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공개매수 나섰지만 하이브의 재반격 가능성…이사회 장악 여부 따라 장기전 될 수도
#찌르고 막고 치고받고…금감원 조사 변수
'SM 대전(大戰)'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월 7일 이사회가 카카오를 상대로 제3자배정 증자를 결정하면서다. 사흘 뒤 하이브는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전격 인수하고 지분율을 40%까지 높이기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경영권 분쟁 중에 이사회가 제3자배정 증자 결정을 한 것은 불법이라며 이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소송을 법원에 제기한다.
그런데 주가가 하이브의 공매매수가인 12만 원을 넘어선다. 2월 16일에는 기타법인의 대규모 매수로 주가가 급등한다. 하이브는 시세조종의혹을 제기하지만 결국 공개매수로는 지분율을 0.98% 높이는 데에 그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났지만 카카오도 지난 3월 6일 제3자배정 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SM엔터 지분을 대규모로 확보하지 못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19.43% 지분을 확보한 하이브가 우위에 선 듯 보였다.
카카오는 3월 7일 1주당 15만 원에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40%까지 높이겠다는 공개매수를 선언한다. 카카오는 공개매수신고서에서 지난 2월 28일 SM엔터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1200억 원)한 사실을 공개했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면 주주들로서는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진다. 금감원은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시세조종이 이뤄졌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시세조종 위반 처벌은 무겁지 않지만 위법으로 확정되면 금융업을 영위 중인 카카오는 신사업 진출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시장 “하이브의 재반격은 시간문제”
카카오의 공개매수 선언 하루 만에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15만 원을 넘어선다. 하이브가 더 높은 값을 제시할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콘텐츠 사업이 국내에 쏠린 카카오는 해외 비중이 큰 SM엔터로 ‘비욘드 코리아’를 노리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 입대로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절실해진 하이브는 ‘비욘드 BTS’에 다양한 뮤지션과 지식재산권(IP)를 가진 SM엔터의 존재가 절실하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장전한 액수는 1조 2500억 원이다. 카카오의 지난해 9월 말 순유동자산(연결기준)은 3조 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에서 유치한 4500억 원까지 포함하면 3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SM엔터 지분 4.9% 매수에 쓴 1400억 원을 포함하면 음악 사업 매출비중이 30%인 카카오로서도 거의 최대치까지 가용 현금을 동원한 셈이다.
하이브는 이미 4500억 원으로 19.43%를 확보했다. 공개매수로 280억 원을 썼다. 당초 목표한 40%를 확보하려면 572만 주가 더 필요하다. 주당 16만 원이면 9150억 원이다. 공개매수 이후 남은 돈은 6800억 원이다. 돈이 모자란다. 하이브는 1조 원대 투자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하면 자금력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주식자산은 약 3조 8000억 원으로 국내 7위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약 2조 5000억 원으로 10위다. 둘 다 서울대 출신으로 자수성가했다. 동원한 현금 규모를 보면 총수의 결정이 분명하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동시에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다.
#“이사회 장악하면 이긴다”…주총에 쏠리는 이목
3월 31일 SM엔터의 정기주총에서는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된다. 이사 선임은 과반 주주가 출석해 과반 이상에게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사회는 신주 발행은 물론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경영권 도전을 막을 창과 방패를 모두 가질 수 있다. 반면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요건(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지분율 40%를 목표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의결권 40%를 확보해도 상대방 역시 30% 이상 확보했다면 해임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주총에서 행사되는 의결권은 지난해 12월 31일(주주명부폐쇄일)까지 보유주식 기준이다. 하이브는 기존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주식을 매입했고 의결권도 넘겨받았다. 공개매수에 응한 0.98%도 오랜 주주로 이번 주총에서 하이브 편으로 봐야 한다. 전체 의결권의 35~40%를 확보하면 승산이 높다고 보면 하이브는 이미 그 절반(19.43%)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카카오가 최근 확보한 지분 4.9%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없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1% 정도가 확실한 우군이다.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등 당시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던 기관투자자들의 지지가 절실하다. 그런데 국민연금과 KB운용 등은 이후 모두 보유지분 상당수를 매각했다. 의결권을 가진 소액주주들 가운데서도 그간 SM엔터의 주가가 크게 올라 차익을 실현한 이들이 많다. 전자투표여서 개표 전까지 승부 예측이 어렵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주총 전까지 주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싸워야 오른다…시나리오별 투자전략은?
현재 주가는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지분 경쟁이 끝나면 주가도 급락할 수 있다. 각 시나리오별 결과를 예상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주총에서 이기는 경우다. 40%의 지분율과 이사회 장악이면 경영권 다툼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는 성공했지만 주총에서는 패하는 경우, 하이브가 이사회를 활용해 반격이 가능해 다툼은 계속될 수 있다.
다음은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주총에서 이기는 경우다. 20% 지분율과 이사회 장악이면 아주 유리한 고지다. 다만 이 경우 하이브도 혹시 모를 카카오의 재도전에 대응해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주주환원 형식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저지에는 실패했지만 주총에서는 이기는 상황도 가능하다. 이사회를 장악해도 카카오가 40% 지분을 확보했다면 20%의 지분율은 안정적이지 않다. 양측이 임시주총에서 재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종합하면 하이브가 주총에서 이기고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는 경우, 카카오가 주총에서 이기고 공개매수에는 실패하는 경우 경영권 다툼은 진행형이 될 수 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시한은 오는 3월 26일까지다. 그때까지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때는 31일 주총에서 카카오가 이겨야 싸움이 계속된다. 반대로 26일까지 주가가 공개매수가에 수렴된다면 주총에서는 하이브가 이겨야 지분경쟁이 계속될 수 있다. 26일 이전에 주가가 15만 원에 수렴한다면 하이브가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