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팀 지켜온 유도훈 감독 충격받아…일방적 계약 해지 발표 두고 논란
한국가스공사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내 조직 개편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5월 31일 프로농구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구단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논의한 끝에 신임 단장으로 내부 임원인 김병식 홍보실장을 선임했다’면서 ‘타 구단의 조직 체계와 같이 내부 임원을 단장으로 선임함으로써 구단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프로농구단의 효율적 의사결정 및 합리적 선수단 운영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전임 신선우 총감독, 이민형 단장, 유도훈 감독 및 김승환 수석코치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하였다’라고 덧붙였다.
한 구단에서 총감독, 단장, 감독, 수석코치를 모두 교체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는 그 없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예 구단 조직을 갈아엎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국가스공사의 전임 구단주는 채희봉 사장이었다. 채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채 전 사장은 2021년 6월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했고, 초대 감독으로 전자랜드를 이끌었던 유도훈 감독을 선임했다.
문제는 채 전 사장이 농구단 총감독으로 신선우 WKBL 전 총재를 임명하면서부터다. ‘총감독’은 KBL에 처음 등장한 낯선 보직이다. 가스공사 내규인 프로농구단 운영지침에도 없는 자리였다. 당시 한국가스공사는 신선우 총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유도훈 감독의 요청이 있었고, 신생 구단이라 부족한 점이 많아 신 총감독이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 감독과 신 총감독은 현대 걸리버스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췄고, 지도자로선 감독-코치로 오랜 인연을 맺은 선후배다. 그런데 구단주-총감독-감독이 모두 용산고와 연세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농구계에선 이들의 관계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더욱이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 11월 이민형 전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가스공사는 외부인사를 단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지침을 개정했는데 그 결과 공모를 통해 이 단장을 불러들인 것이다. 이 단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많은 직원이 억대 연봉을 받는 방만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며 여론의 비난이 들끓었다. 가스공사 측은 최근 자체 운영진단을 통해 총감독과 외부 단장 선임을 ‘사유화를 통한 프로농구단 예산 빼먹기’라고 지적했고 전면 교체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가 남아 있다. 총감독, 단장, 감독 모두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구단의 요구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잔여 연봉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스공사 측은 이들에게 잔여 연봉을 보전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22-2023 프로농구에서 한국가스공사는 9위에 머물렀다. 구단 내부에선 투자 대비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터. 그로 인해 구단 고위 관계자들과 감독, 코칭스태프 교체를 단행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내보내려면 계약서에 합의된 기간과 그에 따른 잔여 연봉을 지급하는 게 맞다. 그래서 계약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2009년 코치로 전자랜드에 몸담은 후 무려 14년간 한 팀을 지켜온 유도훈 감독은 가스공사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발표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형 단장, 신선우 총감독도 마찬가지의 상태다.
한 농구인은 총감독, 단장, 감독, 수석코치까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발표한 가스공사 측의 태도에 ‘농구인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시각에선 이들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유도훈 감독은 조만간 자신의 일과 관련된 입장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