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커브에도 쏠리지 않는 안정된 승차감…e-하이패스 기능 등 차원 다른 경험 강조
현대차는 그랜저를 ‘웅장한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기자가 그랜저를 처음 봤을 때 드는 느낌은 ‘귀여움’이었다. 차체를 둥글둥글한 모서리로 마무리했고, 램프와 라디에이터는 마치 한몸인 것 같은 조화를 이뤘다. 후면부의 리어 콤비램프도 얇게 구성돼 있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췄다.
그랜저의 웅장함은 내부에서 드러났다. 디스플레이 주변을 다소 어두운 색감으로 마무리해 무게감이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밝은 색감을 선호하는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랜저는 여섯 가지 인테리어 컬러를 제공하지만 디스플레이 위쪽 컬러는 검은색 아니면 갈색 계열뿐이다.
그랜저의 디스플레이는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해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뽐낸다. 변속 레버는 핸들 옆에 설치했다. 이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에서 볼 수 있었던 디자인이다. 그랜저는 아이오닉5의 첨단 이미지를 그대로 이식하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그랜저의 길이는 5035mm, 높이는 1460mm다. 좌석에 앉으면 다리를 어느 정도 뻗을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키가 175cm인 기자가 운전석에 앉아 의자 높이를 맞추고 나니 머리 위에는 주먹 하나 정도의 공간만 남았다. 뒷좌석에서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시승한 모델은 가솔린 3.5 엔진이 적용된 캘리그래피 트림. 초반부터 남다른 힘을 보여줬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다른 차량을 순식간에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이 모델의 최고 출력은 300ps, 최대 토크는 36.6kgf·m다.
그랜저의 패들쉬프트는 1단계에서부터 8단계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대다수의 차량이 4~5단계까지만 제공하는 것을 생각하면 선택폭이 꽤 넓은 셈이다. 패들쉬프트를 8단계로,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각각 설정하면 마치 레이싱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랜저의 승차감은 최대 장점으로 꼽힐 만하다. 어지간한 차량도 급커브에서는 운전자가 한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랜저에서는 핸들을 의도적으로 꺾지 않는 이상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몸에 느껴지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
현대차가 말하는 그랜저의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험’은 부가 기능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그랜저는 세계 최초로 실물 하이패스 카드 없이 유료도로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하이패스’ 기능을 적용했다. 실내 지문 인식 시스템, 자외선 살균 시스템, 뒷면 전동식 커튼 등은 다른 차량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기능이다.
음향 기능에도 눈길이 갔다. 그랜저 내부에는 무려 14개의 스피커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그랜저에는 압축된 저음질의 미디어 소스를 고음질로 변환하는 ‘사운드 트루’ 기술까지 적용됐다. 스피커가 많다 보니 보다 풍부한 스테레오 타입의 사운드를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이날 기자가 달린 거리는 80.5km, 연비는 12.3km/L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밝힌 연비 10.4km/L보다 효율이 좋았다. 가솔린 3.5 엔진인 것을 감안하면 연비가 상당히 개선됐다. 현대차가 지난 5월 출시한 ‘2022 그랜저’의 연비는 가솔린 3.3 엔진 기준으로 10km/L 전후 수준이었다.
그랜저의 단점으로는 비싼 가격이 꼽힌다. 그랜저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적용 시 △프리미엄 3716만 원 △익스클루시브 4202만 원 △캘리그래피 4604만 원부터 시작한다. 옵션 등을 적용하면 4000만 원 중반대는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 그랜저’는 △프리미엄 3392만 원 △르블랑 3622만 원 △익스클루시브 3853만 원 △캘리그래피 4231만 원부터 시작했다. 수백만 원이 오른 셈이다.
그랜저는 확실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차량이다. 그랜저가 새롭게 선보이는 부가 기능만으로도 가격 인상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기능의 중요도와 가치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틀에 박히지 않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랜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