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침해금지 소송 등 20건 넘어…업계 이미지 타격과 고객 피해 우려
2021년 1월 BBQ가 박현종 bhc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72억 원대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13일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법원은 박현종 bhc 회장이 BBQ 등 원고에게 약 28억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같은 날 상표권침해소송 1심 판결도 나왔다. 법원은 bhc 제품인 ‘블랙올리브 치킨’의 사용 표장 사용 행위가 자신의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제기한 BBQ의 주장을 기각했다.
BBQ와 bhc는 각각 패소한 소송에 대해 항소와 상고 의사를 밝혔다. BBQ 측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bhc 박현종 회장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상고심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 판결과 관련해서 BBQ 관계자는 “BBQ는 황금 올리브 치킨을 출시해 18년 동안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치킨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 광고·마케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며 “아직 이런 부분들이 반영된 것 같지 않아 항소를 통해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hc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본 뒤 등기이사 중 하나로 등재된 것만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등 명확하게 확인해 향후 대법원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은 1심과 동일하게 반드시 바로 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의 소송전은 2013년 BBQ에서 bhc가 분리된 이후부터 시작됐다. BBQ는 2013년 6월 당시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현 더로하틴그룹)에 1130억 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매각 직후 CVCI는 계약 하자를 주장하며 약 100억 원의 잔금 지급을 거절했다. 당시 CVCI 측은 BBQ가 진술보증한 bhc 점포 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며 계약서의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손해배상분쟁을 신청했다.
당시 bhc 매각업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박현종 bhc 회장이다. BBQ에 따르면 박현종 회장은 BBQ에서 bhc 매각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주도해 계약 과정까지 담당한 인물이다. 박 회장은 bhc가 매각되면서 CVCI로 자리를 옮겨 bhc 대표를 맡았다. 박현종 회장뿐 아니라 매각 관련 담당자들이 bhc로 이직한 상태라 BBQ에 매각 관련 자료는 전무했고, ICC 중재소송 당시 CVCI 측 증인으로 나선 박 회장이 bhc 매각 계약을 주도하거나 총괄한 바 없다고 주장해 BBQ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이후 BBQ에서 항소를 제기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송이 이어져오고 있다. bhc 매각을 기점으로 두 기업은 상표권침해금지 소송, 상품공급‧물류대금 해지 소송, 영업비밀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10년 동안 20건이 넘는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액은 4000억 원이 넘는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BBQ와 bhc의 싸움에 업계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업계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두 기업이 계속 싸우면 치킨업계에 대한 인식이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는 결국 가맹점의 매출에 따라 수익을 얻기 때문에 점주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며 “BBQ와 bhc의 소송전은 오너의 욕심 때문에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소송전으로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소송전 때문에 가맹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치킨값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가맹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양사의 소송전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소송으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 등이 치킨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으니 상호 간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치킨 가격이 인상됐는데 인상한 가격분이 고객을 위한 품질 개선 등에 사용되지 않고, 양사 간 소송전의 유관비용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그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건 고객과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 간 소송전으로 언론에 계속 언급된다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소송전으로 기업 이미지가 안 좋아져 가맹점 매출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며 “점주들이랑 상생하고, 경쟁사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BBQ 관계자는 “업계에서 소송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으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로서 우리 브랜드에 속해 있는 협력사며 직원들이 있는데 상대방이 제기하는 소송을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상대 측에서 우리 브랜드에 대해 악의적으로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 부분들이 있고, 소송도 우리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bhc 관계자는 “소송이 걸려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할 뿐 소송을 걸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희도 사업에 매진하고 싶으나 BBQ 측에서 제기한 소송들에 대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와중에도 고객들에게 나가는 신제품이나 서비스들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고, 가맹점주들과 상생도 지속 중”이라며 “소송 때문에 제품·서비스 등을 소홀히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