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실내 착용 의무’ 해제 움직임, 방역당국 “시기상조”라면서도 1월 말 해제 만지작…전문가 “일단 벗고 보자? 우려”
이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고 이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남았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1월 1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반대 입장을 밝힌 방역당국도 1월 말에는 해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5일 방역당국은 최근 대전광역시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12월 15일까지 방역당국의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결정이 없을 경우 2023년 1월 행정명령을 통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미 식당, 카페 등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의 실효성이 떨어진 데다 해외에는 이미 마스크 의무를 해제한 국가가 많다는 게 그 이유다.
바로 충청남도가 가세했다. 5일 오전에 열린 실·국·원장 회의에서 김태흠 충남지사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코로나19 예방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외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돼 있지 않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대전시의 행보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대전과 충남이 지자체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추진하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산광역시도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와 관련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부산시는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고 방역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신규 확진자 수가 적은 지자체인 세종, 제주, 울산, 광주 등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대전시가 2023년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을 강행할 경우 다른 지자체들로 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대전광역시 등 지자체의 움직임에 방역당국은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정기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자문위) 위원장은 12월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겨울 한복판에 독감도 극성을 부리고 코로나19도 아직 안정이 안 돼 하루 평균 50명씩 돌아가시는 마당에 왜 갑자기 마스크 해제를 당장 하라고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며 “과학에 근거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2023년 1월 1일은 이르지만 1월 말 즈음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동절기 추가 접종률이 높아지고 미검사자 포함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1월 말이면 자연 면역과 인공 면역이 합쳐져 대부분이 면역을 갖게 되는 때가 올 수 있다”면서 “조건들을 충분히 논의해서 질병관리청에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단장의 발언을 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점에 대한 방역당국의 입장이 기존 2023년 봄에서 1월 말로 다소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12월 6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지표들이 1월 말쯤 (해제 가능) 요건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정도 단계인 것 같다”면서 “처음엔 3월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던 것 같은데 지표들이 진전이 되면 조금 더 일찍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전시 등 지자체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행보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조치는 중대본 본부장을 맡은 국무총리가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애초 2023년 봄이 거론됐던 까닭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 코로나19 대유행은 물론이고 독감과 트윈데믹(동시 유행)까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역당국이 1월 말로 시점을 앞당긴 까닭은 예상보다 이번 겨울 유행의 유행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볼 수 있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한국은 11월 14일 1024.77명을 기록한 뒤 정체기다. 12월 5일에는 1040.87명으로 20일 넘게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 수로 보면 11월 중순 이후 4주째 최대 7만 명대가 유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행이 상승기를 거쳐 정점에 이르러 어느 정도 정체기를 갖다 하락 전환했음을 감안하면 겨울 유행은 이미 11월 중순에 정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기존 유행과의 차이점은 정점에서의 정체기가 다소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등 돌발 변수가 없다면 이대로 하락 전환해 겨울 유행이 끝날 수도 있다. 서유럽 등 해외 역시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확진자가 다소 늘어났을 뿐 대유행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행 규모만 놓고 보면 겨울 대유행은 걱정했던 수준보다는 약하게 왔다. 지난겨울 한국을 강타했던 오미크론 대유행에선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3월 17일 7816.10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여름 유행이던 BA.5 유행의 정점은 8월 22일 2611.75명이었다. 오미크론 대유행과는 비교도 어려울 만큼 낮은 유행 규모이며 계절적인 우려 요인이 많은 겨울임에도 여름보다 유행 규모가 절반 이하다.
독감은 크게 유행하고 있다. 12월 2일 질병관리청은 11월 넷째주(11월 14~20일)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외래 환자 1000명당 15명으로 전주 13.9명보다 7.9% 늘었다고 발표했다. 2022~2023년 절기 유행 기준은 ‘4.9명’으로 질병관리청은 이미 9월 16일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정기석 단장 역시 5일 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독감”이라며 “방학이 되기 전 마스크 의무를 해제해서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어마어마한 독감 유행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코로나19는 어느 정도 유행이 통제되는 분위기지만 독감은 다르다. 미국의 경우 독감 관련 병원 입원 환자 수가 2010~2011년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심각한 독감 유행을 겪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번 겨울 들어 최소 870만 명이 독감에 감염돼 7만 8000명의 입원자와 4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지자체가 주도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자체 단위에서 접근하는 것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굉장히 복잡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쓰자'와 '벗자'로 이슈를 단순화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하려면 이런 장소에서는 벗어도 되고 이런 장소에서는 꼭 써야 한다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대책이 준비 될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를 할 시간도 필요해 지자체에서 먼저 관련 얘기가 나오는 데에는 조금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