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덴트 실소유주 의혹 강 씨 영장 청구 검토…증거 인멸 시도에도 주가조작·횡령 의혹 수사 가속도
#비덴트 계열사 '주가조작' 의혹 주목
빗썸의 최대주주 비덴트, 비덴트의 최대주주 인바이오젠, 인바이오젠의 최대주주 버킷스튜디오, 버킷스튜디오의 최대주주 이니셜 투자조합까지. 이른바 비덴트 계열사의 실제 오너로 지목받은 강종현 씨는 앞서 언급한 상장사 및 투자조합에서 아무런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강종현 씨의 동생 강지연 씨가 이름을 올렸다. 강지연 씨는 문제가 된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상장사 대표이사와 비상장사인 이니셜 대표이사 등을 모두 맡고 있다. 업계에서 강지연 씨는 강종현 씨의 ‘대리인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은 비덴트 계열사들의 전환사채(CB)를 통한 ‘주가조작’을 주목하고 있다. 비덴트 등 계열사들은 2022년 7월 ‘빗썸거래소가 FTX에 매각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비덴트는 공시를 통해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한국의 코인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중’이라는 보도 관련, FTX 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를 통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매각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당연히 공시 이후, 주가는 더 급등했다.
하지만 당시 정황을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소멸됐던 호재’라는 게 중론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이미 그 전에 FTX와 거래 협의가 이뤄졌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이 확정된 상태였다”며 “CB의 전환권 행사가 가능해질 때쯤 호재성 허위 정보를 시장에 흘려 주가를 상승시키려고 한 것을 알고 빗썸 관련 다른 주주들이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검찰 역시 당시 공시를 작성했던 담당자와 임원 등도 불러 누구 지시로 공시 내용을 작성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장사 자금 횡령 의혹도 수사
강종현 씨가 비상장 회사를 인수해 ‘개인적으로 횡령’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비상장 기업인 휴대폰 판매업체 (주)아이티가 바로 의혹의 핵심이다. 아이티는 2021년 비덴트가 지분 38%를 인수해 비덴트 계열사가 됐다. 하지만 강 씨가 인수한 직후, 꾸준히 수익을 내던 회사의 실적이 악화됐다. 강 씨가 회사의 자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아이티는 통신기기, 휴대폰액세서리 도·소매, 인터넷가입유치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휴대폰 판매 대리점이다. 매출은 2021년에만 1047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비덴트 계열사가 된 이후 꾸준히 늘던 현금성 자산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강 씨 차량을 배우 성유리 씨의 남편 안성현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타고 다녔다는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이니셜스포츠라는 업체도 수사 대상이다. 이니셜스포츠는 골프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곳이었는데, 관련 행사 등의 비용 지출도 모두 비덴트 계열사에서 담당했다고 한다. 의사 결정의 핵심에는 강종현 씨가 있었다고 하는데, 검찰은 강 씨를 불러 이 의혹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덴트 측의 ‘강종현 지우기’
의혹들을 기소하기 위해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증거다. 하지만 비덴트 측은 이미 관련 증거들을 삭제하며 ‘강종현 지우기’를 한 바 있다. 검찰 수사에 더 시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1월 1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최선상 판사)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버킷스튜디오 임원 이 아무개 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 씨는 사업가 강종현 씨가 회사를 드나드는 장면이 찍힌 CC(폐쇄회로)TV를 삭제하고, 강 씨가 관련된 기록이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모두 폐기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사업가 강종현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도된 회사 주요 임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폐기하거나 은닉했다”며 “증거인멸 행위는 국가 형사 사법기능을 해하는 것이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실형을 선고했다.
강 씨는 계열사 임원들을 통해 본인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한편, 본인의 책임은 ‘없음’을 강조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로 강 씨는 비덴트 및 계열사들에 강종현 씨의 공식적인 역할이 없었던 점 등을 강조하며, 검찰 조사에서는 “비덴트 계열사는 나와 아무 상관없고, 여동생의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는 후문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회사 임원으로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다닌 것은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고 더 나아가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하지만 거꾸로 회사와 아무 관계도 없다고 하면 개인만 처벌받고 끝날 수 있다”며 “회사 상장을 지키기 위해 강 씨가 약간의 책임을 지되,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앞선 자본시장 관계자 역시 “무자본 M&A(인수합병)로 상장사를 인수하는 사람들이 회사 공식 직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은 본인이 드러나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검찰 수사를 받게 됐을 때 상장을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비덴트가 아무리 강종현 씨 소유의 회사라고 해도 강 씨도 투자자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상장은 유지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덴트 안팎에서는 강 씨 관련 호칭도 달라졌다고 한다. 강 씨에 대해 과거에서는 ‘회장님’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는 ‘강종현 씨’라며 직함을 빼고 부른다는 후문이다. 비덴트 및 계열사와 강 씨의 관계를 숨기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강 씨의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친동생인 강지연 씨가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점, 또 주변 투자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얼마든지 ‘배척’할 수 있다는 게 검찰 내 설명이다. 앞선 검사는 “회사 법인카드와 휴대폰 통신기록 동선이 일치하고, 주요 투자자들이 ‘강종현과 만나서 제안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면 얼마든지 ‘실소유주는 강종현’이라고 법원에 설득할 수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며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주요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