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전화번호 기재, 얼굴 대신 아바타 넣은 후보자도…유권자들 “장난으로 출마한 거냐” 불안감 호소
발단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한 네티즌이 무사시노시의 선거벽보를 찍어서 올렸다. 세 명의 ‘괴짜’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시선을 끄는데,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이다. 먼저 첫 번째 후보다. ‘NHK당’의 기쿠타케 스스무 씨로, 포스터에는 “수신료를 무료로! NHK 부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정당입니다”라는 설명이 달려있다. 더욱이 “곤란하신 분, 편하게 전화주세요!”라며 개인전화로 보이는 번호도 기재했다.
주간여성프라임이 직접 전화를 걸어봤다고 한다. 놀랍게도 기쿠타케 본인이 전화를 받았으며, 그는 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에 대해 “NHK 수신료 징수로 곤란한 분들께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담 전화가 몇 건 걸려왔었다고 한다.
두 번째 후보는 ‘정치가 여자 48당’의 사노 카오리 씨다. 어찌 된 일인지 포스터에는 후보자의 모습이 없고 아바타 캐릭터만 존재감을 발휘한다. 당 공식 홈페이지에도 아바타 사진이 대신 올라와 있다. 일본 선거법상 문제는 없지만, 선거공보에는 확실하게 후보자의 얼굴이 실려야 한다. 주간여성프라임에 따르면 “선거공보에는 사노 씨의 얼굴 사진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세 번째 후보는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캐릭터, 렌고쿠 쿄쥬로를 코스프레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렌고쿠 코로아키 씨다. 일본에서는 곧잘 논란에 휩싸이는 유튜버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9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항의 시위 도중 음부를 노출했다가 공연음란죄로 체포되기도 했다.
코스프레 차림으로 선거 포스터를 제작한 이유를 묻자, 그는 “렌고쿠 코스프레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어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본명은 스기타 가즈아키였으나, 렌고쿠가 마음에 들어 이름도 비슷하게 개명했단다. 출마는 이번이 처음이라 서류 작성이 힘들었다. 그런데 막상 선거운동을 해보니까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것. 그는 “젊은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경우도 많아 2000표는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당선이 되면 일본을 부숴버리겠다”는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 세 명의 후보자에 대해 인터넷상에서는 “장난으로 출마한 거냐” “어질어질하다” “무사시노시는 지옥이 될 것인가” 등등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투표는 꼭 하자”는 독려의 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