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FIU, 김 의원 거래 형사사건 관련성 의심…P2E 입법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국회 코인 전수조사 추진
#김남국 코인, 형사사건으로?
5월 5일 조선일보는 김남국 의원이 ‘위믹스 코인’ 80만 개(60억 원 상당)를 2022년 2월 말~3월 초쯤 전량 인출했다고 보도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만든 게임 기반 암호화폐로 이른바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코인이다.
김 의원의 인출 시기가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Travel Rule) 시행일(2022년 3월 25일) 이전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거세졌다. 트래블 룰은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100만 원 이상 가상자산을 전송할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제도다.
5월 6일 김남국 의원은 SNS(소셜미디어)에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며 “(제가) 정말 문제가 있다고 의혹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진실게임을 하자. 저는 제 정치생명과 전 재산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반박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누구도 코인을 사라고 한 적 없다”며 꼬집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김남국 의원 전자지갑에 담긴 위믹스 코인의 출처와 거래 전후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2022년 10월 말과 11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도 5월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 측의 김남국 의원 관련 이상 거래 통보가 수사 착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거액의 코인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가 형사사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정보를 넘겼다고 밝혔다. 5월 11일 박정훈 FIU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 의원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봐서 투자 정보를 (검찰에) 제공한 거냐’는 질의에 “기본적으로 저희가 분석할 땐 세 가지 가장 기본적인 케이스(불법재산·자금세탁·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가 있다”며 “그런 사항에 대해 형사사건 관련성이 있을 때 의심거래로 보고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FIU는 통상 중대성·시급성이 높은 형사사건은 검찰에, 낮은 사건은 경찰청에 제공한다. 최근 5년간 FIU에 보고된 의심거래 정보가 검찰에 제공된 건 단 0.18%(7337건)에 불과하다.
김남국 의원은 거액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하고, 2022년 12월 같은 내용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져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5월 11일 국민의힘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에 대해 “가격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명백한 이해충돌 사안”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권익위) 신고가 들어올 경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하려면 의원 전체의 개인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불투명한 해명, 논란 더 키워
5월 8일 김남국 의원은 “2021년 1월 13일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 주문해 약 9억 8574만 원의 예수금이 발생했고 해당 금액을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며 “코인을 산 적은 있지만, 대부분 현금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의원은 2021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키움증권→KB국민은행→케이뱅크→업비트’ 순으로 자금을 이체한 내역도 공개했다. 클립(KLIP·카카오가 제공하는 암호화폐 전자지갑) 가입 날짜와 현재 가상자산 잔액 증명서도 첨부했다. 다만 주식 및 코인 거래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의원 해명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김남국 의원은 LG디스플레이 주식 9억 4002만 원어치를 전량 매도했다. 예금은 2020년 말 1억 4769만에서 2021년 말 11억 1581만 원으로 증가했다. 예금 증가 이유는 ‘보유 주식 매도 대금과 국회의원 급여’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21년 1월 13일 주식을 팔아 약 10억 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입장문을 배포했는데, 그해 말 예금액도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당 지도부에 2021년 초 가상자산 투자로 인한 이익 중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예금계좌에 이체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9일 김남국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2016년 2월 지인의 추천으로 이더리움에 8000만 원을 투자한 게 시작”이라고 했다. 2016년 2월은 국내 코인 거래소 중 단 한 곳도 이더리움을 상장도 하지 않았을 때다. 국내 거래소 이더리움 상장 시기는 △코인원 2016년 4월 △코빗 2016년 5월 △빗썸 2016년 9월 등이다. 김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해외 거래소를 활용해 국내에 상장되지도 않은 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은 현재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할 만큼 대형 코인으로 성장했다.
김 의원이 매도한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김남국 의원이 LG디스플레이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2021년 1월 13일 최저 주가는 2만 300원이었다. 최저 주가 2만 300원에 5만 675주를 팔았다면, 10억 2870만 원에 매도했어야 한다. 김 의원이 발표한 매도 금액과 약 4295만 원 차이를 보인다(관련기사 [단독] 어라? 금액이 다른데…김남국 ‘LG 디스플레이 매도’ 해명도 아리송).
