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첫 기자회견…유족들, 희생자 사진 들고 대성통곡 “158명 생매장”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과 요구사항 등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유족에 대한 지원을 공표할 게 아니라 참사의 진상을 확인하고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유족들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했는데 정부가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유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헌법상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 대통령은 조속히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나아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거짓 해명을 한 자들을 무관용으로써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및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참사 당시 뿐만 아니라 참사 이전, 참사 이후까지 진상과 책임이 모두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선 유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희생자 이상은 씨의 아버지는 “딸을 먼저 보낸 미안함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억장이 무너져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고 언급했다.
희생자 송은지 씨의 아버지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만 차디찬 이태원 도로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은 생명의 촛불이 꺼질 때 뭐 하고 있었냐. 뒷짐 지고 식당 가고 부하에 책임을 떠넘기고”라며 질책했다.
희생자 이민아 씨의 아버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유족들의 모임 구성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노력 등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후속 대처를 비판했다.
희생자 이지한 씨 어머니는 “법 공부한 적은 없지만 살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초동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인재이자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 쳐다만 보면서 158명을 생매장한 사건”이라며 “지능인들로 구성된 줄 알았지만 실상은 탁상공론만 하는 지식인들과 발로 뛰라고 뽑아줬지만 자기 숨만 쉬는 식물인간들”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의 발언이 끝난 후 민변은 유족들과 협의해 결정한 6가지 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민변과 유족들은 정부에 대해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을 요구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