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취약하고 보유 항공기 현재 1대뿐…모기업 지원, 업황 개선, 청주공항 접근성은 기대요인
#플라이강원과 여러모로 비슷한데…
플라이강원은 지난 5월 23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매출은 257억 원, 영업손실은 340억 원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영업 적자로 결손금도 54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111%가량 급증한 수치다. 플라이강원은 팬데믹을 앞둔 2019년 10월 신규 출범했다. 문제는 지난해 섣불리 항공기 투자를 늘렸다가 리스비를 체납하게 되면서 불거졌다. 올해 3월 법원이 리스사의 운항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셧다운’된 까닭에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플라이강원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에어로케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데다 재무구조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공시된 에어로케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로케이의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205억 원, 151억 원을 기록했다. 결손금은 815억 원에 달한다.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각각 출범 직후 팬데믹을 맞이한 데다 지방거점공항인 강원도 양양공항과 충청도 청주공항으로 취항이 제한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국면을 맞이하면서 국토부가 다른 항공사들은 여러 공항에서 띄울 수 있게 해줬는데 유독 에어로케이와 플라이강원은 허가를 안해주면서 두 회사가 동시에 수익성에 타격을 크게 입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로케이가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기재(항공기) 부족으로 꼽힌다. 에어로케이가 보유한 여객기는 단 1대뿐이다. 국내에서 제일 적다. 현재로선 안정적인 노선과 수요 확보가 둘 다 불가능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가 부족하다 보니 에어로케이는 국내 9개 LCC(저비용항공) 중 유일하게 국제노선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협소한 까닭에 수익을 내려면 국제선 운영이 필수다. 에어로케이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도 지난해 12월 국제노선에 취항한 지 5개월 만에 월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반면 에어로케이는 2020년 2월에 도입한 에어버스 A320-200 1대만을 가지고 청주∼제주 국내선만 운항해 왔다.
에어로케이는 연내 5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면서 올해 일본 오사카·나리타·삿포로·오키나와·나고야를 비롯해 타이베이, 마카오까지 7개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18일 국토교통부는 12개 노선의 운수권을 7개 국적항공사에 배분하면서 청주에서 몽골·필리핀·러시아로 가는 국제선 직항 노선을 에어로케이에 부여했다. 다만 5월 중순쯤 들어올 예정이었던 2호기 도입이 연기된 상황이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항공기를 최소 10~30대쯤은 운영해야 한다. LCC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단의 규모를 키우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가 없다”며 “지금 상태로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과감한 투자로 빠르게 기재를 늘리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공항의 민간 슬롯 확대가 관건
비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JK위더스와 10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상이 무산되면서 기업 회생의 길을 걷게 된 플라이강원과 달리,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대명화학그룹에 인수되면서 신주발행으로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대명화학그룹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1934억 원에 달한다. 자금지원을 해줄 모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는 셈이다.
에어로케이의 거점 공항인 청주공항이 양양공항보다 지리적으로 이점이 크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플라이강원의 경우 중국에서 강원도 관광을 위해 입국하는 인바운드 수요를 타깃으로 삼았으나 중국 봉쇄 등으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청주공항은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한 덕분에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수도인 세종시 인근에 위치한 데다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게 되면 향후 반도체 관련 화물 운송 수요의 대부분을 청주공항이 감당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물류 허브로 발전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여객 운수 측면에서 항공 업황이 개선세인 점도 호재로 꼽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2024년 상반기 사이 중단거리 노선 업황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재무구조가 어렵다고 다른 LCC보다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LCC들도 초기 2~4년 동안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청주공항이 인천공항보다 강남 접근성이 좋기에 향후 규모가 커지면 실질적인 수도권 공항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청주공항의 슬롯 확대 여부다. 청주공항이 민군겸용 공항인 까닭에 민간 항공사에 부여되는 슬롯이 제한적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예컨대 일본 오사카에 오전 11시 슬롯이 비어 있어도 청주공항에서 10시에 슬롯을 내어주지 않으면 취항이 불가능하다”며 “청주가 규모 있는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려면 군이 민간에 좀 더 슬롯을 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에 청주-제주 구간밖에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항공기를 늘렸으면 오히려 독이 됐을 것”이라며 “6월부터 2호기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연내 예정대로 5대가 모두 도입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