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자의 반 타의 반 친윤계와 대척점…이준석, 천아용인 패배 이후 친윤계에 뭇매

선거 초기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김기현 대표 대항마로 거론됐던 안철수 후보는 득표율 합산 결과 김 대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3.37%로 2위에 그쳤다. ‘이준석 사단’으로 분류되며 전당대회에 뛰어든 ‘천하용인’ 후보도 모두 낙마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0일 발표된 컷오프(예비경선)에서 ‘친윤계’ 후보들을 꺾고 모두 본경선에 진출해 돌풍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본경선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는 득표율 14.98%로 3위에 머물렀다.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한 김용태 허은아 후보의 경우 각각 10.87%와 9.90%를 득표, 8명 후보 중 6등과 7등을 기록했다. 청년최고위원에 나선 이기인 후보는 18.71%로 2위에 올랐다.
안철수 후보는 전대 과정에서 ‘친윤계’는 물론 대통령실과 갈등을 노출하며 ‘자의 반 타의 반’ 각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 좁히기를 위해 ‘윤안 연대’를 내세웠다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를 듣기도 했다.
천아용인 후보들은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노골적으로 ‘비윤’ 표심을 공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대리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2022년 10월 대표직 상실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이준석계 후보들을 알리기 위해 소셜미디어(SNS)에 다시 활발히 글을 올리고 방송 출연 빈도를 높였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로, 친윤계 의원들을 엄석대 측근으로 비유했다. 이 전 대표는 3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문열 작가가 1987년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그려낸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 모습과 닿아있다”며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가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천하람 후보도 ‘윤심 후보’ 김기현 대표의 ‘울산KTX 연결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 ‘울산 이재명’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이며 맹공을 퍼부었다. 천 후보는 2월 20일 열린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며 “심지어 김 후보를 두고 ‘울산 이재명’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대 과정에선 후보들 간 날 선 비방전이 오갔지만, 김기현 신임 대표는 수습을 통한 ‘원팀’ 화합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한 몸이 돼서 민생을 살려내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와 같은 뛰어난 우리 지도자들을 잘 모시고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후보 측 관계자는 “전대 과정서 불거진 김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안 후보가 특별히 언급한 바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에서의 안 후보 미래는 험난할 전망이다. 여권의 한 전략통 얘기다.
“‘친윤계’와 대통령실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안철수 후보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를 무시하고 전대 출마를 강행했다. 윤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안 후보는 컨트롤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이 다시 출마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김 수석 지역구가 분당갑이다. 현재 안 후보 지역구다. 그럼 안 후보는 지역구를 옮겨 다시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 기존 지역구였던 노원병으로 가면 이준석 전 대표와 겨뤄야 한다. 결국 둘이 치고받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천아용인의 패인’을 이 전 대표로 지목하며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장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천아용인 개별 후보들은 좋은 정치인이 될 자질을 가진 분들이 있다”며 “다만 이준석이라는 정치인과 결탁해 선거를 끝까지 치른 게 전략적 패착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거를 많이 치러본 이 전 대표가 ‘이제 내가 빠질 때다’하고 뒤로 물러났어야 되는데, 아시다시피 그런 판단이 되는 분이 아니지 않냐. 어떻게든 본인이 인터뷰 한 번이라도 더 해야 되고 한 글자라도 기사에 더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기 때문에, 이 4명의 후보들이 자기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 영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선이 높다. 앞서 여권 전략통은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역량으로 지난해 대선과 지선 과정에서 2030세대 당원 수십만 명을 끌어모았다고 자부해왔다. 또한 당대표직에서 쫓겨나면서도 자신의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원 가입을 독려해왔다”며 “이번 투표 결과에서 득표율보다 득표수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46만여 표 중 10만 표 이상을 득표한 천아용인 후보가 없다. 그렇다면 당내에서 이 전 대표가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것인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대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달 동안 네 명의 후보를 지원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네 명의 후보 모두 후회 없는 선거를 하고자 했고, 두려움 없이 선거에 임했다”며 “지지해주신 당원들에 감사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정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손해 본 게 하나도 없는 전당대회였다. 기탁금 등 돈도 쓰지 않고 후보보다 본인에게 모든 주목도가 쏠리게 하면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한 점에 후보들도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본인의 인지도를 활용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천아용인 후보들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허은아 의원은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자리에 내정됐다가 ‘친윤계’ 김경진 전 의원에 넘겨줬다. 천하람 후보는 전남 순천갑 지역구라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청년 정치인은 “과거 정치에서는 승자가 패자를 끌어안고 화합해 함께 가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대표를 지난 1년 동안 검찰을 동원해 제거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반기를 들었던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같은 당 소속이어도 때리기에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