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방치 의혹부터 3사 합병 추진 논란까지 해소 안 돼…“현 경영진 요청으로 돌아와” 입장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일 각 사별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를 통해 서정진 회장을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서 회장의 경영 복귀는 현 경영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서정진 회장은 2020년 12월 31일 은퇴해 2021년 3월 주총에서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다시 현직으로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서 회장의 경영 복귀를 추진한 배경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2023년이 셀트리온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의 은퇴 이후 주가는 60% 이상 하락했다. 2020년 12월 약 37만 원이었던 셀트리온 주가는 현재 약 15만 원까지 떨어졌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전략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절실히 필요해 이번 이사회에서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정진 회장의 복귀 시점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오윤석 전 셀트리온주주연대 대표는 “주가가 고점 대비 65~70% 하락돼 있어 더 떨어질 곳도 없는 상태에서 복귀하겠다고 하는 것은 ‘서 회장이 복귀해서 주가를 정상화시켰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서 회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귀 타이밍이 묘하다”고 말했다. 오 전 대표는 “서 회장이 은퇴하기 전부터 주주들이 원하면 합병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합병과 관련된 계획도 발표된 것이 없다”며 “말로만 하겠다고 하지 말고,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2020년부터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분식회계 논란으로 합병작업이 지연됐다. 이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는 금융위원회의 결론이 나왔지만 3사 합병은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계열사 간 거래가 많은 셀트리온그룹 특성상 합병 이후 3사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도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 받아 판매하는 구조다. 3사가 합병되면 중간 과정에서 매출이 사라져 전체 실적이 줄어들고 이것이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 회장의 복귀는 곧 3사 합병에 속도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서 회장의 복귀가 반가울 리 없다.
서정진 회장의 공동의장 선임 건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서 회장이 의장으로 선임되면 아들인 서진석 의장과 함께 공동의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오 전 대표는 “서 회장이 아들과 함께 이사회 공동의장을 한다고 하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사회 의장이 두 사람이 되면 지출되는 비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회장이 옛날부터 가족에게 승계하지 않을 것이고, 전문경영인을 들인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창업 공신들 이외에는 전문경영인이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정진 회장 은퇴 후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부사장은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또 셀트리온에 창업 공신인 기우성 부회장과 김형기 부회장 이외에 다른 전문경영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합병에 유리하도록 주가 하락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또 주가가 낮을수록 경영승계나 세금 부담 등 문제에서 유리해 주가가 급락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한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의도적으로 주가를 방치해 서 회장 본인이 복귀하는 타이밍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경영 승계나 합병을 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불리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다”고 말했다.
2021년 말 기준 셀트리온그룹주의 소액주주 비율은 셀트리온 67.49%, 셀트리온헬스케어 56%, 셀트리온제약 45.07%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비중이 큰 만큼 올해 회사의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데도 이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따라서 서정진 회장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기울일지 관심이 쏠린다. 소액주주 A 씨는 “서정진 회장이 지금까지 합병이며, 전문경영인이며 약속을 지킨 게 별로 없다”며 “회사 현안에 대해 주주들에게도 구체적인 사안을 알려주고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들은 서 회장의 복귀와 함께 신속히 추진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일부 주주들은 서정진 회장의 복귀에 대해 과거 좋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 회장의 추진력이나 그간 쌓아온 것들을 봤을 때 리더십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시에 주주들이 걱정하는 문제들에 대해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정진 회장의 복귀와 관련해 “올해 셀트리온그룹에 중요한 안건들이 많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다 보니 현 경영진의 요청으로 복귀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며 “서정진 명예회장의 공동의장 선임이나 기우성 대표의 연임도 주총에서 승인이 돼야 확정되는 거라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병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는 말씀만 드릴 수 있다”며 “합병과 관련된 문제는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