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선우 ‘배드민턴’ 안세영 ‘양궁’ 임시현 월드클래스로 성장
#리허설 잘 치러낸 황선우
한국 남자 수영은 박태환 이후 세계 무대 경쟁력을 갖춘 이렇다 할 다음 주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서영, 안세현 등 선전했던 여자 선수들과 달랐다.
2003년생 황선우는 혜성같이 등장한 수영 스타다. 2020년 국가대표 타이틀을 따내고 각종 한국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듬해 열린 도쿄 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5위, 200m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고교생 신분임에도 빼어난 성적으로 미래를 기대케 했다.
올림픽에서 경험을 쌓은 황선우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무대 메달 사냥에 나섰다. 2022년과 2023년,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종목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연이어 따내 국내 최초로 세계선수권서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한 선수가 됐다.
특히 지난 7월 열린 세계선수권서 획득한 동메달은 의미를 더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에 앞선 리허설 무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복병' 영국 선수들에게 앞 순위를 내줬으나 전 대회 우승자이자 강력한 라이벌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에 앞서 의미를 더했다. 또 아시안게임서 유력한 경쟁 상대로 지목된 판잔러와 기록 대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과 달리 경쟁 상대가 줄어든 아시안게임에서 황선우는 더 높은 목표를 그린다. 주종목인 자유형 200m뿐 아니라 자유형 100m, 단체전인 계영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다관왕을 목표로 하는 그의 어깨도 무겁지 않다. 황선우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중장거리 주자인 김우민은 지난 2년간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각각 6위와 5위(자유형 400m)에 올라 경쟁력을 선보였다. 이호준도 지난 7월 황선우가 동메달을 따낼 당시 함께 레이스를 펼쳐 6위를 기록했다.
#세계 정상 등극으로 금메달 예고
배드민턴 국가대표 간판 2002년생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개막을 2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 축포를 터뜨렸다. 2018년 첫 국가대표 발탁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 온 그는 지난 7월 말, 커리어 첫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한국 여자단식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처음이다.
안세영은 등장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학생 신분으로 선발전을 전승으로 뚫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만 15세에 이미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에 선 바 있다. 처음 경험하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조기 탈락했다.
2021년부터 본격 성인 무대에 나서기 시작한 그는 우승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8강까지 올랐으나 부상으로 무릎을 꿇었다. 2022년 랭킹 5위권 이내를 오가던 그는 2023년에 들어서며 적수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세영은 2023년 자신이 출전한 11개의 국제대회에서 7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중 한 대회를 제외하면 모두 결승 무대를 밟았고 그 예외였던 한 대회에서도 3위에 올랐다. 자연스레 랭킹 포인트가 쌓였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세계 최강자 지위에 올랐으나 아시안게임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안세영과 각축을 벌여 온 경쟁자들이 대부분 아시아 국적 선수들이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빠지지 않고 맞대결을 펼치는 아카네 야마구치(일본), 첸위페이(중국), 타이쭈잉(대만)이 안세영을 차례로 추격 중이다. 올해 안세영이 우승을 놓친 대회에서 모두 이들을 상대로 패배를 기록했다.
#'양궁 신데렐라' 탄생할까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양궁 최강국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말이다. 특히 한국 여자양궁은 올림픽 단체전에서 1988년부터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9연패). 그사이 홈 텃세가 심했던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제외한 여덟 번의 올림픽에서 단체전과 함께 개인전까지 석권, 2관왕을 배출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신설된 혼성 단체전까지 1위에 올랐고, 안산은 올림픽 역사상 국내 최초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무대를 휩쓸어온 한국 양궁 역사에서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는 없었다. 이는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두 명의 천재가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선수가 끊임없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새로운 양궁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주인공은 2003년에 태어나 대학 2학년생인 임시현이다. 1년 전 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회가 1년 연기되며 다시 열린 선발전에서 당당히 참가권을 따냈다. 지난 3월까지 3차에 걸쳐 열린 선발전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행보는 탄력을 받고 있다. 대표팀간 평가전 1, 2차전에서 연속으로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선발전에 이어 평가전에서도 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산에 앞서 놀라움을 안겼다.
국제무대 데뷔전인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차 월드컵에 나서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어진 6월 콜롬비아 메데인 3차 월드컵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3차 월드컵 개인전에서는 결승전에서 연장(슛오프) 접전 끝에 승리했고 2차 월드컵에서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에 앞섰던 강채영을 눌렀다. 연속 2관왕에 오르는 과정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임시현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승승장구하던 임시현은 개인전 8강에서 마리 호라츠코바(체코)에 패한 데 이어 단체전에서도 인도네시아에 밀려 16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혼성 단체전에서 김우진과 호흡으로 따낸 금메달이 위안거리였다. 예선 라운드에서 전체 2위에 올랐던 만큼 오는 9월 아시안게임 호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