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특위·당무감사 등과 함께 비윤 솎아내기 의혹…“‘친윤 감별사’ 논란 땐 총선까지 악영향”
11월 21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의원을 당협에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전당대회 90% 당원으로 하겠다고 했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생각이다. 언론이 내 머릿속에 없는 얘기를 마음대로 지어서 보도하면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비대위원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줬음에도 기사가 정정 없이 그대로 나가는 건 굉장히 유감스럽고 위험한 것이다. 내가 최종적으로 확인해드린 게 정답이니까 절대로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1월 20일 한 언론은 정진석 위원장이 당 조강특위가 진행 중인 66개 당협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비례대표 의원 배제’ 원칙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은 당원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로 정해진 전당대회 규정을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원 90%, 국민 10%’로 개정하는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윤계가 전당대회 룰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비윤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당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당시 당원투표에서는 이 전 대표(37.4%)가 나경원 전 의원(40.9%)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8.7%를 기록, 나 전 의원(28.2%)을 크게 앞섰다.
친윤계 의원실 한 보좌진은 “일부 의원들이 전당대회 룰 개정을 언급하고 다니는 것 같다. 여론조사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비율 덕분에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심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당내 분란이 생긴다 하더라도 무시하고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서 당원투표 비율을 늘리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처럼 비윤계에서 또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도 일요신문에 “전당대회 시기, 룰 세팅에 대해서 아직까지 한 번도 비대위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당원투표 비율을 90%로 올릴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룰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일부 의원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전대 룰 개정에 돌입하게 된다면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20일 본인의 SNS(소셜미디어)에 “이럴 거면 당명도 바꿔라. 극소수국민의힘, 또는 당원의힘 어떤가”라며 “우리 당 대통령 후보 경선룰은 국민여론 비중이 각 80%(1차 경선), 70%(2차 경선), 50%(3차 경선)였다”고 전대 룰 변경 시도에 대해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대 경선 룰을 ‘100% 당원투표’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면 될 일”이라며 꼬집었다. 안 의원은 “국민과 당원 앞에 당당한 경선을 치르는 것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얻은 1639만 4815표(48.56%)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비당원 우호층(중도층)이 연합해서 만든 결과”라며 “다음 총선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그 이상을 얻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번에 비당원 우호층의 참여를 더 줄이거나 아예 막아버리고 총선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정치에서 무엇보다 예민한 게 선거다. 미세한 룰의 변동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이 쪼개질 정도의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지금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룰 개정은 누가 봐도 비윤계 후보를 밀어내고, 친윤계 후보를 선출하려는 노골적인 계획이다. 누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느냐. 룰 개정 쉽지 않을 거라고 보지만, 최근 친윤계의 모습을 보면 룰 개정을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을 유보했다.
전대를 앞두고 진행 중인 조강특위와 당무감사에서 먼저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은 11월 14일 이성호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하고 당무감사 준비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조만간 위원들을 선임하고, 당무감사를 공고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친윤’끼리도 누가 진짜 ‘친윤’인지를 두고 싸운다. 최소 내년 1~2월에서야 감사가 시작되고, 결론이 나오기까지도 몇 개월 걸린다. 총선 앞두고 나온 감사 결과에 누가 승복하겠나”라며 “과거 ‘진박 감별사’ 논란처럼 ‘친윤 감별사’ 논란이 내부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 공천 파동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전에 김무성 전 대표가 옥새 파동을 일으키지 않았나”라고 우려했다.
조강특위도 11월 21일부터 현재 공석인 66곳 사고 당협위원장의 공모 지원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당협 추가 공모 대상 지역에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던 정미경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와 허은아 의원의 지역구 등 13곳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조강특위가 이준석계·비윤계 당협위원장을 솎아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석기 조강특위 위원장은 11월 9일 “(친이준석, 비윤계 솎아내기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허은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미 6개월 전에 조직위원장을 내정했음에도 정상적인 당의 조강특위가 결정한 것을 비대위의 조강특위가 추가 공모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동대문을 지역구에선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허은아 의원과 ‘친윤계’인 김경진 전 의원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구 총선 공천에서 가장 먼저 고려된다. 비례대표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 간 경쟁이 치열한 이유”라며 “당협위원장 선출부터 내후년 총선 공천까지 잡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부터 당협위원장까지 ‘친윤체제’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에서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으면 당내 잡음이 나와도 총선에서 국민의 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친윤-비윤 갈등이 표면화되면 총선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