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여파 넘어서며 수익 개선 기대감…러시아 수주 쇄빙LNG운반선 3척 재판매는 변수
#대우조선해양 적자 늪에 허덕였던 까닭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매출 4조 8602억 원, 영업손실은 1조 613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4조 4866억 원, 영업손실 1조 7547억 원을 올렸던 2021년에 이은 대규모 적자다. 2년간 쌓인 누적결손금만 약 4조 원에 달한다. 2019년 이후로 기업신용등급과 회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BBB-와 CCC를 유지하고 있다. 채무상환능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한화그룹과 맺은 인수계약 덕분에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로부터 2조 원가량의 수혈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재무구조 개선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결손금 규모가 상당한 이유는 과거 잘못된 수주전략을 밀고 나간 탓이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수주 실적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구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보통 수주 후 빠르면 1년 정도 후에 건조를 한다. 건조 진행 단계에 따라 발주처에서 중도금을 조금씩 받고 마지막으로 선박을 인도할 때 50%의 건조 대금을 받으면서 비로소 실적으로 잡힌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통 최초 추정했던 총예정원가가 선박 건조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변동, 공기 지연 등의 변수가 끼어들면서 총예정원가는 계속 변한다.
문제는 KDB산업은행 산하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수주 경쟁에 나섰다는 데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기관 압력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당장 수주를 많이 따내기 위해 수주가를 하염없이 낮췄다. 조선업은 공장을 돌려야 고정비가 상쇄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랐다”고 말했다. 즉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의 저가 수주 경쟁이 이어졌다는 말이다. 선박가가 낮은 상황에서 비용인 총예정원가가 급격히 오를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2021년 선박 건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국제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원가 압박에 시달리던 철강 업체가 조선업체에 후판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2020년 톤(t)당 60만 원 중반대였던 후판 가격은 2021년 120만 원 안팎으로 올랐다. 수주 시점과 건조 시점 사이에 원자재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당시 신규로 수주한 선박들도 덩달아 적자 프로젝트로 전환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도 타격이 한 번 있었는데 후판 가격 상승이 결정적이었다. 2021년부터 수주를 많이 해서 전망이 밝았는데 결국 원자재가 상승으로 발목을 잡힌 탓에 이 배들을 지난해까지 건조 후 인도하며 털어내야 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다르다? 흑자전환 ‘예정된 결말’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예상매출액을 9조 40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8조 원 정도의 예상매출액과 2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제시한 것에 비추어 보면 대우조선해양 역시 무난히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굉장히 공격적인 숫자라 실제로 그 정도 매출이 나올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구간인 건 사실이고 삼성중공업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잡아도 흑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조선사들이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부터 LNG선을 높은 선가에 많이 수주했고 올해부터 건조에 들어가면 매출이 크게 발생하리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천연액화가스 운반선(LNGC) 38척, 중형 컨테이너선 6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집중적으로 수주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주요 제품군의 선가도 2021년 말과 대비해 5~18% 정도 올랐다. 게다가 후판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톤당 10만 원가량 떨어지며 이미 높은 가격으로 수주 계약을 맺은 조선 3사가 연 수천억 원 규모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점도 업황 회복의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앞서의 증권사 다른 연구원은 “턴어라운드의 속도 차이라고 봐야 할 거 같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많이 했고 부채비율도 조정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악성수주잔고가 남아 있어 약간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수주 성적도 나쁘지 않다. 3월 14일에는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그룹 산하 마린가스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역대 최고가인 6794억 원에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LNG운반선 3척, 창정비 1척 등 총 4척 상당의 일감을 확보해 올해 수주 목표인 69억 8000만 달러의 약 11.5%를 달성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의 인수 작업이 본격화한 후 수주 발표가 줄어든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020년 10월 러시아에서 수주한 쇄빙LNG운반선 3척의 재판매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수출 통제 탓에 지난해 11월 해당 선박과 관련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다만 얼음을 깨는 쇄빙선이라는 특성상 LNG 호황에도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의 증권사 다른 연구원은 “현재 계약이 파기된 상태에서 계속 만들고 있는데 재판매가 지연되거나 잘 안됐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약 파기를 통보하면서 해당 선박들이 8000억 원 규모의 재고자산으로 바뀌었는데 이에 대한 상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선주 측에서 계약 해지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국제 재판까지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이슈기도 하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선주 쪽에서는 계약해지를 원하지 않겠지만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작년만큼 수주량이 많진 않겠지만 LNG선 위주의 비싼 배들을 선별 수주함으로써 향후 수익화에 힘쓸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