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교주를 신이라고 하든 오래된 당산나무를 신으로 하든 법은 관여할 수 없다. 변호사인 나는 교주의 불법행위, 구체적으로는 성폭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처벌은 국가기관인 검찰의 역할이었다. 나는 변호사로서 피해 여성들의 상처와 비밀을 덮어주고 보호해 줄 의무가 있었다.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집단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가 본 그 컬트 집단의 교주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산 위에서 기도하다가 세계에서 수십만 신도가 자기에게 몰려들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또 세상의 여자들을 모두 그에게 붙여준다는 하늘의 음성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신과 통한다는 자기 확신 속에서 사는 존재였다. 반면에 그를 찾아온 순경만 봐도 벌벌 떨면서 숨는다는 소리를 전해 듣기도 했다. 그는 상식으로 잴 수 없는 존재 같았다. 교주의 최측근으로부터 들었던 내용이었다.
나는 그 집단에서 영매 노릇을 했던 여성을 만났었다. 그 여성은 군중 앞에서 교주의 명령에 따라 영의 세계에 갔다 와서 그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그 여성은 그 컬트 집단을 떠난 지 이십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영이 묶여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몇 달간 입원해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그 사고를 교주의 저주로 알고 그 집단을 탈퇴한 것을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그 집단의 많은 여성들이 교주를 떠나면 평생 임신을 못한다거나 불행해진다는 주술에 걸려있었다.
나는 그 컬트 집단이 왜 블랙홀같이 젊은이들을 빨아들이는지를 관찰했다. 젊은이들은 기성 교회의 진부함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미녀나 훈남이 다가와 생수 같은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 같은 분이 계시다고 속삭인다. 그들은 친구같이 누이같이 그리고 애인같이 되어 온 정성을 다해 그를 도와준다. 그런 사랑이 그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교리를 살펴보았다. 굉장히 치밀하고 세련된 면이 있었다. ‘예수는 이천년 전에 살다가 죽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 속에 들어왔던 하나님의 영이 그를 신으로 만든 것이다. 현대에서도 하나님의 영을 받은 사람이 신이고 그게 재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교주의 심복에게 왜 교주가 신이냐고 물었다. 그는 성경에 하나님의 진리를 전하는 사람이 신이라고 적혀 있는데 기본이라도 읽고 와서 질문하라고 비웃었다. 나는 교리가 교주가 받은 계시가 아니라 측근에 있는 명문대 출신 엘리트 부교주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만난 부교주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소설과 영화를 보라고 했다. 그 안에 비밀 열쇠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 집단의 교리는 성경과 외경, 신학이론, 그리고 타종교는 물론 정신세계의 진리들 중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것을 섞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들은 청년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 집단은 철저히 이중 삼중으로 막이 쳐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집단에 소속된 일반인들은 교주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내막을 전혀 모른다. 대부분은 순진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집단의 지도부는 그들에게 철저히 도덕적인 룰을 지키라고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그 집단의 여성 신도 몇 명이 찾아와 정말 그런 교주의 성폭행이 있는지 내게 묻고 간 적이 있다. 여기서 내가 할 말이 있다.
그 컬트 집단을 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회에서 갈급한 영혼들이 위로받을 곳을 찾고 있다. 기성 종교는 그들을 품을 도덕성이나 능력이 약해진 것 같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잘못 발을 들여놓은 곳이 그런 집단이다. 보통의 신도들은 착하다. 그들에게까지 주홍글씨를 붙여 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또 본 것이 있다.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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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