5월 11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김남국 의원이 매도했다고 하는 1월 13일 LG디스플레이 최저 주가는 2만 300원. 따라서 5만 675주를 팔았다면 최소 10억 2870만 원을 받아야 한다. 즉, 그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려면 블록딜 같은 것을 해야 한다. 따라서 거래일이나 매도량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최대 137만 개(110억 원 상당)를 보유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5월 9일부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클립’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2년 1~2월 사이 위믹스 코인 총 127만여 개 거래 기록이 남아 있었다. 김 의원의 또 다른 전자지갑에서 추가로 10만 개가 이체된 기록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5월 8일 김남국 의원은 입장문과 함께 클립 잔고를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변창호 씨는 김 의원 클립 잔고액과 소수점까지 똑같은 단 1개의 클립 주소를 찾아냈다. 김 의원 클립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갑마다 위믹스가 담겨 있던 시점이 달라 중복 집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변창호 씨는 김남국 의원이 미공개 상장 관련 정보를 알고서 투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변 씨에 따르면 2021년 10월 1일 김 의원은 위믹스를 최초로 취득했다. 이날 위믹스는 하루 만에 1200원에서 240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위믹스 1개당 가격은 한 달 만에 20배(3만 원 상당)나 급증했다. 다만 변 씨는 김 의원이 시세 차익을 얻진 못했다고 분석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상장 직전 내부정보를 통해 위믹스 물량을 대거 매도하면서다. 그 탓에 위믹스 가격은 폭락했다.
2022년 1월 11일 위믹스는 업비트에 상장됐다. 당시 위메이드는 업비트보다 먼저 위믹스 상장 결정, 상장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공지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해 내부정보 사전 유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해 1월 12일 장현국 대표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TV’에서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 인수를 위해 위믹스를 매도했다”고 시인했다. 앞서 2021년 12월 20일 위메이드는 선데이토즈 지분 34%를 136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입법 로비, 공공연한 소문
위메이드가 위믹스 등 P2E 코인을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5월 10일 한국게임학회는 “위믹스 사태와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한다. P2E 업체와 협회·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국회 관련자가 위믹스를 보유했다면 ‘위믹스 이익공동체’에 가담한 셈이 된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5월 11일 위메이드는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특히 학회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1월 국감에서 문체부 장관에게 질의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 이 의원은 “P2E 게임을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5월 11일 이용호 의원은 SNS에 “어떤 가상화폐도 보유한 적 없고 거래한 적도 없다. 학회는 내 질의를 인용해, 업체와 국회 간에 이익공동체라도 있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했다”며 “P2E 게임의 제한적 허용을 주장한 것은 게임산업의 미래발전 방향인 신기술 접목 게임의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P2E 합법화를 위한 국회 로비가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5월 12일 하 의원은 SNS에 “P2E 코인 입법 로비가 있었냐고요? 예, 있었습니다. 대선 당시 게임 공약을 검토할 때 출처 모를 수많은 P2E 합법화 제안을 많이 받았다. ‘사행성 게임에서 P2E만 제외해달라’는 내용이었다”며 “제가 주최한 토론회에 위믹스 발행업체 위메이드가 나와서 발표한다고 하기에 토론자를 바꾸라고 했던 적도 있었고, 업계 간담회를 계획하려다 위메이드가 나온다기에 취소했던 적도 있었다. 이게 입법 로비가 아니면 뭡니까”라고 밝혔다.
여야는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암호화폐 보유 내역을 전수조사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5월 12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과거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의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 전수조사한 사례가 있다”며 “오늘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코인 전수조사 실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5월 12일 이용호 의원도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5월 10일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민주당 차원의 선제적 전수조사 이후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자”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