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제성 등 고려 “부상방지앵커 삭제 검토” 행정지시…작년 태풍에 구조물 물 위로 떴다 제자리 찾는 과정 균열
거제시는 2018년 8월 3일 경남도가 마련한 이듬해 재난대응인 ‘2019년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신규사업지구 선정’에 참여했다. 이후 2018년 9월 12일 ‘행정안전부 재난영향분석과-4401호’에 의해 거제시 회진지구가 해당 사업에 선정됐다.
거제 회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은 일운면 지세포리 639번지 일원에 우수저류시설(2만 5000톤)을 짓는 게 골자다. 박스형 구조로 유입수로는 101m에 이르며 총공사비는 122억여 원이 투입된다. 2020년 12월에 착공해 2022년 12월 22일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구조물 파손 사고로 인해 아직 미준공 상태다.
2022년 태풍 힌남노가 8월 28일 발생해 9월 6일 거제에 상륙했고, 영남 해안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재산과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당시 정부는 경주시와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거제시 지세포 회진지구 우수저류조는 준공되기 전이었기에 지표수에 의해 2만 5000톤 무게의 구조물이 마치 배가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물 위에 뜨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제자리를 찾는 침하과정에서 구조물에 균열이 일어나며 파손됐다.
이에 거제시는 대한토목학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학회는 문제점으로 사전설계심의 및 실시설계 단계, 시공단계(건설사업관리 및 공사시공)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각각의 책임 범위를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토목학회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2020년 5월 25일 행정안전부 사전설계심의에서 토질·토목구조 A 위원이 “부력방지앵커보다는 구조물 중량을 확대할 경우 더욱 안정적이고 경제적일 것으로 사료되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 “부상방지앵커를 삭제하고 구조물 중량을 증대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므로 이를 검토하라”는 행정지시를 경남도와 거제시에 내렸다. 부상방지앵커가 삭제된 사전설계심의는 2020년 9월 20일 협의가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나왔다. 2020년 12월 22일 제14회 경상남도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토질지질분야 B 위원은 “부력에 대한 안정성 검토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바, 부력에 대한 안정성 검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처럼 회진지구의 구조물이 부력에 의해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의견들이 많았고 애당초 설계 단계부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경제성에 밀려 부상방지앵커는 삭제됐다. 자연재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이 공사가 강행되고, 결국 태풍에 의해 구조물이 파손되고 만 것이다.
거제시의회 이태열 의원은 최근 질의를 통해 “시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바 부력 방지를 위한 앵커 설치를 행안부가 삭제한 것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며 “구조물 위에 흙을 성토하면 부력을 잡을 수 있다는 구조검토도 있지만, 몇 만 톤의 배도 부력에 의해 바다에서 뜨는데 설계 기준치를 넘어서는 부력은 불가항력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전반적인 보수·보강대책 시행은 공법선정 및 실시설계, 시공기간 등 감안하면 올 우수기 이전 준공은 현실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므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겠다. 구조물 파손에 따르는 책임범위를 사법부에 미룰 경우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시가 취할 수 있는 제재 등 강력한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