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 관계 따져도 어트랙트가 먼저…멤버들에게 ‘저명성’ 없어 권리 주장 어려울 것
특허정 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그룹명 '피프티 피프티'의 국문 상표권은 이미 6월 19일 일괄적으로 출원됐다. 해당 상표권이 적용되는 상품과 서비스도 굉장히 다양하다. 방송 공연부터 엔터테인먼트업, 의류, 주얼리, 문구류, 건강보조제, 화장품까지 연예인의 상표가 붙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품에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명의 상표권은 소속사가 계약 기간 내 출원과 등록을 진행해 권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 탓에 소속사와 좋지 못하게 헤어진 아이돌은 이후 연예 활동을 지속하더라도 자신의 그룹명이나 예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 해당 국문 상표권의 출원인은 그들의 소속사 어트랙트가 아니라 각 멤버들의 부모님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은 피프티 피프티의 국문명 상표 외에도 각 멤버들의 예명인 키나, 새나, 시오, 아란에 대해서도 상표 등록을 신청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일괄적인 출원이 이뤄진 날은 피프티 피프티의 멤버들이 소속사 어트랙트 측에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신청을 한 날과 동일한 날이다.
당초 어트랙트는 지난 5월 15일과 6월 15일 피프티 피프티의 영문명 'FIFTYFIFTY'에 대해서만 상표권 출원을 해놓은 상태였다. 멤버들은 국문명 상표가 아직 등록되지 않은 것을 파악하고 출원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어트랙트 측은 "이미 5월 15일 피프티 피프티의 한국 상표권으로 가수공연업에 대한 출원 신청을, 6월 1일에는 타 분류(업종)에 대해서도 추가 신청한 상태이고 상표의 모든 권리는 특허청에 먼저 신청한 사람이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문명이 별도로 신청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피프티 피프티'라는 저명성을 가진 동일한 그룹명을 어트랙트가 먼저 신청했기 때문에 그 후의 신청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의 경우 등록이 불가하다는 상표법에 따른 판단이다.
이 같은 출원의 선후 관계를 제외하더라도 피프티 피프티의 멤버들에게 그룹명에 대한 권리가 귀속되는 게 가능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이 소속사와 아이돌 어느 쪽에 귀속되는 지를 따질 때 통상적으로는 소속사에게 그 권리가 주어진다고 본다. 다만 해당 그룹이 저명성을 갖게 되는 데 아이돌 자체의 능력이 현저히 존재했음이 인정될 경우엔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이는 아이돌 그룹으로서 활동 기간이 오래돼 대중들이 멤버들과 그룹을 거의 동일시할 때 주로 적용되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 데뷔 일로부터 활동 개월 수로 따지면 고작 7개월 남짓, 심지어 피프티 피프티란 그룹명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23년 2월 발매한 '큐피드(Cupid)'의 인기 몰이 이후였으니 활동 기간으로 본다면 멤버들이 그룹의 유명세를 두고 자신들의 능력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주장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피프티 피프티는 노래로 유명해진 그룹이지 멤버들에 대해선 아직 대중들이 알아가는 단계인 만큼 그룹의 저명성이 멤버들에게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각 멤버들의 예명이라면 몰라도 그룹명의 상표권까지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결국 피프티 피프티는 어트랙트와의 계약은 해지하되 이미 어느 정도 유명세를 확보한 그룹명으로는 그대로 활동하고 싶기에 계약해지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상표권을 등록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만에 하나라도 그들에게 상표권이 인정된다한들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키고도 똑같은 이름으로 똑같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은 7월 5일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 대해 성명을 내고 비판했다. 연제협은 "최근 우리 협회와 회원사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데뷔 수개월 만에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기적을 만들어낸 어트랙트가 겪고 있는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며 "연예계에 오래 전부터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는 멤버 빼가기와 탬퍼링(사전 접촉) 등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회사와 소속 연예인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불순한 세력의 기회주의적 인재 가로채기는 K 팝의 근본을 일궈낸 제작자와 아티스트 성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제 제작자와 아티스트는 더 이상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동반자다. 우리 협회는 이런 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