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단 예산 점점 느는데 기업 후원 줄어…“후원 시 세제 혜택 등 지원책 필요” 시선
#약 200만 원 외상…한 달 미루다 결제
밥집을 운영하는 29세 자영업자로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지난 5월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게임단이 외상 200만 원을 결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3월 16일부터 4월 17일 한 달 식사비를 현재까지 결제하지 않아 답답하다”며 게시한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3월 중순, 프로게이머 코치라는 사람이 선수들 밥값을 매달 15일과 말일마다 결제하는 조건으로 외상을 하고 싶다고 밝히셔서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 게임단 코치는 일본 출국, 장례식장, 대회 등 일정과 더불어 서류 결재 지연, 대금 회수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외상 결제를 미뤘다.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자 B 게임단은 5월 23일 오후 3시 42분 A 씨에게 199만 400원을 입금했다. 일요신문은 B 게임단의 사정이 어떤지 문의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특정 선수에게 악성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오는 등 소속팀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B 게임단, 과거에도 임금 체불 문제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B 게임단은 과거 임금 체불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레인 보우 식스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2 등의 팀 소속 선수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팀들과 더불어 △배틀그라운드 △피파 온라인 4 등 여러 종목의 팀을 운영하다가 해체했다.
B 게임단 소속이었던 전직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는 “2022시즌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임금 체불 문제를 꾸준히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팀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넥슨 측이 지원금을 주지만, 그것과 더불어서 상금이나 스폰서 지원금이 있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며 “운영이 안 좋았던 탓인지 적자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B 게임단 출신의 또 다른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는 “아마추어팀 자격으로 출전했을 당시에는 사실상 없는 팀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숙소, 식비 등 지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1 카트라이더 슈퍼컵 당시 지방에 사는 선수가 서울로 와야 해 교통비를 지원해 줘야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선수가 빌려준 적이 있었다”며 “교통비를 바로 갚지 못하다가 뒤늦게 갚았다”고 밝혔다.
#게임단 69.2% "후원사 발굴 어렵다"
게임단이 선수나 직원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간간이 일어났다. 스타크래프트 2 게임단인 ‘프라임’은 2014시즌 선수 중 일부에게 급여를 주지 못했다. 2017년 5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인 ‘롱주 게이밍’ 소속 프로게이머 2명과 직원 1명은 임금 등을 체불당했다고 폭로했다. 2018년 4월 배틀그라운드 게임단인 ‘EXL-GAMING’은 임금 체불과 계약서 허위 작성 등의 문제로 공인 프로팀 자격을 박탈당했다.
2020년 1월에는 국내에서 10여 년 동안 e스포츠 종합 게임단을 운영해 온 ‘MVP’가 소속 프로게이머와 지도자,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폭로됐다. 그리고 2021년 2월에는 발로란트 게임단인 ‘베어클로 게이밍’ 소속 프로게이머와 지도자 10여 명이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선수 계약 규모 증가 등의 문제로 지출 예산이 많아졌지만, 후원사 발굴이 어려워져서 게임단 운영이 힘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단 예산 규모는 2020년 528억 6000만 원에서 2021년 606억 5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게임단 13개에 팀 운영 관련 애로사항을 물어본 결과, 1위(84.6%, 11개)는 ‘점차 높아지는 선수 계약 규모’, 2위(69.2%, 9개)는 ‘후원사 발굴의 어려움’이었다. 특히 ‘후원사 발굴의 어려움’의 응답 비율은 전년 대비 42.5%포인트 증가했다.
e스포츠 팀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팀은 모기업이나 후원사의 지원이 든든해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e스포츠계에서 모기업·지자체·후원사 등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영향 탓인지 2021년 9월 기준 운영 중인 e스포츠 게임단 수는 49개였으나 2022년 9월에는 42개로 줄었다. 새로 생긴 게임단은 11개지만, 해체·운영 중단·인수합병 등의 이유로 18개가 사라지면서 총 7개의 게임단이 줄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의 이도경 보좌관은 “e스포츠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수익이 높지 않아 국내 게임단에 지원금이나 상금을 넉넉히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모기업이나 후원사는 e스포츠를 통한 홍보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판단해 지원을 늘리지 않게 되면서, 게임단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좌관은 “모기업 혹은 법인이 프로야구 구단에 지원금을 교부하면 지출 금액 가운데 광고 선전비에 대해서는 모기업의 손금에 일정 부분 산입을 해 주는 것처럼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e스포츠 대회 스폰서로 들어올 경우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e스포츠 선수와 맺는 계약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을 비과세로 적용하는 등 후원을 유도해 e스포츠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