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사월이, 20대 초반 제 모습 떠올라”…2년 도전 끝 한예종 합격, 첫 주연 이후 ‘자랑스러운 아들’ 돼

5월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 탓에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산소와 생필품을 배달하는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 중 강유석이 연기하는 난민 소년 사월은 난민이 유일하게 출세할 수 있는 길인 택배기사가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전설의 택배기사 5-8을 선망하며 따르는 인물이다.
“사월이는 난민으로 살다가 두세 살쯤, 그렇게 정말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설아(이솜 분)와 슬아(노윤서 분)에게 구조돼 함께 살면서 그 집에서 진짜 따뜻함이란 게 뭔지를 느끼게 되죠. 아마 사월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기에 자신에게 부모님이 있었다는 기억이 없을 거예요. 그래서 설아, 슬아 자매로부터 처음 가족애라는 걸 느꼈을 거고요. 사월이는 그들에게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 사랑을 느끼며 살았을 거예요.”

“처음 사월이가 총에 맞기 전까지 5-8은 그저 멀리 있는 우상 같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난민에서 택배기사가 된 전설적인 인물인데 심지어 싸움도 잘한다잖아요.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인물이었겠죠. 그렇게 마냥 우상이었던 사람이지만, 소중한 사람인 슬아가 죽은 뒤 아픔을 겪는 사월이가 5-8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우상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점점 가까워지게 돼요. 그러면서 마치 그 우상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사월에게 있어 5-8이 우상이었던 만큼 강유석에게 김우빈도 그랬다. 김우빈이 나온 작품을 다 챙겨 볼 만큼 팬이었다는 강유석은 그와 함께 ‘택배기사’에 출연한다는 이야기에 촬영 전부터 엄청나게 긴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응원해 준 김우빈에게 다시 한 번 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우빈 찐팬’ 강유석이 들려준 비하인드 스토리다.

모든 것에 무작정 들이대고 보는 것은 사월이와 강유석의 닮은 점 가운데 하나였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사월이 같았다’고 회상한 강유석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맨 땅에 머리부터 박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은 제가 연기하는 걸 엄청 싫어하셔서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제가 대학에 다 떨어지고 나서는 ‘이제 한 번 해 봤으니까 일반 대학 추가모집으로 가서 평범하게 지내라’ 하시는 거예요. 그게 제 졸업식 날 같이 밥을 먹다가 말씀하신 건데 제가 너무 서러워서 밥 먹다 말고 뛰쳐나가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난 더 해보고 싶은데, 아직 제대로 해본 것 같지도 않은데! 그래서 재수할 때 부모님께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운 좋게 대학에 붙게 됐죠. 그렇게 합격한 뒤부터는 부모님도 조금씩 응원해주셨어요(웃음).”

“‘법쩐’이 지상파 드라마다 보니 어머니 지인과 친구 분들이 처음으로 제가 나온 작품을 많이 보시게 된 거예요. 고향에 갔을 때 사인을 해주고 있는데 어머니가 제게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구나, 잘나가고 있구나 생각했죠(웃음). ‘택배기사’는 보시자마자 제게 전화를 주셨는데 공개 다음날 어머니 친구 분들하고 결혼식을 가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전화 속 어머니 목소리가 평소랑 톤부터 다른 거예요(웃음). 어머니 친구 분들하고 같이 있는데 자랑하고 싶으셨나 봐요. 사월이 포스터에 사인 좀 해서 보내달라고(웃음).”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함께 배우 강유석을 다시 뛰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는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기가 너무 어려운데, 마냥 또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하고 싶었던 그때를 떠올리면 다시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제게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은 제 자신인 것 같아요. 과거의 저를 돌아보며 후회도 하고 ‘그때는 순수했는데’ 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또 나아갈 날을 보며 다시 다독이기도 하고요. 과거의 저는 의욕도 많고 꿈도 많은 소년이었거든요. 그때는 꿈이 되게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꿈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으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손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어요. 이전에는 막연했지만 지금은 구체적이라고 할까요.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인데 진짜로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하루에 한 걸음씩만이라도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