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책임자 지목’ 다음달 전역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징계안 재가, 12·12 정승화 참모총장 이후 처음
11월 26일 군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익수 실장 강등을 포함한 징계안을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22일 이를 재가했다. ‘강등’은 계급을 한 계급 낮추는 행정처분으로, 군인사법에 따라 대통령의 재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지난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반군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된 적이 있다. 박정희 정부 때도 장군 강등이 있었다. 따라서 장군이 강등되는 일이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벌어진 초유의 일이다.
전 실장은 징계 처분을 통지 받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항고할 수 있다. 그런데 전 실장은 다음 달 전역이 예정돼 있어, 항고하지 않거나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령으로 전역할 수밖에 없다. 전 실장 측은 25일 징계 조치에 항고했고, 다음 주 중 징계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가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 당한 뒤 군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부실 초동 수사의 책임자로 지목됐다. 군 검찰은 이 중사 사망 이후에도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어 군검찰이 관련 수사를 통해 1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전 실장과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아 ‘늦장 봐주기 부실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이 사건을 맡았고, 지난 9월 전 실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8명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 아무개 씨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를 받고 있다. 다만 전 실장이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간 군 당국은 재판과 별개로 전 실장의 징계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전 실장은 임기제 장군으로 법무실장직에서 내려올 경우 준장으로 자동 전역하게 돼 보직해임 등 조처를 하지 못했다. 이에 징계 전에도 군검찰 업무나 징계 업무 등에서는 배제됐고, 현재 공군 법무실장 보직은 그대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예람 중사 유족은 최근 전 실장의 공식행사 참석을 두고 “국방부가 유가족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중사 유족은 15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전 실장은 공군 참모총장을 수행하며 공식행사에 다니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다”며 “전 실장을 직무 배제한다던 국방부 장관의 말은 거짓말이었냐”고 지적했다.
앞서 유족은 “전 실장을 ‘강등’ 중징계로 처벌해 장군으로 전역할 수 없게 해달라”는 요구서를 국방부에 제출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