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관규제법’ 의거 과도한 위약금 직권 감액…“광고 계약 해지하고 싶은 고객 빠르게 의사 밝혀야”

일단 계약을 따낸 뒤에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체험단이 당신 업체에 안 가는데 어떡하냐’며 나 몰라라 하거나, 팔로어 수가 거의 없어 효과 없는 계정에 올리고 ‘계약을 이행했다’고 억지를 부리기 일쑤다. 사장이 환불을 끝까지 요구하면 이들 업체는 A 씨 말처럼 계약금은 100만 원 이상이었지만 환불금은 10만~20만 원밖에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게 최근 크게 증가한 소위 체험단류 사기의 대표적 흐름이다.
그런데 새로운 판결이 나와 광고 사기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지난 6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이다. 2020년 7월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B 업체에 132만 원을 주고 온라인 마케팅 광고 계약을 했다.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B 업체는 1차, 2차, 3차에 걸쳐 블로그 체험단을 모집했고 김 씨 쇼핑몰 판매 제품 후기를 올렸다. 3차 체험단도 모집했지만 김 씨가 해지 요청을 함에 따라 체험단 선정 및 후기 작성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의미 없는 게시물만 올라가고, 매출에도 전혀 도움이 없어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B 업체는 계약서에 ‘단순 변심으로 인한 계약 해지의 경우 대금을 환불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며 사실상 해지를 거부했고 소송에 이르렀다. 먼저 재판부는 ‘단순 변심 해지 불가 조항’ 자체를 무효로 봤다. 재판부는 “해지 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여된 위임 계약 해지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약관법 제9조에 따라 무효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지가 인정되면서 위약금이 중요한 분쟁 지점이 됐다. 김 씨는 지급한 광고 금액 132만 원 가운데 2개월분 광고비 22만 원, 해지 위약금 13만 원을 제외한 97만 원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 업체는 ‘계약서에 따라 위약금은 계약 대금의 20%이고, 블로그 마케팅 1회당 4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B 업체는 블로그 마케팅 2회 성사에 따른 80만 원과 20% 위약금인 약 26만 원을 더해 총비용을 106만 원으로 계산했고, 계약금 132만 원에서 차액을 뺀 약 26만 원만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B 업체가 주장하는 위약금이 너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약금과 블로그 마케팅 1회당 금액은 계약서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이다. 또한 위약금 기준에 따르면 B 업체는 계약 체결 후 다른 지원 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블로그 체험단 광고 3회만 진행하면 위약금이 전체 계약 대금을 초과해 반환할 금액이 없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객의 위약금 기준은 지나치게 큰) 반면 B 업체가 계약 위반을 했을 때 위약금 약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위약금은 계약 대금 전체 가운데 약 10%에 해당하는 13만 원으로 직권으로 감액했다.

이번 판결 내용에 대해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비록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약관규제법에 따라 고객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가 된다”면서 “이번 판결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약의 내용을 업체에 아무리 유리하게 해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있어 무효가 됐다. 이번 계약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핵심 독소 조항은 해지 불가 조항과 과도한 위약금 조항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나온 뒤 지속적으로 환불을 요구했던 피해자들에게 선제적으로 환불해 주겠다는 업체도 여럿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체험단 마케팅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곳으로 평가받는 C 업체도 최근까지 환불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최근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C 업체에 피해를 본 강 아무개 씨는 약 2개월 정도 환불을 요구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그런데 7월 중순 급작스럽게 대부분 금액을 환불받았다.
C 업체는 강 씨에게 “계약상 문제는 없지만 영업 사원의 실수로 잘못된 설명이 나간 것 같다”고 해명하며, 카드 결제 내역을 취소해 줬다. 최근 이런 식으로 돌려받은 업체 피해자 중에서는 2년 이상 환불 요구했던 피해자도 있었다고 한다.

판례가 나온 만큼 이미 광고 계약을 맺었지만 해지하고 싶은 고객은 빠른 해지 의사를 밝히는 게 최선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최강용 변호사는 “최근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온라인광고대행사와 체결한 계약서에 계약해지나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약관규제법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전자상거래법 제18조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청약 철회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온라인 광고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청약을 철회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빠르게 취해야 한다. 광고비는 일할 계산되기 때문에 빠르게 조처해야 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늘어난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