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재로 반응했지만 관계사에서 권리 사온 데다 비용도 만만찮아…삼성제약 “자금 조달 방안 수립 중”
#최대주주로부터 가져온 약물 권리
지난 5월 25일 삼성제약은 젬백스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인 ‘GV1001’의 국내 권리를 이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GV1001은 국내에서 임상 2상을 마쳤고, 해외에서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계약으로 삼성제약은 GV1001에 대해 국내에서 임상시험, 품목허가, 제조 및 판매, 위탁 등을 실시할 수 있는 라이선스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제약은 선급금으로 120억 원을 냈다. 품목허가 취득 후 2년간 세 번에 걸쳐 젬백스에 1080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매출에 따른 기술사용료(로열티)는 별도다.
삼성제약은 시원찮았던 바이오 사업부문에서 수익 창구를 하나 더 마련할 수 있게 됐다. 1929년 설립된 삼성제약은 2015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젬백스가 알츠하이머에 앞서 췌장암 신약으로 개발 중이던 GV1001에 대한 국내 제조, 판매 권리를 이전받으면서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14년 ‘리아백스주’라는 제품명으로 임상 3상 결과를 추후 제출하는 조건 하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2020년 허가가 취소된 상태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 공시 이후 삼성제약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계약은 그동안 밝혀 온 신약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약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체질 개선의 일환”이라고 했다. 젬백스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라는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뒤 이뤄진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신약후보물질의 글로벌 권리는 젬백스가 그대로 갖는데, 젬백스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5월 30일 밝혔다.
#요동치는 주가의 배경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에 상장된 삼성제약 주가는 5월 25일 2830원에서 26일 3675원으로 29.86% 뛰었다. 하지만 30일 3630원, 31일 3500원, 6월 1일 3380원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젬백스도 25일 1만 4530원에서 26일 1만 5100원으로 3.92% 상승한 뒤 30일 1만 5330원, 31일 1만 5750원으로 연이틀 오르다 6월 1일에는 1만 5540원으로 소폭 내렸다.
반짝 주가 상승 후 하락 전환의 배경에는 계약 내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술수출은 기업의 연구개발능력을 입증하는 성과로, 기술도입은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는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분을 상호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에서 신약후보물질 권리를 사온 것이라 신약 가치에 초점을 둔 계약인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젬백스는 삼성제약 지분 10.46%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제약은 젬백스 지분 2.80%를 갖고 있다. 젬백스와 삼성제약의 대표는 모두 김상재 젬백스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기술이전 계약 규모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는 도네페질이라는 물질이 임상 치료의 가능성을 갖고 처방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도네페질 외에는 치료제 시장이 오리무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계약금 120억 원을 포함한 1200억 원이라는 기술이전 규모가 크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알츠하이머 관련 약품의 시장 규모는 3400억 원이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최소로 책정하고 로열티를 많이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기술이전 규모는 굉장히 큰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삼성제약 주주들 사이에선 ‘남는 장사’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제약은 이번에 이전받은 알츠하이머 파이프라인 임상 3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젬백스는 지난해 1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이후 환자 모집 등 임상을 개시하지는 않았다. 회사의 자금 상태가 좋은 편도 아니다. 1분기 기준 삼성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70억 원이며 단기금융상품까지 합하면 470억 원 정도다. 젬백스는 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05억 원에 불과하던 상황에서 이번 계약을 통해 숨통이 트였지만 삼성제약은 반대의 경우가 된 셈이다.
#신약 중심 기업 전환 가능할까
해당 파이프라인이 임상 3상에 성공하고 실적이 잘 나오면 삼성제약은 실적 반등을 꾀할 수 있다. GV1001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독성 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응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졌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약 80%를 차지하는 도네페질 성분 치료제와는 기전이 다르지만, 유효성을 입증해 개발에만 성공하면 승산이 있는 셈이다.
2020년 젬백스가 공시한 GV1001 국내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중증도 및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GV1001 1.12mg을 투약했을 때 1차 평가변수인 중증장애점수(SIB)에서 위약군 대비 월등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2차 평가변수인 신경정신행동검사(SPI)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냈다.
관련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기전의 신약 ‘레카네맙’이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도 올해 하반기 FDA 승인을 획득하면 이후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적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한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은 30여 개다.
삼성제약으로선 신약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삼성제약은 2013년부터 10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매출마저 2021년 549억 원에서 지난해 518억 원으로 6% 줄었다. 회사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은 2021년 30억 원, 2022년 31억 원, 올해 1분기 말 44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들은 재고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평가손실 충당금을 설정한다. 젬백스에 50억 원을 주고 이전받은 췌장암 신약후보물질 리아백스주도 2019년 손상인식됐다. 회사는 2021년 6월 리아백스주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식약처에 신약 허가 재신청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젬백스 및 삼성제약 측은 “삼성제약이 췌장암 파이프라인에 대해 성공적으로 임상을 수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수 있다 판단했다. 알츠하이머 임상 3상은 대규모 임상이다 보니 많은 사이트를 열어야 한다. 준비 기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임상 3상 개시가 늦어졌다”며 “이제 막 파이프라인이 삼성제약으로 이전됐기 때문에 다음 단계를 말씀드리기는 이르다. 삼성제약의 임상 비용 관련 자금 조달 계획은 수립 중이다. 리아백스주 허가 신청도 최대한 빨리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