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수술로 재활 기간 최대 3개월…“큰 영향 없다” 중론 속 “몸값에 조금 영향 미칠 수도” 견해도
이정후는 지난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8회 말 수비 도중 갑작스럽게 왼쪽 발목에 통증을 느꼈고, 트레이너와 대화 끝에 결국 임병욱으로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CM병원과 세종스포츠정형외과를 방문, 자기공명영상(MRI), X-레이 검진을 받았고, 왼쪽 발목의 힘줄을 감싸는 막인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정후의 수술은 의외로 간단하게 끝났지만 재활 후 그라운드로 돌아오기까지 약 3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정후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불가능해졌고,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새롭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 부상 이후 이정후의 상황을 살펴봤다.
키움 히어로즈의 수석 팀 닥터인 이상훈 CM병원 원장은 가장 먼저 부상 당한 이정후의 MRI를 촬영했던 터라 누구보다 선수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원장은 이정후의 부상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정후의 부상은 발목 염좌가 아니라 힘줄 하나가 빠져 나간 정도다. 그걸 4주에서 6주 정도 고정하면 원상 유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고민했던 건 수술 대신 그렇게 고정한 채 경기를 이어가고, 시즌 종료 후 수술할 건지, 아니면 지금 수술하느냐의 여부였다. 잘못 판단할 경우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라 구단, 선수와 논의 후 바로 수술하는 걸로 결정했다.”
이상훈 원장은 이정후의 수술 후 재활 기간을 3개월로 잡은 건 가장 길게 잡았을 때를 기준으로 삼은 거라 그것보다 단축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정후는 부상 직후 자신의 선수 생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수술하게 된다면 올 시즌 더 이상 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수술이라고 했더니 표정이 금세 밝아지더라.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터라 행여 이번 부상이 미국가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던데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 상태를 허투루 보지 않을 것이고, 메디컬 테스트도 있는 터라 이번 수술이 향후 진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수술을 집도한 이는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김진수 원장이다. 김 원장은 이정후 수술을 마친 후 “정말 간단한 수술이었다”면서 “20분 만에 끝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술 후 약 한 달 정도 고정이 필요하지만 2주 차부터는 반깁스로 보행이 가능하다. 한 달 정도 고정해서 조직들이 붙게 된다면 발목 가동 범위나 근력, 밸런스 운동 등을 소화할 수 있다. 다음주부터는 가벼운 재활 훈련도 시작된다. 야구가 공만 치는 게 아니라 수비도 하고 주루 플레이도 해야 하는 터라 완벽한 몸 상태가 되려면 여유 있게 3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한 것이다.”
김진수 원장은 이정후의 부상 부위는 야구 선수보다는 경기 중 열심히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들한테 흔히 나타나는 부상이라 처음엔 부상 부위를 보고 의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얼마나 수비에 진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선수의 정신 상태가 상당히 건강하다. 자신의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고, 앞으로 어떤 형태의 재활 훈련을 병행할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수술도 잘됐고, 선수도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림이 없는 상태라 재활만 잘해낸다면 100% 이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수술 후 이정후는 개인 SNS를 통해 “수술 잘 끝났다. 많은 걱정과 응원을 해주신 우리 히어로즈 팬들과 많은 팬에게 감사하다. 빠르게 회복해서 꼭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도전에 나설 계획이었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했지만 보란 듯이 회복해 부상 전까지 시즌 85경기에서 타율 0.319, OPS 0.863을 기록했다. 순항 중이던 이정후의 미국 진출은 이번 부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는 걸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스카우트 A 씨는 “알아보니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재활 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 이번 수술이 미국 진출하는데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정후 선수의 회복 상태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부상에서 회복해 정규 시즌 막판에라도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본다면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의 건강 정도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그 부분이 이정후 선수의 몸값에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서부지구의 또 다른 스카우트 B 씨도 A 씨의 의견과 일치했다. 수술 이후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에 이른다는 게 구단한테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은 KBO가 MLB 사무국에 포스팅을 신청하면 MLB 사무국이 포스팅 대상 선수를 발표한 이후 30일간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전처럼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내는 구단하고만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아니라 선수한테 관심을 나타낸 구단들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고, 선수의 계약이 결정되면 계약 규모에 따라 이적료가 책정되는 게 FA와의 차이점이다.
스카우트 A 씨는 이정후가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건 선수 측이 결정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정후 입장에선 1년 더 KBO리그에서 뛰고 건강함을 증명한 뒤 FA 자격을 획득한 다음 미국 진출을 도모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럴 경우 키움 구단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FA로 나가면 이적료도 못 챙기고, 이정후가 향후 한국 복귀할 때 반드시 키움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터라 키움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미국에 보내고 싶을 것이다.”
A 씨는 키움 출신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활약이 이정후의 미국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3년 전 김하성 영입을 위해 협상 테이블을 갖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수비에서 문제가 있을 거라는 판단에 영입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우리 조직의 수장은 크게 후회하고 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이토록 수비를 잘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의 활약 덕분에 이정후에 대한 평가가 더 높아졌다고 본다. 이정후가 FA로도 미국에 갈 수 있겠지만 김하성 사례를 보면 한 살이라도 적은 나이에 미국에 나가는 게 선수한테 도움이 될 것이다.”
스카우트 B 씨는 2023시즌과 2024시즌 이후의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그려보며 외야수 후안 소토 등이 FA로 풀리는 2024시즌 이후보다 2023시즌 후의 메이저리그 FA 외야수 시장이 이정후한테 훨씬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B 씨는 현재 이정후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30개 팀들 중 10여 군데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