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전초전’ KOVO컵 매진 행렬 이끌어…몸만들기로 점프력·근력 향상, 여전한 기량 과시
#여전한 김연경 파워
지난 6월 김연경의 흥국생명 입단 소식이 전해졌다. 2020-2021시즌 활약 이후 팀을 떠난 지 1년만이었다.
2년 전 코로나19로 다수의 해외 리그 일정이 중단되고,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김연경은 국내 복귀를 택했다. 이번엔 2년 전과 다른 상황에서 그는 다시 한번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팀 체질개선을 원하는 흥국생명, 국내 팬들을 다시 만나려는 김연경의 의지가 합쳐진 만남이었다.
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김연경은 여전한 파워를 자랑했다. 영향력은 코트 밖에서도 대단했다. 지난 13일 막을 올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경기 매진 행렬을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와 대표팀 멤버 없이 치르는 KOVO컵은 정규 시즌에 앞선 전초전 또는 몸풀기 격으로 간주되는 대회다. 하지만 개막전 일정이 배정된 지난 13일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경기는 온라인 판매분이 20분 만에 매진됐다. 김연경의 티켓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개막전이 주말인 토요일에 열린 만큼 이후 일정들까지 흥행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연경이 뛰는 흥국생명 경기는 이후로도 매진을 이어갔다. 평일 일정, 개최지가 순천이라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기장 내 영향력 또한 여전했다. 김연경은 1년 만의 복귀전인 기업은행전에서 승리를 이끈 데 이어 강팀으로 분류되는 GS칼텍스전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각각 18점과 16점을 기록, 공수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
#지난 복귀에서 입은 상처
2년 전 김연경의 복귀는 더 큰 주목을 받았다. 10년 이상 해외생활만 지속하다 국내 무대 복귀를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흥국생명은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데다 김연경까지 입단하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일각에서는 '전승우승'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순항하는 듯했지만 한 팀에서 뛰게 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고 흥국생명은 KOVO컵, V리그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박미희 전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상위권 전력을 자랑해온 흥국생명이었기에 실망감은 더했다. 이재영이 주축이던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하던 이다영을 FA로 잡은 데 이어 김연경까지 영입하며 국가대표에 버금가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이 손에 쥔 것은 김연경의 정규리그 MVP 수상뿐이었다.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팀 내 내분이 일어났고 외국인 선수의 부진도 팀의 성적에 한몫했다. 김연경으로서도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연경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다. 팀의 전력 보강이 이뤄진 상황에서 합류,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해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 세계적 기량을 자랑하는 김연경이지만 3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데 합의했다. 이에 '페이컷 논란'이 이어진 것이다. 샐러리캡이라는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일부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1년 만에 달라진 환경
김연경이 자리를 비운 기간은 단 1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흥국생명은 많은 면이 변했다. 물의를 일으킨 쌍둥이 자매, 김연경까지 빠진 흥국생명은 전력이 급격히 약해지며 지난 2021-2022시즌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에 간신히 앞선 6위를 기록했다. 내분으로 흔들렸던 IBK기업은행에도 앞서지 못했다.
2년 전에 비해 약해진 전력이지만 김연경이 편안히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김연경은 이번 입단 때는 1년 7억 원(연봉 4억 5000만 원, 옵션 2억 5000만 원)의 금액에 계약했다. 이번 시즌, 일부 대표급 선수가 페이컷 논란에 휘말린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팀을 이끄는 지도자 또한 교체됐다. 장기간 흥국생명을 맡아온 박미희 감독이 떠나고 권순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여자배구 경력은 이번이 처음인 권 감독이지만 데뷔 무대인 이번 KOVO컵에서 이전보다 빠른 배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흥국생명의 홈 경기장 또한 김연경의 지난 활약 때와는 달라졌다. 흥국생명은 연고지 인천 내에서 홈경기장을 이동했다. 기존 계양체육관에서 삼산체육관으로 둥지를 옮겼다. 접근성면에서 좋아졌기에 더 많은 팬들의 경기장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김연경 역시 입단 소감을 밝히며 이 같은 부분을 강조했다. 김연경의 이번 복귀 의지는 '국내 팬들과의 만남'이 담겨있었다. 지난 2020-2021시즌 활약 당시 V리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중입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상황은 다르다. KOVO컵 경기가 매진이 되듯 V리그 또한 흥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미래는
이번 KOVO컵 예선 일정에서 흥국생명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을 상대로는 승리하고 GS칼텍스에게는 패했다. A조 2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2년 전 전승 우승을 노리던 전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섣부른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 이번 대회에서는 팀이 정상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강화 훈련을 진행 중인 국가대표팀에 일부 전력을 내준 상황이다. 또한 대회 개막 전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적은 인원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 두 번째 경기였던 GS칼텍스전에서는 일부 선수에게서 지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김연경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중국 리그 일정이 다소 일찍 마무리돼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좋은 활약을 보였다. 김연경은 신체능력 강화를 위해 지난봄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2개월간 몸만들기에 매진, 점프력과 근력 등에서 향상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30대 중반에 이미 접어들었지만 당분간 국내 정상급 기량은 유지될 전망이다.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2021시즌을 함께했던 베테랑 김세영은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흥국생명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출산으로 자리를 비워 김연경과 함께하지 못했던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이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김연경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년 만에 다시 친정팀으로 복귀한 김연경이지만 이번 시즌 이후에도 동행을 이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간 '흥국생명 외 팀에서 김연경이 활약할 것'이라는 예측이 배구계에서 간간히 흘러나온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존재했다. 국내 무대에서 6년을 채워야 자유계약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오는 시즌을 마지막으로 흥국생명에서의 6년을 채우게 된다. 이번 복귀 시 계약 기간은 1년이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