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 점퍼스 대표이사로 현장에 돌아갔지만 방송 출연은 계속해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PD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PD가 만든 프로그램에 허재 전 감독이 출연했다고 하더라. ‘농구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워낙 유명했던 농구인이라 출연 섭외부터 조심스러웠는데 막상 방송 녹화를 위해 만난 허재 전 감독의 모습이 아주 소탈했던 모양이다. 깐깐하고 상대하기 어려울 거란 선입견을 깨고 먼저 제작진들에게 다가왔고, 작가들도 잘 챙기면서 연예인 출연자들과도 살갑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허재 전 감독이 달리 보였다고 했다. 허재 전 감독이 처음 JTBC ‘뭉쳐야 찬다’에 나왔을 때만 해도 한두 번 예능 출연하다가 사라질 줄 알았다. 그가 강호동, 안정환, 서장훈처럼 입담이 좋은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한테는 남다른 뭔가가 있었다. 그건 방송인들이 좋아하는 ‘색깔’이었다. 그 색깔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전주 KCC 전 감독이자 지금은 창단팀인 고양 캐롯 점퍼스 구단의 대표인 허재 대표이사가 방송가에서 보이고 있는 행보는 농구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허 대표의 측근 중 한 명은 기자에게 “허재 형이 방송을 그렇게 즐길 줄 몰랐다”면서 “단순히 돈벌이가 아닌 프로 방송인으로 방송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두 아들인 허웅과 허훈까지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꼽히고 있고 삼부자가 방송에서 보이는 티키타카가 꽤 재미있는 아이템들로 활용된다. 한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허재 형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2년 전 허재 대표이사가 물 광고를 찍기 위해 제주도로 향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를 도왔던 연예 기획사 실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원래 촬영이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1박하고 반나절 만에 촬영이 완벽하게 끝났다. 그 이유가 허재 감독님이 50여 페이지가 넘는 콘티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완벽하게 외웠고, 상대 출연자의 대사까지 다 외워둔 바람에 별다른 NG 없이 물 흐르듯이 촬영이 진행됐다.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촬영이 끝났고, 광고 영상이 노출됐을 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그때 순간적으로 허재 감독님이 방송하려고 농구했었나? 하는 착각을 했을 정도다.”
방송에서 맹활약하던 허재 대표는 항상 농구에 대한 갈증을 나타냈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한번 코트를 떠나니 다시 코트로 돌아가기가 쉽진 않았다. 그러다 이번 고양 캐롯 점퍼스 구단 대표이사로 농구장으로 돌아갔고, 후배 김승기 감독과 창단팀에서 동고동락할 예정이다.
허재 대표의 방송 출연은 계속된다. 그는 방송과 농구단 대표이사직을 조화롭게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 캐롯 점퍼스 구단 입장에선 허재 대표만큼 확실한 홍보 효과도 없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