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부르면 발라드 향, 발라드 부르면 트롯 맛…레전드 나훈아·조용필처럼 ‘임영웅 장르는 임영웅’
#임영웅은 트롯 가수다
팬들의 댓글 속 반응과 달리 굳이 구분하자면 임영웅은 트롯 가수가 맞다. 우선 그를 가수의 길로 이끈 장르가 트롯이다. 애초 발라드나 R&B 가수가 되려 했고 이런 장르로 몇몇 가요제에 나갔지만 입상에 실패한 임영웅은 결국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한 가요제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트롯을 불렀다.
2016년 2월 KBS ‘전국노래자랑’ 포천 편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한 임영웅은 그해 7월 SBS ‘판타스틱 듀오’ 이수영 편에 출연했는데 이때는 아예 본인을 ‘홍대 트롯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판타스틱 듀오’에 출연한 모습을 본 한 연예 기획사에서 연락을 받고 데뷔 음반 준비에 들어간 임영웅은 한 달 뒤인 8월 데뷔 앨범 ‘미워요’를 발표하며 정식 가수가 된다. 그렇게 ‘트롯 가수 임영웅’이 탄생했다.
2017년 1월 신곡 ‘뭣이중헌디’를 발표했고, 그해 12월 KBS ‘아침마당’의 ‘도전 꿈의 무대’에 출연했다. 2018년 3월 ‘엘리베이터’를 발표하고, 8월에는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를 발표하며 서서히 성장한 그는 그해 12월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산 방송에 초대가수로 출연할 만큼 트롯 가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 트롯 업계에선 실력파 신예로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 대중에겐 익숙지 않던 임영웅은 2020년 초 방영된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1등인 진의 자리에 오르며 전국민이 사랑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발라드나 R&B 가수를 꿈꿨지만 대중은 트롯 가수 임영웅을 먼저 주목했고, 그 역시 트롯 가수로 대중 앞에 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당연히 임영웅은 트롯 가수다.
#뜨고 나니 달라졌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에서 1위에 오르며 그 상으로 조영수 작곡가에게 곡을 받았는데 바로 ‘이제 나만 믿어요’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1위 특전곡이니 당연히 트롯 장르의 노래여야 하는데 사실 발라드에 가깝다. 정확히 분류하자면 ‘팝발라드 풍 트롯’이다. 이후 쌍용자동차 올 뉴 렉스턴 광고 삽입곡 ‘HERO’를 불러 큰 사랑을 받았는데 장르가 브리티시 팝이다.
이후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최초로 공개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정통 트롯 장르곡이다. 이후 ‘신사와 아가씨’ OST인 ‘사랑은 늘 도망가’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 노래는 이문세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이문세는 대표적인 한국의 발라드 가수다.
임영웅의 데뷔 첫 정규 앨범 ‘IM HERO’는 아예 타이틀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부터 명품 발라드를 추구한다. 작사·작곡 이적, 편곡 양시온, 스트링 편곡 정재일의 라인업부터 확실히 발라드다. 그렇다고 발라드 앨범은 아니다. 임영웅의 데뷔 첫 정규 앨범 ‘IM HERO’에는 발라드와 트롯은 물론이고 팝, 힙합, 댄스, 포크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미스터트롯’ 진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임영웅은 분명 트롯 가수였다. 그 이후 행보는 발라드에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트롯 가수의 정통성도 놓지 않고 있다. 애초 발라드나 R&B 가수가 되려 했던 임영웅이 결국 트롯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결국 발라드 가수의 꿈에 더 매진하려는 것일까. 쉽게 말해 뜨고 나서 달라진 걸까.
#임영웅의 장르는 임영웅이다
임영웅이 트롯을 부르면 발라드의 향기가 짙게 풍기고, 발라드를 불러도 트롯의 맛이 느껴진다. 오묘한 조화다. 임영웅 역시 무명 시절부터 본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홍대 인근에서 버스킹을 하던 무명 시절 한 인터뷰에서 임영웅은 “발라드와 트롯의 조합이라는 의미로 ‘발로트’라고 표현을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발로트’ 하면 임영웅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임영웅의 장르는 ‘발로트’다.
그런데 임영웅은 거기 멈추지 않았다. 이번 정규 앨범 ‘IM HERO’ 역시 발라드와 트롯이 중심축이지만 팝, 힙합, 댄스, 포크 등 다채로운 장르가 녹아 있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1등 출신인 만큼 대한민국 트롯을 이끌어 가야 할 책임감이 그에게 주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 역시 가수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임영웅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올곧게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레전드급 가수들 대부분이 그래왔다. 나훈아는 대표적인 트롯 가수지만 발라드와 포크, 블루스는 물론이고 국악과 민요까지 아우른다. 조용필은 ‘가왕’이라는 호칭답게 가요계에서 활동하며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구해왔다. 트롯 장르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이런 까닭에 나훈아와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굳이 장르로 구분하지 않는다. 나훈아는 나훈아의 음악을 하고 있고, 조용필도 조용필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아직 임영웅에게 레전드라는 호칭은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 임영웅은 대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고, 팬들이 그 행보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톱스타라는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노력을 거듭하는 가수에게 가장 큰 에너지원이 팬들의 사랑임을 감안하면 임영웅은 행복한 가수가 아닐 수 없다. 임영웅 역시 임영웅의 음악을 하는 가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구분하자면 임영웅의 장르는 임영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