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납입연령·수급연령 조정 논란 불가피…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도 같이 손질될지 주목
국민연금법은 보건복지부가 5년에 한 번씩 국민연금 기금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추정(재정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당 연도 3월 말까지)해 국회에 제출(같은 해 10월 말까지)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가 그 해로, 5번째 재정계산이다. 정부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일정 등을 고려해 이번에는 법정시한보다 두 달 앞선 이달 말 발표한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당시 국민연금 기금의 적자전환은 2042년, 소진은 2057년으로 예상됐다. 2013년보다 각각 2년, 3년씩 앞당겨졌다. 5년새 저출산, 고령화가 더 심해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적자전환과 소진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2020년 43.7세이지만 현재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면 2070년 62.2세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고속 고령화다. 보험료율과 수급연령(65세)은 높이고 소득대체율(40%)는 낮출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독일 18.6%, 스위덴 17.2%, 일본(18.4%)의 절반 수준이다. 소득세율도 6%로 독일(18.8%), 스웨덴(17.7%), 일본(7.9%)보다 현저히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년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독일 9.6%, 스웨덴 9.9%, 일본 10%다. 우리는 이 비율이 24.6%에 달한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퇴직(연)금 보험료도 우리가 8.34%로 독일(4.2%), 스웨덴(4.5%), 일본(8.0%)보다 높다. 보험료를 가파르게 올리면 자영업자와 기업의 부담이 급증한다.
보사연은 70년 후(2088년)까지 적립액 목표를 1년 치 연금지급액의 2배(적립배율 2배)로 정하고 보험료율 21.33%를 제안했다. 의무납입연령도 59세에서 65세로 늘리고 보험료를 더 내는 고소득자에게 연금을 더 주는 소득비례연금 도입도 주장했다. 대신 기초연금 수급자를 저소득층(현행 소득 하위 70%→일정 소득인정액 이하)으로 집중해 이들의 국민연금 감소분을 보전하자는 제안이다. 보사연 보고서는 이렇게 하면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서 연금의 적자 전환은 2066년, 기금소진은 2098년으로 늦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21년 국민연금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의 제안과 비교하면 기금안정에만 치우쳐 가입자 부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적립액 목표를 1년 치 연금지급액 1배(적립배율 1배)로 잡고 소득대비 보험료율은 17.95% 이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기업 등의 부담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15% 이상으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되 대신 연금수급연령은 현재의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그 이후에는 수급연령을 기대여명(평균수명 기준으로 남은 수명)에 따라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대여명이 길어지면 수급연령을 늦춰 연금지급액을 줄이는 방식이다. 나름 가입자 입장을 꽤 고려한 방안이지만 당시 정부는 여론 반발을 우려해 제도 변경에 나서지 못했다.
보사연이 제안한 소득비례연금이 도입된다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현재 구조는 수급연령이 되면 받을 연금액을 특정 공식에 의해 사전에 확정한 확정급여형(DB)이다. 이 때문에 2020년 가입기준 연금총액(20년간 수령)을 총 보험료로 나눈 값인 수익비(2017년 기준)는 1.4배(최고임금 449만 원)~7.8배(최저임금 20만 원)에 달한다. 적게 내고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소득비례제도는 연금 구조를 확정기여형(DC)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납입한 보험료와 이를 운용한 수익만큼만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소득비례방식을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수익비가 낮은 고소득자는 더 많이 내는 만큼 운용수익도 커져 현재보다 수령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수익비가 높은 저소득자는 지금보다 수령액이 줄어들게 된다. 보사연은 저소득층의 수령액 감소는 기초연금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 소득하위 70%인 기초연금 대상자를 소득하위 50% 또는 30%로 줄이거나 아예 일정소득금액 이하로 제한하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중간 소득층의 연금기대액만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의무납입연령을 59세에서 65세로 늘리자는 보사연의 주장이나, 수급연령을 68세 이후로 늦추는 국민연금연구원의 방안도 쉽지 않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의 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전제되지 않은 채 시행된다면 소득은 없는데 더 무거운 연금보험료를 부담하거나 연금소득 없는 ‘보릿고개’ 기간만 길어질 수 있다. 정년 연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요인이다. 게다가 지난해 대법원은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보험요율 부담에 고용기간 연장까지 겹치면 기업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더 내고 덜 받게 되면 노후소득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낮아지게 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목표는 40%이지만 이는 40년을 납입할 때의 계산이다. 2020년 신규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은 18.6년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따진 소득대체율은 20%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민연금 제도를 바꾸려면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여론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여론은 꽤 복잡하다. 연금수급 개시 연령이 가까울수록 덜 내고 더 받는 현재의 제도를 선호한다. 반면 연금 고갈 시기를 실제로 맞이하게 될 젊은층은 보험료를 더 내는 게 달갑지 않다.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공적연금 보험료율이 높지만 그 중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원한다. 선진국들은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정부 재원으로 완충기금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는 보험료 지원도 하지 않고 기금 고갈 시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한다는 명확한 약속도 회피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국고보조로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 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공무원과 군인, 사립학교 교원 등 재정으로 연금부족액을 지원받는 특수직역연금 제도 역시 이번에 손질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수직역연금은 상대적으로 가입기간이 길어서 국민연금 대비 실질 소득대체율이 높다. 그만큼 재정부담이 크다. 2022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5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 공무원과 군인연금 가입자 1인당 726만 원의 연금이 세금으로 충당됐다. 사학연금도 지금은 흑자이지만 적자 전환은 시간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을 보면 이들 3개 특수직역연금의 재정수지 적자는 2030년에는 10조 3000억 원, 2040년에는 18조 4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OECD에서는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권고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