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장, 공권력 투입 부정적 입장 내비쳐…“위압감 조성 우려, 경찰차 이동 배치 부탁 드렸을 뿐”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5일 전인 10월 26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사무실에서 용산구 유관 단체 회의가 열렸다.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면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연합회와 이태원역장 등이 모였다.
참사 이후 경찰은 당시 연합회가 “핼러윈을 앞두고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 내용’에 따르면 연합회 측은 “지난해 경찰 기동대를 (이태원)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다”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과 기동대가 너무 과도하게 배치돼 영업이 안 됐다는 연합회 측 주장이었다.
경찰 주장대로라면 연합회는 ‘핼러윈 특수’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는 용산구청에도 “이태원 지구촌 축제(10월 15~16일)는 사실상 상인들에게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핼러윈 특수’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적극 조력해온 만큼 핼러윈 기간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연합회 측은 11월 1일 연합뉴스 등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경찰 증원을) 요청했으면 했지, 어떻게 단속하지 말라고 요청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10월 31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만났던 이 아무개 연합회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현장 투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사 아닌가. 그걸 갖다가 공권력을 행사할 건가”라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우리(연합회)는 봉사자이고,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다만 우리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걸 예상을 해서 대처를 했고, 경찰서장까지 나와서 같이 순찰도 돌았다”고 전했다. 연합회 측이 경찰 병력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경찰에서는 200명이 투입(실제 137명)이 됐다. 서장님도 그렇게 협조적으로 나와서 같이 단속도 하고. 단속이라기보다 이건 계도다. 주최자가 없는, 시민에 의한, 시민들을 위한 그 잔치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당시 참사 현장에 있었다는 이 회장은 “10시 5~15분쯤 경찰에 신고했던 걸로 기억한다. 뒤 길(세계음식거리)로 해서 사람들을 빨리 빼내라(고 했다). 그런데 이 통로가 다 막히는 바람에 시민들이 협조를 안 했다. 그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연합회가 핼러윈데이에 앞서 이태원역장에게 무정차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역장님께 사람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면, 재량껏 무정차로 넘겨라”며 “역장님의 판단 하에 무정차로 통과시킬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현재 용산경찰서와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발생 이전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는지를 놓고 또 다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과 연합회 간 공방이 벌어진 후인 11월 4일 이 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코로나19 때는 우리가 영업시간 제한인 상태로 일을 했었다. 10시쯤 되면, 경찰이든 구청이든 관계자들이 전부 다 가게 들어와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공권력은 누군가가 잘못했을 때 발생하는 거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제에 그런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며 “자율적으로 즐기고 있는데, 위압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일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경찰 투입) 자제는 경찰 병력 200명과 기동대가 온다고 했다. 시민들이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삼거리에다가 (경찰차를) 쭉 세워놓게 되면 위압감을 조성할 수 있으니까 차량 배치를 그쪽에 하지 마시라고 했다. 차량 통행에도 문제가 있고 하니까 차량을 다 안 보이는 곳으로 해 달라 부탁 좀 드렸던 부분”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역 내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박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직에 올랐으며, 지난 10월 15일 이태원지구촌축제 개막식에서 열린 용산구민의날 행사에서 용산구민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 구청장과의 친분에 대해서 이 회장은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살았는데, 구청장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구조에 나섰던 이태원 상인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점주는 폐업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연합회는 이태원 상인들에게 11월 5일까지 휴업을 권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100여 개가 넘는 상점들이 국가애도기간 휴업에 참여한 상태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