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화영 진술 번복에 백현동 한 스푼’ 총공세 준비…‘회유 의혹’ 제기하며 스크럼 짜는 민주당 장외투쟁 돌입
지난 2월 국회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다. 당시 투표함을 열어보니 가결표가 부결표보다 많았다. 적잖은 이탈표가 발생한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친명 대 비명 갈등국면이 본격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은 성공했지만 거대야당이 자신했던 스크럼이 무너지면서 내홍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만났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상정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이 주제였다”면서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방탄 의지가 확고했던 까닭에 애초부터 체포동의안 가결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체포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민주당 내부 상황이 요동쳤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목표로 하되 다른 사건들과 연계된 수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검찰이 원한 결과는 아니었겠지만, 체포동의안 국면이 2차전 3차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포석이 될 것으로 봤다. 1차전 대장동 사건 땐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입이 열리면서 체포동의안 국면으로 이어졌다. 2차전에서도 주요 키맨 중 하나의 입이 열린다면 잠잠했던 사법리스크 국면이 폭풍전야로 접어들 것이다.”
2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때 법조계에선 검찰이 ‘두드리면 열린다’식으로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의혹을 세트로 묶어 묵직한 한 방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려 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것이 굉장히 큰 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1차전 국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번복으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태다. 민주당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이 전 부지사는 그간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용과 이재명 지사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 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7월 초부터 이 전 부지사 입장이 선회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7월 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내용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면서 “그보다 앞서 정진상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으로부터 ‘이재명 지사 방북 추진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경기도와 쌍방울 대북송금 사이 연관성에 대한 입장을 바꾼 셈이다. 7월 18일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이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에 대해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받아들이는 시점과 이화영 전 부지사 입장 선회가 맞물리는 양상이다. 이 전 부지사 스탠스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민주당은 검찰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7월 26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검찰독재탄압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쌍방울 중대범죄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독재탄압위는 “검찰 조작 수사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면서 “여름이 가기 전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라는 지엄한 명령이라도 떨어진 것인가. 이화영 전 부지사 조작된 진술을 멋대로 언론에 유포할 뿐 아니라, 부당한 ‘사법 거래’로 범죄 혐의자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대북송금 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 대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황을 두고 검찰독재탄압위는 ‘봐주기 기소’라고 봤다. 대책위는 “봐주기 기소 특혜를 누린 사람들의 공통점은 진술이 번복됐다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과 주변인을 압박해 방북비용 대납이라는 거짓진술을 조작하려는 것 아니냐. 이제 이화영 전 부지사 진술만 조작하면 이재명 대표를 엮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이화영 전 부지사 부인의 탄원서 제출 사실도 공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 부인은 7월 19일 제출한 탄원서에서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 증언으로 이재명 대표에 방북비 대납 프레임을 씌워 기소하려는 것이다.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 부인이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을 공격하며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사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을 직격했다. 한 장관은 7월 26일 이 전 부지사가 검찰 회유로 진술을 번복했다는 민주당 측 입장과 관련해 “(검찰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등 추가 관련자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기편에 불리한 진술을 뒤집어보려고 검찰청에 몰려가서 드러눕고, 영치금 보내기 운동하고, 성명서를 내고, 가족 접촉 및 면회를 통해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건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다수당이 자기 편 진술을 뒤집어보려고 장외에서 무력시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백주대낮에 이런 황당한 무력시위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는 농담처럼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행위를 막는 것이 법무부 장관의 일”이라고도 했다.
검찰 회유 시도 의혹에 대해서 한 장관은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하고 압박할 정도로 간 큰 검사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만약 그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민주당이 밖에다가 별 이야기를 다하는데, 그 이야기를 안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갈 채비를 하는 사이 검찰은 체포동의안 2차전 국면을 위한 최종 리허설에 돌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정보들이 수사를 통해 수집됐을 것”이라면서 “2월 진행된 체포동의안 상정 시기 때보다 더욱 수위 높은 압박을 검찰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8월 영장 가능성’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휴회 중 영장 청구가 아닌 8월 임시국회 회기 중 영장 청구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7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야기한 것도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을 전제로 말한 것 같다”면서 “우리 당(민주당)이 깜짝 놀라 이렇게 하는 것도 진술 번복 혹은 입장 변화 및 심경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 본다”고 했다.
조 의원은 사법리스크로 인한 2차 체포동의안 국면 도래 가능성에 대해 “마지막 게이트키퍼가 이 전 부지사라고 봤을 때 이게 뚫리면 영장이 올 수 있다”면서 “(영장 청구 시점은) 국회 회기 중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바라봤다. 법조계에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두 번째 영장청구는 회기 중 이뤄질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검찰 입장에선 ‘선택권과 그에 따른 책임’을 국회로 다시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면서 “2차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경우 민주당은 1차 체포동의안 때보다 더욱 큰 딜레마를 마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검찰 수사 과정에 오류를 지적하며 수사 자체 신빙성을 부정하는 ‘메신저 공격’ 전략을 바탕으로 내부 지지층 결집 및 수비력 강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민주당은 현재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여부를 놓고도 친명과 비명이 다투는 상황이다. 비명계에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해놓고선 체포동의안 기명투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많다.
법조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화영 전 부지사 진술이 번복됐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검찰 입장에선 첫 번째 체포동의안 상정 때보다 더 확실한 필승전략을 갖고 두 번째 공세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에 백현동 의혹 부분까지 추가된다면 이 대표 핵심 측근 정진상 전 정책실장도 거론될 수 있다. 이화영 정진상 이재명 간 각종 의혹 연관관계가 전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