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정산 0원” 이승기 주장에 “재계약하며 전부 청산” 후크엔터 반박…권진영 대표 폭언·협박 공개 후폭풍
#쟁점은 결국 ‘정산’
이승기가 후크엔터에 가장 중대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음원료 미정산 문제다. 2004년부터 본격적인 후크엔터 소속 가수로 활동하며 27장의 앨범, 137곡의 노래를 발표한 이승기는 18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음원 수익 정산 내역을 받은 바가 없었다고 했다. 음원료를 물어보려 치면 권 대표가 늘 “너는 마이너스 가수”라며 면박을 줬기 때문에 정확한 회계자료를 확인하지 못하고 이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승기의 앨범을 제작할 때마다 제작비, 홍보비, 활동비 등으로 거액이 사용됐기 때문에 음원 자체로는 수익이 나올 수 없고 늘 마이너스 구조였다는 식이었다.
이승기는 최근에야 후크엔터 직원이 잘못 보낸 음원 정산 문자를 받고 자신도 음원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지난 11월 15일 후크엔터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자신이 참여한 모든 앨범의 유통으로 인한 수익 내역을 공개하고 이에 기초해 미지급된 음원료를 정산해 줄 것을 요구했다. 후크엔터 측이 자료 제공을 미루자 “합당한 근거가 없을 경우 계약해지까지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09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승기의 음원 수익 총 96억 원 상당이 발생했는데, 이 이전 기간인 2004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약 5년치 수익은 회계 장부에서 누락됐다. 당시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내역이 정리되지 않았고, 그 탓에 다수의 자료들이 유실돼 현재로썬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시기는 이승기를 톱가수 반열에 올렸던 ‘내 여자라니까’ ‘삭제’ 등이 발매된 시기이기 때문에 상상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이승기는 가요 방송은 물론이고 KBS2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2006)와 KBS2 예능 ‘1박 2일’(2007),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 등을 통해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승기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수익이 ‘마이너스’는커녕 현재 알려진 96억 원을 더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누락된 음원 수익의 경우 후크엔터에 저작권료 등을 지급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수익이 확인되더라도 후크엔터가 과연 이를 어디에 사용했을지는 두 번째 문제가 된다. 가수에게 알려지지 않고 소속사 안에서 사라진 거액의 수익 행방은 후크엔터에 대한 ‘횡령’ 의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 후크엔터 측은 “음원 수익이 누락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결국 진실공방은 정식 재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압수수색과의 연관성은?
11월 10일 후크엔터는 갑작스런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보도되면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소속 배우 박민영의 전 남자친구이자 ‘빗썸’의 숨은 회장으로 불리던 강 아무개 씨의 시세조종 혐의 등을 수사하던 경찰이 그와 연결된 기업체를 들여다보던 과정에서 후크엔터를 함께 수사대상에 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강 씨는 자신이 얽혀있는 빗썸 관련 기업을 통해 원영식 초록뱀미디어 회장에게 거금을 투자받았다고 알려졌는데, 후크엔터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초록뱀미디어와 합병돼 그 자회사가 됐기 때문에 연관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크엔터 압수수색의 경우 경영진의 횡령 의혹이 명목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의혹에 이승기의 미정산 문제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대두됐다.
다만 후크엔터 측은 이승기의 주장에 대해 11월 25일 공식입장을 내고 “이승기와 후크엔터는 2021년 전속계약을 종료했다가 재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동안의 정산 내역 등을 쌍방 확인해 금전적 채권채무관계를 청산했고 이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후크엔터는 2013년 이승기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47억 25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렸다가 7년 만인 2020년 일시상환하기도 했는데 이를 제외하고도 지난해까지 채권채무가 남아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는 이승기 측이 밝힌 ‘음원료 미정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점과도 맞물린다. 권진영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정산 문제를 제기했으나 “마이너스 가수에게 정산을 어떻게 해주냐”는 면박만 들으며 갈등을 빚던 시기이기도 하다. 후크엔터 측 주장과 합쳐 생각한다면 이 문제로 계약 유지 여부를 논의하다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산 내역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승기가 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내용증명을 보내자 결국 권 대표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후크엔터는 외부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소속 연예인들에게 큰 투자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연예인들의 몸값은 높은데 인건비는 적게 들이니 회사 자체의 수익이 많이 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라며 “특히 초창기 소속 연예인이었던 이승기의 경우는 톱스타가 되고 나서도 소속사와 수익 배분 비율이 6(이승기) 대 4(소속사) 수준이었던 기간이 다소 길었던 것으로 안다”고 짚었다. 이처럼 소속사에게 유리한 계약 내용이 유지되는 동안 그 정산 내역을 연예인이 정확히 알지 못했다면 해당 기간 누락된 수익이 현재 점쳐지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 리스크’ 터진 후크엔터 앞날은?
후크엔터는 권진영 대표가 2002년 7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한 연예기획사로 같은 시기 이승기를 영입해 줄곧 그를 간판 연예인으로 활동시켜 왔다. 이후 2010년 이서진, 2017년 윤여정 등 '알짜배기'라는 연예인들과 계약을 체결해 매년 큰 수익을 냈다. 2020년 12월까지 권 대표가 지분 100%를 가진 대주주였으나 이듬해 12월 초록뱀미디어가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후크엔터는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가 됐다.
권진영 대표는 연예계뿐 아니라 부동산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자산가이자 투자자로 소문난 인물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자리한 후크빌딩을 2015년 참존으로부터 138억 원을 지불하고 매입한 권 대표는 청담동에만 빌딩 세 채를 소유했다. 당시 기준으로도 건물 가치는 최소 300억 원 이상에 달한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이야기였다. 후크엔터의 이름으로 매입하긴 했으나 권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보니 결국 권 대표 개인 자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초록뱀미디어에 지분 양도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본인 보유 지분의 38%에 해당하는 167억 원어치의 주식을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 전원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초록뱀미디어는 후크엔터의 지분 100%를 440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권 대표에게는 270억 원 상당의 ‘대박’이 터졌던 셈이다.
당시 권 대표는 “24년 동안 매니저를 하면서 소속사 연예인들이 한결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며 “힘들 때나 즐거울 때 함께 동고동락한 후크 직원들 모두를 내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증여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속 연예인과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해 왔다는 권 대표지만 이번 이승기 미정산 문제를 두고 나온 욕설과 협박성 발언으로 인해 기존 이미지메이킹이 크게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월 23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이승기의 내용증명에 분노한 권 대표가 “내 이름을 걸고 (이승기를) 죽여버릴 거다, 내 나머지 인생을 이승기를 죽이는 데 쓰겠다”는 발언을 하고 후크엔터 경영진인 A 이사, 이승기의 매니저 B 씨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이후 권 대표의 명의로 즉각 물의를 사과하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정산 문제를 넘어서 대표의 욕설과 협박, 폭언 녹취가 공개된 것은 이승기와의 계약해지 및 재판과 별개로 후크엔터의 앞길에 새로운 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이승기 급 스타도 미정산과 가스라이팅 문제가 불거지는 소속사에 어떤 연예인이 가려고 하겠나”라며 “남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계약해지 소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초록뱀미디어 측이 대표 교체 수순으로 문제를 덮으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