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서 불법 베팅 정황 적발에 재계약 무산…“MLB서 소속팀 찾기 어려울 것” 전망도
그런 푸이그를 키움이 100만 달러에 영입하자 야구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화려한 빅리그 커리어를 보유했지만,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악동. 키움은 전력이 급상승한 대신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다행히 푸이그는 첫 시즌을 무난하게 마쳤다. 리그를 뒤흔들 만한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126경기에서 타율 0.277, 홈런 21개, 73타점을 기록하면서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포스트시즌에도 중요한 순간 홈런 세 방을 터트리는 스타성을 뽐냈다. 무엇보다 그라운드 밖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구단의 걱정을 덜었다. 키움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푸이그와 재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뜻밖의 소식이 날아오면서 결국 '사건'이 터졌다. 푸이그가 2019년 불법 스포츠도박에 투자하고 베팅한 정황이 적발돼 현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올해 초 수사 과정에서 연방 수사관들에게 거짓 진술로 일관하다 위증 혐의까지 추가돼 처벌을 받게 될 처지였다. 푸이그는 처음엔 "제대로 된 법률 상담을 받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위증을 인정하다가 변호사를 만난 뒤 돌연 전면 부인으로 입장을 바꿔 의구심을 남기기도 했다. 키움 구단은 결국 "푸이그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올 시즌 푸이그가 보여준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만큼 내년 시즌도 함께하길 바랐지만, 푸이그의 현재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계속 기다리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KBO와의 인연이 '새드 엔딩'으로 끝난 푸이그는 MLB 복귀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MLB 윈터미팅 현장으로 날아가 빅리그 2개 구단과 협상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법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가 다시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키움에서의 기록이 그리 압도적이지는 않았기에 더 그렇다. 미국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도 "푸이그가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MLB에서 소속팀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