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생존 가능하게끔 경쟁력 강화 필요성 대두…산은 “컨설팅 결과 보고 방안 마련할 것”
대우조선의 사업부는 상선, 특수선, 기타로 나뉜다. 상선 사업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을 건조하고, 특수선 사업부는 잠수함, 군함 등 주로 방산 분야에 쓰이는 선박을 만든다. 기타 사업부는 에너지, 해상 운송 서비스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 대우조선의 매출은 대부분 상선과 특수선 사업부에서 발생하며 기타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1.7%에 불과하다.
앞서의 강석훈 회장의 발언대로 산은이 대우조선 분리 매각을 추진한다면 조선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우선 상선 사업부와 특수선 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다. 방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특수선 사업부는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고 있어 그 특성상 해외 매각이 어렵다. 따라서 특수선 사업부는 국내 기업에 매각하고, 상선 사업부는 국내 매각이 어렵다면 해외 기업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선·특수선 분리 매각은 2016년에도 논의된 바 있다.
다른 방안은 상선 사업부에서 LNG 운반선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올해 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LNG 운반선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합병을 하면 공급 업체가 줄어들어 LNG 운반선의 가격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합병을 불허한 이유”라고 전했다.
대우조선 LNG 운반선 부문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면 EU의 합병 반대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 밖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분리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부는 다르지만 상선과 특수선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공유하는 기초공정이 적지 않다. 상선·특수선의 기초공정을 분리하면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측은 “한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과 생태계를 흔들거나 대우조선과 지역 경제를 파괴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며 “분리 매각은 대우조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해체하고, 재벌 특혜인수와 해외자본 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업계에서도 현실적으로 분리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상선 사업부와 특수선 사업부가 공유하는 공간이 적지 않아 이를 분리하는 것만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두 개 이상의 업체가 한 조선소를 공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상선은 같은 야드를 공유하고 있어 LNG 운반선만 따로 매각하는 것은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외부의 전망과 달리 현대중공업그룹과 한화그룹은 내부적으로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매각 전까지 정부 관리 체제로 운영된다. 문제는 올해도 대우조선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에 대해 “예상치 못한 대내외적 이슈로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도 고정비 부담으로 인한 경상 적자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올해 대우조선이 6601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 역시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최근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상승, 대러시아 제재 장기화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우조선이 올해 위기만 넘기면 2023년부터 독자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우조선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 등의 방식으로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대우조선 스스로도 “2023년 이후 적정 매출 확보, 원자재 가격의 하락 상황을 고려할 경우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및 영업이익 실현 등 회사 자체의 수익개선으로도 자본구조는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해 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BCG는 올해 3월 컨설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가 급변하면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당장 대우조선 매각이나 독자 생존이 어렵다면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업계가 불황에 빠지더라도 공적자금 없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실을 다져 놓으면 향후 대우조선 매각을 재추진할 때도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현재 대대적인 투자를 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79.04%에서 지난 6월 말 676.45%로 늘어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지만 분리 매각이라고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경쟁력 강화 관련해서는) 오는 9월께 나올 예정인 컨설팅 결과를 보고 정부 부처와 협의한 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