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와 소송서 줄줄이 패소 법률대리인 교체…“지연 전략 결코 아냐”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 3명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주식을 이전하는 계약을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체결된 것”이라며 “피고들의 쌍방대리, 계약해제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앤코는 지난해 5월 홍 회장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주당 82만 원에 매입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주식매매계약에서 외식사업부 매각을 제외하는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계약 선행 조건 중 하나인 오너 일가의 처우와 관련한 내용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같은 해 9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등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를 조속히 이행하라며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등의 주식 의결권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가처분도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됐다.
그간 진행된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에서 홍 회장은 잇달아 패소했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 대유홀딩스와 맺은 ‘상호협력 이행협약’의 조기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법원은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듯 줄줄이 소송에서 지고 있지만 홍 회장은 본안 소송 1심 판결 직후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1심에서 홍원식 회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LKB앤파트너스 관계자는 “피고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쌍방대리 행위 등으로 매도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이런 내용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가운데 피고의 권리 보장을 위해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소 뜻을 밝힌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홍 회장 측은 아직까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민사사건에서는 변론기일 전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지난 11일 홍 회장 측은 항소이유서 대신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 법률대리인이었던 LKB앤파트너스를 통해서가 아닌 홍 회장 측이 직접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2심 법률대리인을 교체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앤컴퍼니 측은 홍 회장 측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지난 10월 26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에 걸쳐 ‘절차 진행 등에 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한앤컴퍼니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관계자는 “1심에서도 계속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더니 2심에서도 변호인 선임이 늦어졌다는 이유 등으로 지연을 시키고 있어서 빠른 절차 진행을 위한 의견서를 두 차례 냈다”고 밝혔다.
법원도 2심 재판에 대한 빠른 진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통상 항소이유서 제출 이후 변론기일을 지정하는데, 아직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법원은 다음달 8일을 변론기일로 먼저 지정했다. 또 15일에는 준비명령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항소이유서가 제출되기 전에 변론기일부터 지정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의 신속한 진행에 신경을 쓰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홍원식 회장 측은 뒤늦게 법률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지정하고 이를 재판부에 알렸다. 앞서 한앤컴퍼니와 벌인 가처분소송과 본안소송, 위약벌 소송 모두 LKB앤파트너스를 매번 변호인으로 선임했으나 줄줄이 패소했고 이 때문에 법률대리인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새롭게 맡은 법무법인 바른 측 관계자는 “1심을 (바른에서) 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항소심부터 재판에 들어갈 때는 사건 파악을 위해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고 기일을 늦추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관심을 받는 사건이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변호인 선정에 대해 검토할 사항이 많아 늦어진 것일 뿐 지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고려할 요소가 많고 절차에 따라 신중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앤컴퍼니는 주식양도 항소심과 별개로 추가 소송에 나섰다. 법조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22일 남양유업 오너 일가를 상대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그간 발생한 소송 및 기타 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항소심에서도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압박 카드로 손배소를 제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의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1심에서 증인신문 등 할 걸 다 했고 더 이상 2심에서 할 게 없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사실상 다시 판단 받는 정도일 텐데, 항소이유서 제출 전에 재판부가 변론기일부터 지정한 걸 보면 2심 판단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