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쟁 심화에 수익성 악화, 글로벌화는 요원…제주맥주 “올해 대표제품 주력해 재무 건전성 다질 것”
#지난해 제주맥주 상황 살펴보니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에 비해 더 나빠졌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240억 원, 영업손실은 116억 원이었다. 2021년 대비 매출은 17% 떨어지고 영업손실은 60% 증가했다. 제주맥주 영업손실은 2019년 95억 원에서 2020년 44억 원으로 개선되는 듯했으나 2021년 72억 원, 지난해 116억 원으로 다시 커지는 추세다. 제주맥주가 역성장하면서 현재 주가는 공모가(3200원)의 절반 수준인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제주맥주의 실적은 투자자에게 제시했던 목표를 크게 밑돈다. 제주맥주가 2021년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당시 제주맥주 상장주관사인 대신증권은 지난해 제주맥주가 매출 783억 원에 영업이익 10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제주맥주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영업이익+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이 127억 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맥주의 영업손실은 116억 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는 30억 원 정도로 EBITDA는 마이너스(–) 86억 원이었다.
지난해 제주맥주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4억 7500만 원을 인식했다. 1800만 원을 반영한 2021년보다 대폭 늘어난 액수다. 기업은 재고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하락한 가격만큼 손실로 회계 처리한다. 제주맥주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매출원가로 처리하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주맥주의 매출원가는 2021년 178억 원에서 지난해 182억 원으로 2.5% 증가했다. 제주맥주의 매출원가율은 2020년 60%, 2021년 62%, 지난해 76%로 높아지고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에 따르면, 유통‧제조업체와 협업해 내놓은 컬래버레이션(협업) 맥주와 굿즈 맥주에서 다수 발생한 재고를 손실 처리하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늘어났다. 제주맥주는 GS25와 ‘제주백록담에일’, ‘성산일출봉에일’ 등을 출시했다. 수제맥주 시장은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와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공동 개발해 내놓은 ‘곰표 맥주’가 흥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수제맥주 업체는 물론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대기업도 수제맥주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했다. 최근에는 수제맥주의 열기가 식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주맥주도 이러한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제주맥주의 재무상황도 2021년 대비 악화했다. 제주맥주 자본총계는 2021년 580억 원에서 지난해 343억 원으로 41% 줄었다. 자본이 줄어든 것은 제주맥주가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지난해 132억 원을 반영하면서 당기순손실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은 유무형자산의 장부금액과 회수가 가능하다고 평가된 금액 간 차액이다. 구체적으로 제주양조장 등 시설장치 손상차손이 110억 원으로 가장 컸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실제 자산과 재무상 자산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손상차손을 미리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정체성 찾기에 달렸다?
제주맥주는 최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라거 맥주 ‘제주라거’와 논알콜 맥주 ‘제주 누보’를 선보였다. 기타주류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는 맥아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을 주원료로 효모 발효한 ‘하드셀처(Hard Seltzer)’를 연구했으며,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는 발포주를 연구‧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신제품이 매출 상승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2021년 대비 17%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맥주가 진출한 라거 시장은 물론 앞으로 진출을 예고한 발포주 시장 역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5월 개최한 ‘제주맥주 브루잉 데이’에서 2024년부터 수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브랜드 글로벌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맥주 수출액은 5억 9000만 원으로 4억 500만 원을 기록한 2021년 대비 25% 늘었으나, 아직 전체 매출의 2.5%에 불과하다.
돌파구는 제주맥주의 ‘정체성 찾기'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에서 직접 배양하는 효모를 활용하는 만큼 ‘제주도’라는 효과를 극대화한 브랜드 스토리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수제맥주가 편의점에 공급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진 면은 있다. 하지만 당장 팔 수 있는 제품을 늘리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 컬래버레이션 맥주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제맥주의 다양성과 맛에 대해서는 알리지 못한 면이 있다. 브랜드만의 특성을 살리고 품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품별로 매출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제주 누보는 논알콜시장에서 자리를 잘 잡았다. 발포주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없지만 기타 주류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며 “올해는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를 최소화하고 제주 위트에일 등 주력 제품에 마케팅 역량 등을 집중하면서 재무 건전성을 다져갈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과 관련해선 아직 지역 테스트 정도로만 운영하고 있다. 일단은 내수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