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다년 계약 제의했으나 FA 신청…“주효상 영입 보고 느낀 점 있을 것”
KIA는 주전 포수 영입을 위해 지난 4월 26일 키움에 202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내야수 김태진, 현금 10억 원을 얹어 박동원을 트레이드해왔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박동원의 상황을 고려할 때 KIA의 트레이드를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본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KIA는 박동원과 비FA 다년 계약을 자신했다. 장정석 단장은 실제로 박동원과 시즌 중에도 다년 계약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마치고도 단장과 선수가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박동원은 KIA의 최종안을 받아 들고 고민하다 구단에 FA 신청을 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KIA는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KIA는 박동원 측에 FA 시장에서 계약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KIA와 협상 테이블을 갖는다면 다년 계약을 위해 제시한 금액보다 낮아질 거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KIA와 박동원과의 협상은 왜 틀어진 것일까. 장정석 단장과 박동원은 히어로즈에서 오랜 인연을 맺었다. 실제 둘 사이가 꽤 친밀하다. 장 단장은 박동원을 트레이드 시킬 때 그를 KIA의 주전 포수로 계속 활용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비FA 다년 계약을 통해 인연을 이어갈 것으로 믿었다. 박동원도 장 단장이 있는 KIA로의 트레이드에 만족했다. 경기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수비뿐만 아니라 홈런으로 강점을 발휘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이도 비즈니스로 접근하면 담담해질 수밖에 없다. 돈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KIA는 키움에 2024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주효상을 영입했다. 박동원 유출에 대비한 차선책이었다. 당시 장정석 단장은 박동원의 FA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동원으로선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박동원이 주효상 트레이드를 보고 느낀 점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비FA 다년 계약을 제안하면서 또 다른 포수 트레이드를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박동원의 FA 신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일요신문'에서 접촉한 에이전트들은 양의지보다 몸값이 낮을 박동원 카드가 의외로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타력에다 수비력, 도루저지능력까지 두루 갖춘 32세 포수는 양의지 영입에 부담을 갖는 팀들이 모두 탐을 낼 만하다는 것. 실제로 포수가 시급한 수도권의 한 팀에서 박동원 영입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과연 박동원은 KIA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포수 FA에 키를 쥐고 있는 게 양의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박동원도 그에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