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KT·한화 시즌 초반 부진하다 분위기 반전…로하스·쿠에바스 부진 탈출과 문동주 선전 등 힘입어
'일요신문'에선 후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중위권 팀들 중 비상하려고 대기 중인 3팀에 대해 살펴본다.
전반기 종료 직전 가장 눈에 띈 팀은 두산 베어스였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구단 최다 연승 타이 기록에 단 1승만 남겨둔 채 9연승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안정적인 3위를 확보했다.
시즌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두산을 5강 후보로 꼽은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주축 선수들의 지속적인 유출로 전력이 약화됐고, 지난해 9위로 떨어지면서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령탑으로 자리에 앉은 이승엽 감독은 코치 경험이 없는 완전 ‘초보’ 지도자였고, 김태형 전 감독의 색깔이 강하게 남아 있는 팀에서 초보 감독이 어떤 형태로 자신의 색깔을 입힐지 불투명했던 터라 올 시즌 두산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시즌 초반에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고,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와 김재환의 부진이 팀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6월 들어 두산의 5할 승률마저 붕괴되면서 순위도 점점 떨어졌다. 두산은 대체 외국인 투수인 브랜든 와델을 빠르게 영입했고, 로하스를 2군으로 내려보내 타격 밸런스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이영수 2군 타격코치의 도움으로 로하스는 조금씩 이전의 타격폼을 회복했고, 1군 복귀 후 7월 9경기 27타수 8안타 6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이승엽 감독의 신뢰에 보답해나갔다.
두산은 7월 들어 롯데, 삼성과 원정 6연승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더니 키움전을 싹쓸이했고 SSG전에서도 역전승을 일궈내며 파죽의 9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은 7월 20일 현재 2위 SSG와 4게임 차다. 2연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위기에 처한 SSG는 두산의 추격을 온몸으로 느낀 채 1위 LG와 후반기 첫 시리즈에 돌입했다.
7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KT 위즈의 4, 5월은 악몽 그 자체였다. 전반기 내내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타선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하위권으로 내몰렸다가 6월 이후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과 윌리엄 쿠에바스가 이전의 구위를 되찾으면서 전반기를 37승 2무 41패로 마감했다. 7위 KT와 4위 NC의 승차는 2.4경기 차. 전반기 키움과 마지막 3연전을 싹쓸이한 게 순위에 큰 영향을 미쳤다.
KT는 지난 시즌 홈런왕 박병호와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의 부진이 뼈아프다. 강백호도 복귀했지만 아직은 이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중심 타선에서 힘을 낸다면 KT는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2명의 외국인 투수들과 토종 선발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이 건재한 선발진에다 박영현, 김재윤 등이 지키는 마운드야말로 KT의 가장 큰 무기들이다.
8연승을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도 최하위를 벗어나 8위에 올랐고 7위 KT 위즈와 1게임 차(7월 20일 현재)로 전반기를 마쳤다. 한화는 6월 21일 KIA전을 시작으로 7월 1일 삼성전까지 18년 만에 8연승을 거뒀다. 8연승이 시작됐던 6월 20일부터 전반기 마지막까지 한화는 15경기 11승 4패 승률 0.733으로 10개 구단 중 1위, 팀 평균자책점은 2.55로 두산(2.3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한화가 8연승을 거두며 8위로 전반기를 마친 배경에는 선발진의 안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의 각성과 함께 대체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의 활약, 3선발 문동주가 제몫을 해준 데다 김민우와 장민재의 공백을 한승혁과 한승주가 잘 채워가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필승조, 추격조의 구분이 확실하게 이뤄졌던 것도 마운드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 한화 마운드에 변화를 예고했다. 오는 9월 소집될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될 문동주에게 대회 앞두고 3주가량 휴식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아예 문동주의 후반기 활용 계획으로 “후반기 7경기 투입, 평균 5이닝 정도 소화”라고 못을 박았다. 투수 출신인 최 감독이 선수를 얼마나 아끼고 배려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을 포기한 건 아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부진으로 2군에서 재조정 시간을 가진 장민재를 1군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올 시즌 불펜에서 활약하다 제구 난조에 빠져 2군으로 내려간 김서현을 2군에서 선발 수업을 시키며 1군 복귀에 대비하고 있다. 최 감독은 일찌감치 문동주의 부재를 준비하면서 베테랑 투수 장민재와 신인 김서현의 선발 투입을 위해 다양한 그림을 그려둔 것이다.
최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서현 같은 특급 유망주는 선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는 말로 김서현의 선발 전환을 지지했다. 김서현은 6월 15일 롯데와 퓨처스 경기에서 처음 선발 투수로 나서 2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고, 7월 6일 히어로즈와 퓨처스전 5.2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첫 선발승을 따냈다. 김서현이 한화 선발진에 가세한다면 155km/h 이상을 던지는 영건 듀오들의 활약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전반기 문동주-후반기 김서현’이란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