5월에는 파산 신청을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스마트솔루션즈가 36억 원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권자 8명이 파산을 신청한 것이다. 스마트솔루션즈는 초소형 전기차 생산 업체로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맺기도 했다. 다행히 채권자와 협의를 맺으면서 파산은 면했지만 ‘36억 원도 없으면서 수천억 원의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스마트솔루션즈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스마트솔루션즈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최근 1년 동안 8차례나 공시를 번복해 누계벌점 15점이 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솔루션즈가 번복한 공시는 쌍용차 인수합병(M&A) 투자계약 해제, 이에 따른 유상증자 철회, 전환사채 발행결정 철회 등이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된다. 스마트솔루션즈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 해소 이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마트솔루션즈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이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스마트솔루션즈의 주가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6000원 수준이었지만 쌍용차 인수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1월 8만 24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면서 주가도 1만 원대 수준으로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솔루션즈가 쌍용차 관련 이슈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결국 강영권 회장은 에디슨모터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프라이빗딜(비공개매각)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매각자문사로는 케이알앤파트너스를 선정했다. 강 회장은 에디슨모터스 매각을 통해 스마트솔루션즈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디슨모터스 매각 전망 살펴보니
에디슨모터스의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에디슨모터스가 흑자를 거두고는 있지만 그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의 영업이익은 2019년 56억 원, 2020년 28억 원, 2021년 11억 원으로 하락세에 있다. 그렇다고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같은 기간 동안 매출 규모는 809억 원, 898억 원, 817억 원으로 80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버스 판매량은 2020년 1008대, 2021년 1275대였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시장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이 중에서 중국 브랜드 전기버스 판매량은 2020년 343대, 2021년 480대였다. 각각 34.03%, 37.65%에 해당하는 수치로 갈수록 중국 전기버스 판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국내차와 수입차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우진산전 등 국내 경쟁 업체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에디슨모터스가 수출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매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실제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의 전기버스는 현존하는 11m 전기버스 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성능을 갖고 있다”며 “에디슨모터스는 예전 한국화이바로부터 이어받은 복합소재 경량화 기술을 갖고 있고, 모터나 배터리 등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쌍용차 노동조합은 지난 3월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관련 기술력을 신뢰할 수 없고, 기술 부분을 검증하니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에디슨모터스 기술 연구 책임자는 ‘승용 SUV에 적용할 전기차 기술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이고, 쌍용차 연구진과 협업해야만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인지 현재 투자은행(IB)업계에서 거론되는 에디슨모터스 인수 후보는 SK그룹과 ST리더스PE 정도다. SK그룹은 친환경 사업에 관심이 많고,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ST리더스PE는 지난해 중국 전기버스 업체 하이거의 한국 총판사인 피라인모터스를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ST리더스PE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매각과 관련해 에디슨모터스의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