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사용량보다 낮은 데이터 제공 논란, 다른 통신사도 곧 선보일 예정…5G에 대한 효용 한계론도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과다한 요금제 사용을 유도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견제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의 데이터 단가 차이가 지나치게 크고 LTE와 효용 차이가 크지 않은 5G 요금제의 기형적 구조를 수정하지 않고서는 실질적 가계통신비 인하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통신료의 인하가 어렵다면 제공 데이터라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SKT 중간요금제, 왜 뒷말 나오나
SK텔레콤은 5월 1일 월 6만 2000원~6만 8000원에 37~99GB를 제공하는 5G 맞춤형 요금제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선보인 5G 중간요금제인 ‘베이직플러스(월 5만 9000원, 24GB)’와 ‘5GX레귤러(월 6만 9000원, 110GB)’ 사이 구간에 4종의 요금제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이 신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4월 중 유사 요금제를 신고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관계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려 여부를 심사하는 ‘유보신고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하는 즉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요금제 출시로 기존 24GB 초과 99GB 미만 데이터 사용자들이 월 최대 7000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일부에 불과한 5G 고가요금제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집중해 보편 서비스 원칙에서 더욱 멀어지는 반쪽짜리 요금제”라며 “데이터 단가가 높은 저렴한 요금제 조정이나 대책 없이 중간요금제 구간만 추가해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요금제는 최적 요금제를 빗겨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분기별로 조사하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G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8GB였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50.4GB, 무제한 외 일반 요금제 사용자는 12.9GB를 사용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5G 요금제의 데이터 사용량은 각각 13GB, 28GB, 51GB다. 5G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이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1~2GB가량 여유가 있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요금제가 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의 5G 요금제는 베이직(월 4만 9000원, 8GB), 슬림(월 5만 5000원, 11GB), 베이직플러스(5만 9000원, 24GB), 신규 중간요금제(6만 2000원, 37GB), 또 다른 신규 중간요금제(6만 4000원, 54GB) 등이다.
슬림의 데이터 제공량은 일반 요금제 사용자의 평균 사용량보다 2GB가량 적고, 베이직플러스는 전체 평균 사용량에 4GB 부족하다. KT 5G 슬림(5만 5000원, 10GB) LG유플러스 5G라이트+(5만 5000원, 12GB) 등 타사의 유사 요금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을 정확히 알고 있는 통신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 제공량을 약간 부족하게 만들어 상위 요금제 가입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나마 신규 중간요금제 중 54GB는 무제한 가입자 평균 사용량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많다. 그러나 이 또한 데이터 단가에 대한 비판이 따른다. 이 요금제에서 5000원만 더 내면 두 배에 달하는 110GB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싼 요금제인 베이직과 슬림은 6000원 차이에 고작 3GB를 추가 제공하지만 6만 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5000원에 56GB를 더 주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기본료’를 앞세워 데이터 단가 차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본료 산정 근거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월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낸 SK텔레콤 5G 원가자료 제공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그렇지만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의 항소로 인해 현재까지 원가자료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1심 법원은 “이동통신은 공적 자원이고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와 공익이 인정된다”며 “5G 원가산정 근거자료 54개 중 40개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9년 5G 인가 당시 가입자수와 매출액 예측치 등이 지나치게 적게 산정돼 5G가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출시됐을 수 있다”며 “원가자료를 공개해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라고 해서 이용자들의 실제 사용량이 그곳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며 (중간요금제 출시는) 선택지가 다양해졌으니 본인한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라는 취지”라며 “효율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요금제를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5G의 한계?
5G 통신비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들이 ‘비싼 5G’에 대한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3G, LTE 도입 당시에도 통신요금은 올랐지만 그에 상응하는 체감적인 속도 차이가 있었다. 5G는 LTE보다 빠르지만 동영상 감상, 웹서핑, 게임 등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다.
통신사들은 2019년 5G 상용화 당시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하며 가입자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는 20배 빠른 28GHz 대역 대신 5배 정도가 한계인 3.5GHz를 서비스 중이다. 심지어 KT와 LG유플러스는 할당 받은 28GHz 주파수를 다시 반납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5G 표시광고법 위반’을 심사해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5G 가입자들은 통신 3사를 상대로 단체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20배 빠르다며 더 비싼 5G 요금제를 광고했지만 실상 소비자들이 효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계통신비 논란의 본질”이라며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투자는 포기하고 기형적인 요금제 사용을 유도해 연 4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