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법업무처리지침’ 지키지 않아 경남교육청·거제경찰서 간 부지 확보전 초래
논란이 불거진 대상지는 거제시 장평동 127번지 일원이다. 이곳은 LH공사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2000년 7월 6일 건설교통부로부터 ‘거제 장평2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승인 받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곳이다. 경상남도로부터 2007년 10월 18일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끝으로 같은 해 12월경 준공됐다.
해당 부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으로 도시계획시설인 초등학교 부지로 용도가 지정됐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16년이 지나도록 이 대지를 매수하지 않았고, 거제경찰서는 경남교육청의 매수 의사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해 청사 이전을 계획했다.
이후 거제경찰서 이전 계획은 거제시청과 옥포동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침묵 중이든 경남교육청은 갑작스레 고등학교 신설을 내세워, 학교용지로 지정된 대지를 경찰서 이전에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거제경찰서는 5월 17일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1인 릴레이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기관 간의 갈등은 LH공사의 명백한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2009년 8월 21일 시행) 제35조(공공시설용지의 용도 재검토)에는 ‘공공시설 용지가 매각되지 않고, 매각될 전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장에게 용도변경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LH공사는 경남도교육청의 매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도 택지개발사업 준공 이후 2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남교육청은 LH공사의 매수청구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등학교로 지정된 대지를 고등학교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그럴 경우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을 변경해야 한다. 경미한 사업이라면 ‘학교시설사업 촉진법’에 따라 인가 절차 없이 실시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이러한 행정절차나 학교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근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48조(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 등) 1항에 따라 오는 5월 29일부터는 도시·군계획시설 효력이 상실되며, 더 이상 경남교육청이 학교부지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원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그러면 LH공사의 의지에 따라 이 대지는 용도변경한 후 매각이 가능하다.
법제처 유권해석을 참고하면 국토계획법 시설일몰제에 따라 자동 해지되는 ‘도시·군계획시설’일지라도 경남교육청이 실시계획 인가나 그에 상당하는 절차를 진행한 경우에는 시설일몰제 적용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의 고등학교 신설 계획만으로는 실시계획 인가나 그에 상당하는 절차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기에 경남교육청이 5월 28일까지 실시계획 고시 및 대지 사용 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교부지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에서 해제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LH공사 관계자는 “지정매수자인 경남교육청으로 조속히 매입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매입 추진 시에 학교용지특례법에 의거해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 일대는 경기회복으로 학령인구가 증가해 과밀학급으로 운영돼 교육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라며 “장평2초 부지에 고등학교 신설을 추진 중으로 올해 5월에 자체투자심사 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할 예정이고,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