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은 성남시장에 제안 정황, 모친은 선수 부모들에게 추천…성남시청 “특정 지도자 추천받은 적 없어”
최민정은 ‘유망주 꼬리표’를 붙이고 있던 2017년에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당시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성남시청 입단 이후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최민정은 일약 여자 쇼트트랙 간판으로 떠올랐다. 은수미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여자 1500m 금메달을 획득하며 쇼트트랙 여제의 자존심을 지켰다.
선수 커리어가 화려해지면서 성남시청 내부 최민정 존재감도 커졌다. 최민정은 성남시청과 2021년 3년 동안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연 평균 2억 원 이상을 보장받는 빙상계 최고 대우 재계약을 체결했다. 최민정이 받는 임금은 성남시 예산으로 집행된다.
그런데 최민정이 최근 직접 성남시청 쇼트트랙 코치 인선에 개입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성남시청에 따르면 3월 17일 오후 12시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인근 한정식집에서 성남시청 빙상단 선수 8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최민정과 또 다른 한 선수가 주도적으로 신 시장에게 성남시청 빙상단 코치 선임과 관련한 의견을 전했다. 현재 공석인 성남시청 빙상단 코치로 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 선임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성남시청은 2023년 1월 쇼트트랙팀 코치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2022년 말 재계약이 불발된 손세원 전 감독 공석을 채우기 위한 공채였다. 공채엔 쇼트트랙 지도자 7명이 지원했다. 그중엔 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과 빅토르 안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한국명 안현수)도 있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편파판정 논란이 불거진 경기에서 중국 선수가 우승하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으로 논란에 휩싸인 장본인들이다.
김 전 감독은 수험번호 5번, 안 전 코치는 수험번호 6번으로 공채에 응시했다. 중국 국가대표팀 승리에 환호했던 두 사람이 국내 복귀를 전격 타진하는 과정에서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였다. 김 전 감독과 안 전 코치가 지원하면서 성남시청 빙상단 코치 공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성남시청은 1차 서류전형에서 지원자 전원을 합격시켰다. 2차 면접 이후 성남시청은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결과는 ‘합격자 없음’이었다.
채용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민정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 논란 중심에 서기도 했다. 최민정은 1월 31일 SNS에 “소속팀 성남시청 쇼트트랙 전담코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훈련해 왔다”면서 “선수가 어떠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입장문을 낸다는 건 너무도 조심스럽고 건방져 보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이유는 최근 성남시청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나오는 기사와 얘기들로 인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와 덕목은 뒷전에 있고 사회적 이슈들이 주를 이뤄 선수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민정은 “성남시청 코치를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시합을 뛰는 건 결국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덧붙였다.
공채가 합격자 없음으로 일단락된 뒤에도 최민정은 코치 선발과 관련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월 17일 오후 12시 신상진 시장과 오찬 자리에 참석한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민정은 김선태 전 감독을 콕 집어 선임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후 12시 오찬 자리가 있기 몇 시간 전엔 김선태 전 감독이 성남시청 직장인 운동부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둘러보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3월 17일 오전 김선태 전 감독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 선수 한 명과 탄천 종합운동장 지하에 있는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에 다녀갔다”고 했다.
해당 시설 관리 담당자는 3월 20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김 전 감독이 선수 한 명과 함께 시설에 들어왔다”면서 “외부인 출입금지 시설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김 전 감독을 돌려보냈다”고 했다. 성남시청 빙상단 내부에선 이미 김 전 감독이 성남시청과 사전 교감이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청 빙상단 소속 선수 부모 A 씨는 “지난번 코치 공채 채용 당시에 최민정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빅토르 안을 신임 코치로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최민정이 원하던 코치는 김선태 전 감독”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1월 중순경부터 최민정 모친이 여러 부모에게 김선태 전 감독을 성남시청 코치로 넣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A 씨는 “최민정 모친 또한 그동안 다른 부모들에게 김선태 전 감독이 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유도하듯 물어보면서 김 전 감독이 성남시청에 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최민정 모친이 “유력 정치인을 알고 있다”면서 “내가 정치권에 이야기를 해놔서 김선태 전 감독이 올 것”이라는 취지로 부모 일부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최민정 모친은 현 정권 유력 정치인 부인과 함께 절에 다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빙상계 한 관계자는 “최민정과 그의 모친이 성남시청 빙상단을 ‘팀 최민정’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면서 “최민정과 성남시청 계약기간이 1년 남았다. 최민정 모친이 코치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면서 “그간 일부 선수를 선발하는 데도 최민정 모친 입김이 있었는데, 이젠 코치 선임에까지 개입하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이 전국 1등 했다고 담임선생님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느냐. 여기다 성남시청은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아무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며 “이번에 성남시청 쇼트트랙 코치 공채에서 합격자가 없었던 것도 원하는 지도자를 선발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채용 자체를 무산시킨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3월 21일 오후 한 제보자는 “성남시청 쇼트트랙팀 장비를 담당하는 스태프가 바뀌었다”면서 “김선태 전 감독과 친분이 있는 아무개 코치가 선수들 스케이트 날을 점검해주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빙상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장비 담당 스태프가 달마다 비용을 받고 장비를 점검해줬는데, 김선태 전 감독이 아무개 코치를 통해 무상으로 장비를 점검 받을 수 있게 연결해준 것으로 안다”며 “지난번 성남시청 쇼트트랙 코치 공채에서 선발되지 못한 김선태 전 감독이 성남시청 빙상단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며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3월 22일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선태 전 감독과 통화지만 그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최민정 모친은 통화 시도에 ‘문자를 남겨달라’고 회신했지만, 그 뒤론 답이 없었다. 최민정 역시 통화와 문자 등 연락에 답이 없었다.
성남시청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3월 22일 통화에서 김선태 전 감독이 성남시 직장인 운동부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현재 성남시청 쇼트트랙 코치가 없다보니 소속 선수들이 사설 코치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내용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최민정 선수 측으로부터 특정 지도자를 추천받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