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케이옥션·‘코스닥 특례 1호’ 헬릭스미스 등 주가 빌빌…“제도 보완 및 기업 모니터링 강화해야”
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 후 가시적인 재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신라젠 사태를 시작으로 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불신도 커지면서 특례상장 제도 보완과 특례상장 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2005년 성장형 바이오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특례상장제도를 도입하고 2014년에 대상 기업을 전 부문으로 확대했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중 2개의 복수기관에서 A와 BBB등급 이상의 기술평가 등급을 받은 기술성장기업에 대해 경영성과 및 시장평가 등의 재무요건을 면제한다. 2017년에는 상장주관사의 추천으로 운영되는 성장성평가특례상장제도도 신설됐다. 특례상장 기업들은 상장 당시 소규모 자본력에 적자를 내거나 매출액이 없어도 상장이 가능하다.
케이옥션은 이익미실현 특례상장으로 지난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경영실적 성장세가 부진하다. 지난 11월 공시한 케이옥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45억 원, 영업이익은 64억 원이다. 전년동기(230억 원) 대비 매출액은 6.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4억 원에서 64억 원으로 39%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82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며 사업을 무리하게 전개한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장 조건을 맞추려고 일시적으로 경매 횟수와 규모를 늘렸다는 것이다.
상장 첫날인 지난 1월 24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형성 후 상한가)’으로 시작한 주가도 많이 빠졌다. 지난 6월 무상증자(200%)와 함께 별도기준 순이익 15~25% 내에서 배당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주가 부양에 나서기도 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9월 29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 15일 케이옥션은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재평가 대상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토지로 전년 대비 부진한 영업실적과 이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로 커진 차입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국내 코스닥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까지 올랐던 헬릭스미스의 추락도 눈길을 끈다. 헬릭스미스는 1996년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가 학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유전자 전달체 및 치료유전자와 단백질 기술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5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이 됐다. 2019년에는 시가총액이 4조 원을 넘어 코스닥 시총 2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엔젠시스DPN 임상 3-1상 실패와 이후 드러난 부실 사모펀드 투자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2일 헬릭스미스는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는 “지난 2년간 경영권 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양수인(카나리아바이오엠)이 건실한 회사라고 판단돼 경영권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가 3자 배정 증자로 297만 1137주를 발행하면 350억 원에 이를 양수하기로 했다. 같은 날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의 손자회사인 세종메디칼의 3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50억 원에 경영권을 헐값 매각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헬릭스미스의 주주라고 밝힌 A 씨는 “이 회사에 투자한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며 “주가가 현 상황을 냉철하게 반영해주고 있다. 회사의 이번 경영권 매각이 주가를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특례상장 기업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8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업 수가 129개 사로 2002년 153개 사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일반기업이 56개 사, 기술특례기업이 28개 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45개 사다. 특히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31개 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신규 상장사가 많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특정 유망산업군에서 특례상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주가 상승으로 연결이 안 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이 있다고 해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교수는 “실제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 수는 늘었지만 시가총액은 많이 늘지 않았다. 아무래도 완화된 기준으로 평가받고 시장에 들어 오다보니, 상장하는 기업 수가 늘어나는 버블이 생긴 것 같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관계당국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의 성과 분석과 시사점’ 이슈보고서에서 “특례상장제도가 안정적인 재무성과 없이 상장을 허용하고 있어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며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장기간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 후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는 기술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상업화되는 과정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며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가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특례상장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올 초 거래소 상장심사 이전 단계인 기술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줄 표준기술평가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면 마무리돼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평가사 내부 전산정비 등 작업이 필요해 당초 예상보다는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