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으로 한화가 삼형제 지분가치도 줄어들어…한화시스템 “미래 지향적인 투자 진행 중”
#신사업 성과 미진에 주가도 하락
2021년 9월 1만 9000원대까지 상승했던 한화시스템의 주가는 지난해 6월 1만 5000~1만 6000원대로 내려온 데 이어 현재는 1만 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모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9월 5만 원대에서 현재 9만 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한화시스템 주가가 신통치 않은 원인으로는 신통치 못한 실적이 거론된다. 지난해 한화시스템 매출은 2조 1880억 원으로 2021년 2조 895억 원 대비 4.7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2021년(1120억 원)보다 78.56%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방산사업 영업이익이 2021년 926억 원에서 지난해 898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ICT 사업 영업이익은 431억 원에서 39억 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신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2021년 마이너스(-) 237억 원에서 지난해 –697억 원을 기록하며 손실폭이 커졌다. 한화시스템이 신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들은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위성통신 안테나 영국 자회사인 한화페이저(Hanwha Phasor)의 지난해 매출은 0원이며 당기순손실은 259억 원이다. 자동차 전장 센서 자회사 한화인텔리전스의 매출은 6050만 원에 당기순손실은 80억 원이었다. 디지털 플랫폼 관련 싱가포르 자회사 H FOUNDATION의 매출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0원, 162억 원이었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 6월 1조 1607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를 토대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지분 출자 등 투자 금액이 7163억 원이라 밝혔다. 2021년 신사업에 투입한 금액(1866억 원)보다 284%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위성통신사업 투자액이 399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디지털플랫폼 사업에는 2524억 원을 투입했다. UAM(도심항공교통) 사업에는 646억 원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에서 밝힌 UAM 등 사업 상용화 단계가 2025년인 만큼 올해도 신사업 부문에서는 적자가 계속 날 것으로 예상된다. UAM과 블록체인 등에 회사가 투자하고는 있지만, 아직 개발 단계인 데다 테스트를 계속 하고 있는데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승계 구도는 드러났지만 지분 확보가 관건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는 46.73%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대주주는 12.80%를 들고 있는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분 50%를 갖고 있고,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 및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각각 25%씩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가 3세들이 승계 과정에서 한화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삼형제가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 마무리를 위해서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는 (주)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지분을 9.70% 보유한 (주)한화의 2대 주주다.
이 경우, 한화시스템의 주가가 중요하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상장사인 (주)한화와 합병을 진행할 시 합병가액을 책정해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한화에너지가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것이 한화가 삼형제가 (주)한화 지분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한화에너지가 향후 상장에 나선다 하더라도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의 지분 가치가 높아져야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도 상승한다.
현재 한화가 삼형제의 (주)한화 지분은 높지 않은 수준이다. (주)한화 최대주주는 지분 22.61%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고,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의 지분율은 4.91%에 불과하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략본부장의 (주)한화 지분율은 각각 2.14%다. 지난 2월 28일 김승연 회장의 아내 고 서영민 씨가 보유하고 있던 (주)한화 지분 106만 1676주(1.42%)가 한화가 삼형제에게 각각 35만 3892주씩 상속되면서 삼형제의 (주)한화 지분율이 소폭 높아졌다.
한화가 삼형제는 한화시스템 지분을 매각해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2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주)한화 지분 가치는 약 4576억 원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주)한화 지분을 모두 물려받는다면 납부해야 하는 증여세가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가 삼형제들은 매년 한화에너지 배당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2021년 한화에너지 배당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약 250억 원,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략본부장은 125억 원을 받았다.
한편 최근 한화가 삼형제의 경영 노선은 분명해졌다.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태양광·방산·석유화학을, 김동원 사장이 금융을,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호텔·리조트·유통을 맡는 구조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 지 2년 만인 3월 1일 인적분할하며 (주)한화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었다. 지배구조상 김동선 본부장이 향후 이 사업을 물려받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지난 2월 김동원 사장은 8년 만에 부사장에서 한화생명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한화생명 자회사였던 한화건설도 (주)한화와 합병했다.
이와 관련,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본업(방산)의 확고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핵심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간 내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승계 시점 등은) 전혀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